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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찌 Aug 12. 2023

배보다 배꼽이 더 컸던 아마존 고

실패원인분석: 데이터 보안, 비은행권 인구 소외, 비싼 기술설치비용 

모든 사람이 평생 꾸준히 쇼핑하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식료품점이다. 아마존(Amazon)은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했지만, 2007년에는 신선 식료품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그 이후로 꾸준히  ‘소비자들의 필수 쇼핑’ 영역인 식료품 부문을 공략해왔다.


이마존은 지난 2017년, 미국 고급 식료품점 홀푸드마켓(Whole Foods)을 137억 달러에 인수하며 아마존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를 성사시켰다. 전통적인 식료품점 뿐만 아니라, 온라인 전자 상거래 공룡이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2016년 혁신적인 무인 슈퍼마켓 ‘아마존 고(Amazon Go)’를 시애틀에서 처음 선보였다. 


기업에서는 점원을 거치지 않고 무인 시스템으로 계산이 가능하니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서 좋다. 고객은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고, 계산을 위한 여러 과정이 생략되므로 쇼핑 경험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아마존 고는 인공지능 시대 소매업의 미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환영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적, 재정적, 윤리적으로 확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아마존은 실제 지난 3월, 시애틀, 뉴욕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8개의 아마존 고 매장을 영구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전진을 위한 전략적 일보후퇴 일까? 아니면 아마존의 비싼 ‘실패작'으로 남게 될까?


시애틀 아마존고 매장 (Shutterstock)




아마존 고의 '저스트 워크 아웃' 시작은 창대했다. 


아마존 고가 지난 2018년, 미 시애틀에서 첫선을 보였을 때 '미래형 매장' '유통 혁명'의 기대를 모으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쇼핑객이나 점원이 상품의 바코드를 직접 스캔하는 대신 "그냥 걸어 나가세요(Just Walk Out)"라는 지침에 따라 운영된다. 아마존 고는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있고 무엇을 집어 들고 있는지 볼 수 있는 기술인 컴퓨터 비전, 센서 및 머신 러닝 기술을 사용한다. 이는 자율 주행 자동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술이었다. 

아마존고 매장 출입구

아마존 고는 ‘체크아웃’이 필요 없는 쇼핑 시스템을 처음 선보인 ‘미래형 수퍼마켓'이다. 


고객은 아마존 고 매장에 들어설 때 아마존 앱을 열고 출입구에 있는 센서에 갖다 댄다. 이 기술은 고객이 카트에 담은 품목과 선반에 다시 넣어 둔 품목을 자동으로 분류, 감지한다. 이 작업은 앱에 설치된 가상 카트가 수행한다. 쇼핑을 마치면 계산대에 갈 필요가 없다. 카트에 담긴 품목들은 아마존닷컴(Amazon.com) 계정으로 자동 청구되므로 구매한 물건을 가지고 간단히 매장을 나갈 수 있다. 영수증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결제 자동화’는 소매업체가 매장 직원에게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줄여주고, 결국 매장의 전반적인 운영 비용을 절감해 줄 수 있다가 예상됐다. 또 높은 수준의 자동화는 매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낭비, 오류 및 도난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매장에 현금이 없기 때문에 현금을 기록, 보관 또는 이동하는 데 드는 비용도 사라지며 무장 강도의 위험은 사실상 0으로 줄어든다. 


고객 경험도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 할인 이벤트나 연말연시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경우, 계산대의 긴 줄은 고객들의 쇼핑 경험을 무척 부정적으로 만든다. 판매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미국 백화점  노드스트롬(Nordstrom)은 모바일 POS(주로 태블릿으로 구현)를 도입, 줄을 분산시켰다. 계산 줄이 길게 늘어나면, POS를 든 직원들이 줄의 뒷편에 있는 쇼핑객들에 다가와 계산을 도와준다. 그 결과 15%의 매출 증가를 달성했다. 


애플(Apple)은 사람들이 계산대나 점원의 간섭 없이 회사 매장에서 결제할 수 있는 애플 스토어 앱(Apple Store App)을 출시했다. 앱을 통해 결제가 완료된 후 제품의 도난 방지 태그를 잠금 해제하는 ‘QueueHop’ 기술사와도 제휴를 맺었다. 


이러한 모든 솔루션은 일반 줄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쇼핑객에게는 더 편리하고 판매자에게는 더 유리하다. 이처럼 아마존 고 역시, 매장 내 쇼핑 경험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차별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아마존 고 매장 운영에 있어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이 앱이 고객의 실시간 진열대 활동을 캡처한다는 데 있다. 


