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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온 Jan 30. 2023

책 한 권 분량만큼 좋아하는 것이 있나요?

사소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만드는 취향에 대하여


순수한 기쁨으로 반짝이는 눈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A Rare Miracle of TasteA Rare Miracle of Taste


대화를 나누다 보면 종종 상대의 눈이 반짝반짝 거리는 걸 볼 수 있어요.

주로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에 대해 얘기할 때 그래요.

좋아하는 것이 비슷한 경우에는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게 뭐라고 그렇게 좋아?"


취향을 이해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상한 취향 취급 받을 때는 괜히 유별난 사람이 된 것 같아 외로움을 느끼기도 해요.


하지만 취향은 논리의 영역이 아니잖아요.

철저히 주관적인 감성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이유가 타인에게는 납득할 수 없는 것일 때도 많잖아요.

내 취향을 남에게 논리로 납득하게 만들 수 없듯이 타인의 취향 또한 논박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좋아하는 것에 대해 솔직하고 당당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를 좋아한답니다.

에세이를 자주 읽는 것도 그 때문이예요. 에세이야말로 저자의 내밀한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은 사소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흥미로운 취향 에세이를 소개해드립니다.




1. 구달 <아무튼, 양말>

구달 <아무튼, 양말>


패션 아이템 중, 가장 관심을 받지 못하는 건 아마 양말일 겁니다.

시선이 주로 얼굴 주변에 맴도는 탓에 양말이 있는 발까지는 좀체 관심이 내려가지 않는 듯해요.


그런 양말에도 정을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양말 사랑을 무려 책으로 엮어낸 구달 작가님의 <아무튼, 양말>을 읽어보세요.

작가님의 양말을 향한 다정한 문장들을 읽다보면 나의 양말 서랍을 슬그머니 바라보게 될 거예요.


작은 양말 두 짝이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패션 아이템이 아니겠어요?


양말이 88켤레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뚜렷한 목적이나 합당한 이유가 있어서 사 모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2x2=4는 내 의견으로는 뻔뻔스러움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바로 그렇다. 2x2=4는 멋쟁이처럼 보인다. 당신 길을 가로막고 으스대며 침을 뱉는다. 나는 2x2=4라는 것이 훌륭한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것을 칭찬해야한다면, 2x2=5도 때때로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 될 수 있다.
― 도요토옙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




2. 데이비드 리스 <연필 깎기의 정석>

데이비드 리스 <연필 깎기의 정석>


이 책을 읽으면서, 취향이 장인정신의 경지에 도달하는 2가지 요소를 깨달았습니다.


첫째,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은 장난으로 여길지 몰라도 나만큼은 진심이어야 합니다. 자기만의 이유를 가진 사람이 멋있습니다.


둘째, 까칠해야 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세심함을 발휘하며, 싫은 것을 단호하게 거부하는 자세가 취향을 장인정신의 경지로 이끕니다. 진정한 장인은 도구를 가리는 법입니다.


샤프펜슬은 순 엉터리다.
― 제11장. 샤프펜슬에 대한 짧은 소견
내가 생각하는 전동 연필깎이의 최대 단점은 그러나 제한된 유용성이 아니라, 연필을 깎는 과정에서 기계가 인간을 소외시키는 방식이다. 개방성과 책임성을 귀중히 여기는 문화에 반항이라도 하듯이 기계는 폐쇄적인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 그 덩그런 까만 상자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 제13장. 전동 연필깎이 사용법




여러분의 아무튼, OO은 무엇인가요?


저도 한 번 골라보자면...

저는 <아무튼, 전자음악>을 쓸 수 있을 거 같아요!


저의 유년기 우상은 테크노 여전사 "이정현"이었고,

처음 덕질을 시작한 아티스트는 "클래지콰이"였어요.

어려서부터 전자음악의 세계에 매료되어 있었지요.


자라면서 다른 음악 장르도 폭넓게 접했지만, 여전히 전자음악이 내 마음의 고향같이 느껴진답니다.


그래서 이번 플레이리스트는 제가 좋아하는... 하지만 국내에서는 마이너한 브레이크비트, 드럼앤베이스 음악을 모았어요. 이번 뉴진스 신곡, Ditto에서 활용된 음악 장르이기도 하지만 이 장르만 따로 찾아 듣는 사람은 적은 거 같아요. 특유의 잘게 쪼개진 드럼 비트가 정말 매력적이라 한 번 공유해보고 싶었어요!


여러분의 <아무튼, OO>도 궁금해요!

생각만 해도 마음이 흐뭇해지는 것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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