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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찌 Nov 20. 2019

나도 돈 버는 마누라가 되고 싶다.

경단녀 친구가 준 희망

친한 동생에게서 멋진 소식이 들려왔다.

리얼터 (Realtor, 미국 공인중개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애 둘 키우랴, 봉사활동도 네 곳에서 하고 있어 군살 하나 붙을 틈없이 바쁜 그녀. 언제 리얼터가 될 준비까지 한 걸까?! 대견하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다.


리얼터는 미국에서 여성들에게 꽤 인기 있는 직업이다. 

모든 직업이 장단점이 있지만, 가장 좋은 것은 아무래도 9to5 시간에 묶여 사무실에 있을 필요가 없는 유연한 업무 시간이다. 그래서 손님이나 showing이 없으면, 엄마들은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퇴근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수익이 높다. 렌트의 경우는 손님을 구해주면 첫 달 렌트비를 가져간다고 하는데, 리얼터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고, 핵심은 집 매매 시 수수료이다. 집을 파는 이의 리얼터이든 사는 이의 리얼터이든 집값의 3%씩 수수료를 가져간다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 기준). 물론, 회사에 브로커 수수료를 내지만, 아무튼 집 판매자는 집값의 6%를 집 판매/구매자 리얼터들에게 줘야 한다. 예를 들어, 5억짜리 집을 팔아주면, 3천만 원의 수수료를 낸다. 10억짜리 집은 부동산비로 장장 6천만 원을 낸다. 6백만 원 아니냐고, 6천만원! 수수료를 구매자의 리얼터와 판매자의 리얼터가 각각  반씩, 즉 3%씩 가져가고, 본인이 소속된 브로커 회사와 나눈다. 개인이 경력이 많아져 브로커가 되면 수입은 더 는다고 한다. 


서로 삶이 바빠 자주 만나지 못한 지 수개월이 흘렀다. 

나는 그 사이에 그 친구가 얼마나 부자가 되어 있을지 궁금했다. 오랜만에 만난 날, 나도 모르게 돈 좀 많이 벌었냐고 호기심을 잔뜩 충전한 채 물었다. 그녀는 웃으면서 시간이 좀 걸리는 일이라고 했다. 


브로커 사장님이 싱글맘이신데, 리얼터 일을 수십 년 전에 시작해 지금 브로커 회사를 차릴 만큼 성공했다는 성공담을 들었다. 손님 한 명 없어도 매일 단정한 옷차림으로 사무실에 나오고 부단히 부동산 공부를 하면서 손님 한 둘 만나다 보니 이렇게 볕이 떴다고. 그러니 친구에게도 지금은 이래도 남편 월급 보다도 많은 돈을 버는 날이 곧 올거라고 매일 정신무장을 시켜주시는 듯했다. 


눈을 반짝이며 선망의 눈빛을 마구 뿌려 바라보고 있는데 친구 남편 분 한마디, 

“더 많이 벌어오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벌어나 오세요!”

우리는 농담처럼 듣고 웃었지만, 그녀는 지금 그걸 해내고 있다. 




나도 지난 가을에 미국의 한 기독교 협회에서 주최하는 북리뷰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신문에 커다랗게 내 사진과 얼굴과 글이 실렸고 작지만 상금과 상패도 받았다. 상을 받은게 얼마만인지!

상금이긴해도, 너무나 오랜만에 돈을 벌었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로!!!


하지만 나의 글쓰기가 수지타산이 맞게 되는 날은 언제 올까? 

한국일보에 두 해나 칼럼을 기고 했고, 신문사에서 너무 좋아해 줬지만 수지타산은 전혀 안맞는 일이었기에 상금이 더 고맙고 격려가 됐다. 나도 글쓰기가 취미활동이 아닌 경제활동이 되는 날이 꼭 올 거라고 정신 무장시켜주는 보스가 그리운 밤이다. 그런 보스가 없으니 스스로 나의 보스가 되어 나를 격려하기로 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 보스의 격려는 힘이 셌다. 


#2019.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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