아마존은 이 앱을 통해 사람과 그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다. 이 데이터는 상향 판매를 위해 고객을 타겟팅하는 것 외에도 다른 많은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고객이 매장 내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무엇을 구매하는 지에 대한 데이터는 미래 구매 트렌드를 예측하고 매장 레이아웃을 재배치하는 방법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마존은 확실히 아마존 고를 통해 단순한 쇼핑 경험 개선 이상의 혁신을 도모하며 식료품 마트에서의 영향력을 확장했다.


하지만 확장보다는 축소에 들어선 아마존 고. 지난 3월, 시애틀, 뉴욕시,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8개의 아마존 고 매장을 영구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왜일까?  




아마존 고가 (사실상) 실패한 이유- (1) 비싼 가격

(Shustterstock)


아마존 고 매장이 론칭한지 7년이 지났다. 이제 많은 사람들은 아마존 고 매장이 기존 슈퍼마켓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직 '실패'라고 하긴 이르다. 


하지만 아마존 고를 시범 운영하고 있을 당시 발표한 목표 매장 수가 2000개 였다는 점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2023년 기준, 아마존 고는 기존 30개에서 22개로 오히려 매장 수를 줄인 상태다. 영국 런던에도 2024년까지 260개의 아마존 고 매장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이 계획도 전면 중단된 상태다. 아마존의 저스트워크아웃 매장 시도는 왜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일까? 


첫째, 배보다 배꼽이 컸다. 무인 마켓 기술은 인건비 보다 비쌌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애초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구매 모니터링에 사용되는 기술은 현재 아마존 고 매장의 천장에 설치된 대형 카메라에 의존하고 있다. 정확한 트래킹을 위해 매장의 천장에는 수백 대의 카메라가 있다. 이 카메라는 3차원 원근감을 제공한다. 각 품목의 사진을 촬영하고 AI 시스템이 이를 식별하고 정확한 요금을 적용한다. 


하지만 카메라는 유지보수 비용이 높고, 장시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및 과열 위험도 항상 존재한다. 카메라 시스템 오류 관리를 위해 기술 인력도 투입돼야 한다. 통상적으로 슈퍼마켓 캐셔보다 기술 인력 인건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카메라로 상품 관리하는 것에 대한 한계점도 지적된다. 현재 아마존 고 매장마다 약 1000개의 제품을 취급하는 상황에서 대형 슈퍼마켓이 보유한 수천 개의 제품을 처리할 수 있도록 기술을 확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슈퍼마켓은 일반적으로 특정 위치에 8만~30만개의 SKU(Stock Keeping Unit: 재고관리 최소단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대규모 재고를 관리 할 수 있는 기술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크다. 


(2) 데이터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아마존 원 서비스 (Shustterstock)


아마존 고 모델은 매장에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사람의 사진을 수백 장씩 촬영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이미지를 삭제하기 전, 구매 중인 제품을 식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이러한 사진을 저장하고 있다. 아마존 고 매장 이용에 필요한 앱 등록 시점에 신용 카드 정보가 캡처되고, 구매 시 신용 카드 및 직불 카드 정보가 캡처된다. 구매가 완료되면 영수증이 발행되며, 시스템에서는 개인이 쇼핑한 시간도 기록한다(영수증에 인쇄됨).  


이처럼 민감하고 개인적인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저장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정보 보안을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 데이터 유출이나 사이버 보안 문제와 관련된 부정적인 사건은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전체 아마존 고 운영 방식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소로 늘 잠재해 있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 중대한 사이버 보안 침해는 단 한 번만 발생해도 전체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아마존 고가 확장되면, 현금 없는 쇼핑을 목적으로 수집 및 보관되는 데이터의 향후 보호와 관련해 규제 당국이나 정책 입안자들의 관심이 몰리게 될 것이다. 아마존 고의 성장 예측이 실현되려면 이러한 데이터 정보 보안 문제를 매우 신중하고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3) 현금 없는 상점, 오히려 장벽을 만들다 

 

폐쇄된 San Francisco 아마존고 매장 (Shutterstock)

‘현금 없는 매장’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일부의 사람들에는 ‘편리함'의 상징이라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소외'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 현금 없는 매장이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됐다.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이란, 신용 카드나 직불 카드를 사용하기 위한 전제 조건(예: 주소 또는 인터넷 연결 증명)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휴대폰, 앱, 신용카드 또는 직불카드가 있어야만 아마존 고 매장을 이용할 수 있는데, 은행 계좌, 신용 카드 또는 직불 카드, 심지어 앱을 지원할 수 있는 휴대폰을 발급받으려면 신용 기록과 주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주거가 불안정한 취약계층, 즉 저소득층이나 노숙자들은 매장 이용 대상에서 시스템적으로 배제된다. 


