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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온 Feb 06. 2023

우리의 마음이 겨울을 지날 때

위안을 주는 음악과 책


우리의 마음이 겨울을 지날 때



우울이라는 한파가 갑자기 휩쓸어 우리 몸을 꽁꽁 얼릴 때,

당장은 꼼짝없이 멈춰 있을 수밖에 없을 때가 있어요.


지금도 우울감에 속수무책으로 짓눌릴 때면 속상하기도, 억울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흐름에 몸을 맡길 줄도 알게 되었어요. 겨울이 지나 봄이 되듯, 이 우울감도 언젠가는 지나갈 테니까요.


차디찬 겨울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일으켜지지 않는 몸을 일부러 세우려 하지 않고 오히려 힘을 풀어봅니다.

이럴 때는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과 함께하는 것이 좋아요.



저에게는 그게 음악과 책이예요.

음악과 책은 모두 부정적인 메아리로부터 저를 방어해줘요. 가만 있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있는데, 음악과 책은 머리 속에 정제된 음율과 이야기를 흐르게 만들어 주거든요.


음악을 들을 때는 직접 만든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편인데요, 멜랑콜리한 무드에 풍덩 빠져들 수 있는 곡으로 시작해서 점점 희망찬 무드로 바꾸어 나가요. 음악의 힘으로 우울감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해보셨다면 음악을 더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 (이번 플레이리스트가 바로 그런 흐름이랍니다)


책을 읽는 것도 좋아요!

좋은 이야기로 머리 속 공간을 꽉 채우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 찰 자리가 없거든요.


책을 통해서 우리는 위안을 얻을 수도, 우리의 우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도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우울할 때 위안이 되었던 책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1. 임이랑 <아무튼, 식물>

임이랑 <아무튼, 식물>


저는 식물 기르기를 좋아해요. 작가님과 같은 취미를 가져서 그런지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웃다가 울다가 그렇게 이야기 속으로 푹 빠졌더니 우울한 기분은 어느새 저 멀리로 날아가 버리고,

책의 마지막 문장처럼 함께 살자고 살랑거리는 식물들을 바라보며 가뿐한 기분으로 책을 덮게 되었어요.


식물 기르기와 자신을 기르는 법은 비슷한 느낌이라, 식물에 별 관심이 없는 분께도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는 에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는 것이 이따금 막막하고 외로운 기분이 들 때, 이 책을 권해요.



꽃을 피우지 않는 식물이라는 사실 때문에 고사리들을 더 아끼게 된다. 모두가 꽃을 피우는 삶을 살 필요는 없으니까.
이제 나는 이 세상에 내가 키울 수 있는 것과 키울 수 없는 것이 극명하게 나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라날 가능성도 없이 공들여 키워왔던 것들 중에는 뜨겁고 건조한 땅이 고향인 식물도 있었고, 사람의 마음도 있었다. 정말 인정하기 싫지만 내 커리어의 어떤 부분도 그렇다. (…) 매일같이 공을 들이고 최선을 다해 키워도 결코 자라나지 않는 것, 슬프지만 그런 것들은 엄연히 존재한다.
어느덧 나의 염세적인 부분들이 햇살에 녹아 땅속으로 사라져간다. 자꾸 씻겨 사라져 가도 아직 충분히 남아 있지만 말이다. 이제 내 삶엔 허무와 식물이 함께 공존한다.
좋은 것을 더 오래 보고 싶고, 귀한 것을 더 아끼고 싶다. 심장을 뛰게 하는 것들에 귀를 기울이고, 슬플 때는 슬픔을 느끼고, 괴로울 때는 주변에 조금 부담이 될 정도로 기대고 싶다.
어떤 일이 일어나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더라도, 다시 천천히 채우면 된다. 흩어진 것들을 모으며 살아가면 된다.
커튼을 걷는다. 창문을 연다. 정체되어 있던 공기를 바꾸고 밝은 해가 비치는 바깥을 바라본다. 식물 친구들이 나에게 함께 살자고 한다.




2. 리단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리단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때로는 공감만으로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잠깐의 우울감이 아니라 지속적인 우울을 꾸준히 겪어왔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런데 나의 힘듦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단계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럴 때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시도가 도움이 됩니다.

도움을 줄만한 책으로 리단 작가님의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를 추천드립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그들이 상상하는 정상 상태보다 기능이 저하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우울증 환자는 자신이 그렇게까지는 나빠지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이려는 시도를 많이 합니다. 그리고 그 시도들은 좌절되기 일쑤고 우울증 환자들을 더욱 괴롭게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숙지해야할 것은 우울증을 자신이 조절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당신의 가능 범위 밖에 있는 것이므로 우울증을 물리치기 위해 없는 힘을 짜내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우울증을 다루고자 할 때, 사람마다 효과가 있는 방법이 다르므로 남들이 추천하는 행동들을 모두 다 해보고 진력이 나고 좌절할 필요 없이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입니다.
우울증은 단절의 병입니다. 내가 오늘 우울증에 맞서 씻고, 먹고, 외출하고, 직장에 나가거나 사회적으로 괜찮은 인간을 연출하고 만족스럽게 잠자리에 들더라도 다음 날엔 끔찍한 기분으로 눈을 뜰 수도 있습니다. 지금 조금 괜찮지만 언제라도 이 길에서 추락할 것만 같습니다. 무엇이든 이어지리라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나빠질 것이라는 확신만이 있습니다. 이것이 우울증의 가장 지긋지긋한 점입니다.
우울증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잃었을 수도 있지만 우리의 목표는 '남들처럼' 움직이고 비장애인의 습속을 모방함으로써 견뎌내는 것이 아니다. 이 실험 과정은 자신만 알 것이고, 자기만이 이 재활의 고충을 알 것이다. 그래서 우울증 환자는 몇 배로 노력하는 데에 어려움과 억울함을 느끼기 쉽다. 남들이 쉬는 걸 당신은 쉬어줘야 할 것이며, 남들이 먹는 걸 당신은 먹어줘야 할 것이고 남들이 잠드는 걸 당신은 잠들려고 노력을 해야 이룰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타인과 비교하면 박탈감만 심해질 뿐이다.
당신의 지금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우리는 변할 것이고 그리하여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이번 플레이리스트는 제가 우울할 때 듣는 음악들을 모아보았어요.

우울한 무드로 마음을 한껏 흔드는 첫 곡으로 시작해서 점차 평정해지는 흐름을 따라,

여러분의 얼어붙은 마음 또한 포근한 봄처럼 풀어지기를 바라봅니다.




+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는 마인드그라프 매거진 3호 "외로움에서 고독으로 가는 여정"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습니다. 정신 건강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마인드그라프 매거진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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