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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준 Oct 21. 2023

사람_친구

괜찮아, 우리


버스에 오른다. 여느 때보다 짐이 많다. 큰 배낭과 작은 방, 카메라, 그리고 땀 흘린 외투 하나를 따로 벗어 든다. 버스카드를 찍고 자리를 잡고 가방을 차례로 내려놓는다. 하루 일과가 끝났다는 안도감. 잠깐 졸고 나니 목적지 근처다.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내린다.


배가 몹시 고파 밥집부터 찾는다. 가까운 동네 식당에 들어간다. 두 사람의 이주여성이 반긴다. 그들이 운영하는 식당인가 보다. 메뉴는 단출하다. 뜻밖에도 한국식 백반이 있다. 상차림도 나쁘지 않다. 나는 허겁지겁 그릇을 비운다. 배가 부르니 비로소 정신이 든다. 숨을 고르고는 계산대로 걸어가며 주머니를 뒤진다. 바지, 외

투, 그리고 배낭 주머니까지. 모두 뒤졌지만 지갑이 없다. 아차, 한다. 


지갑을 버스 좌석 그물망에 넣어두고 내렸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다. 어쩌지? 그녀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한다. 나는 여행을 왔어, 지갑을 잃어버렸고, 계좌를 가르쳐주면 송금할게, 미안해.

쉬운 한국 말을 모아 설명한다. 그녀 중 한 명이 미소 지으며 말한다.

“괜찮아. 괜찮아.”

그냥 가라고 이해한다고. 자신도 여행을 하다 지갑을 잃은 적이 있다는 듯. 나는 다시 메모지를 내밀며 계좌를 부탁한다.

“괜찮아. 우리,”

손을 좌우로 흔들며 ‘괜찮아’하던 그녀가, 

잠깐 한국말 단어를 고심하다,

드디어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으로 자신과 나를 번갈아 가리키며 말한다.


“친구. 우리 친구.”




#여행의사람

#친구

#내가가진것중제일좋은것_나의친애하는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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