이처럼 신용 대출 및 은행 계좌 개설이 불가하거나, 휴대폰 계약을 맺을 수 없는 '비은행권' 인구가 미국에만  1400만 명에 달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금융소외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법안을 발의해 왔다. 


그 중 일부는 특정 도시와 지역에서 현금 없는 매장을 금지하는 법안으로 이어졌다. 미국 뉴저지와 필라델피아는 현금 없는 매장 전면 금지 여부를 검토 중이며, 현금 사용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아마존 고가 현금 출납원을 제공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조치 등도 포함된다. 


 아마존이 예측했던 못했던 ‘비은행권 인구’는 아마존 고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주요 이슈로 남아 있으며 여전히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상태다.


(4) 소비자의 예측 못한 행동들

아마존고 매장내 쇼핑객 (Shustterstock)


아마존 고에서 구매한 영수증은 현재 약 1~2시간 후에 확인할 수 있다. 수백 대 카메라의 노력에도, 비슷한 제품을 스캔하는데 실패해서 어떤 품목은 계산에서 누락되기도 하고, 고객이 구매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 실수로 요금을 청구하기도 한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가 100% 해결되지 못한 것이다. 


아마존 고 시스템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이슈 중 하나는 예측치 못한 고객 행동에도 있다. 고객들은 물건을 구경한 후 제자리에 넣지 않고 종종 잘못된 자리에 다시 넣는다. 이러한 품목은 추적하기 어려울 수 있다. 


도난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연구에 따르면 '전통적인' 셀프 체크아웃은 일반적으로 도난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보고서에서는 약 1200만 건의 쇼핑 데이터를 기반으로 셀프 체크아웃이 분실률을 평균 22% 높인다는 사실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정직하고 도둑질을 하지 않는 소비자들 조차도 기계와 상호작용할 때는 "단순히 할 수 있기 때문에" 도둑질을 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지며, 사람의 개입이 있을 때 만큼 잘못됐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셀프 계산 처리가 실패하면, 쇼핑객들은  법을 무시해야 할 추가적인 동기 또는 정당성을 느끼고 물건을 그냥 가져갈 확률이 올라간다.


아마존 고가 저스트워크 아웃 기술에 집중한 나머지 실제적인 쇼핑 경험의 디테일은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가는 부분들이다.



아마존 고, 지속 가능한 모델일까? 

무인매장의 자동 결제 카트 (Shutterstock)


혁신을 위한 모든 새로운 시도에는 늘 잠재적 가능성과 함께 잠재적 이슈도 도사린다. 야심차게 내놓은 생체 인식 셀프 체크아웃 시스템 “저스트 워크아웃(Just Walk Out)” 기술은 기대했던 만큼 식료품 소매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저스트워크아웃 시스템을 기존 매장에 통합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에 따르면, 초기에는 400만달러가 들던 아마존 고 매장 운영 비용이, 2021년 기준 16만달러로 줄었다. 비자 입장에서는 계산원이 필요 없는 프로세스지만, 재고관리 등을 위해 현장에 직원이 있어야 하고, 시스템을 안착 시키기 위해 상당 수의 백엔드 직원들도 필요하다. "가격 책정 및 결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백엔드에서 거래 비디오 영상을 검토하는 직원들이 필요한 것. 실제로 아마존은 2022년 중반까지 판매 1000건당 약 20~50명의 직원을 고용할 계획이었지만 실제는 약 700명의 직원을 고용했다. 


비싼 비용으로 인해 공급 상품의 가격도 낮추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마트 주인 뿐 아니라, 손님들에게도 큰 매력이 없다. 팬데믹 후, 경기가 주춤하고 물가가 오르자 소비자들은 시간을 줄이기 보다는 소비를 줄이는 방향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저스트 워크 아웃에 사용되는 “아마존 원(Amazon One)” 손바닥 생체 인식 솔루션은 여전히 일부 소매 업체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스타벅스는 워싱턴주 에드먼즈에 있는 커피숍 중 한 곳에서 아마존 원 시스템으로 손바닥 생체 인식 결제를 실험하고 있다. 파네라(Panera, 미국 베이커리 레스토랑 체인) 매장과 홀푸드(Whole Foods) 매장에서도 시범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경기장이나 공항 같은 '시간'이 중요한 매장에서는 저스트워크아웃 기술의 가치가 인정받는 추세다. 


아마존이 예상했던 것 보다 생체 인식 셀프 체크아웃 시스템의 도입과 확산은 빠르거나 간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의 잠재적인 이점은 분명하며, 리테일러들이 고객에게 보다 효율적이고 간소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함에 따라 이 분야는 계속해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마존이 식료품점으로서 계속 사업을 확장해 나갈지 '저스트워크아웃' 기술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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