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감 Dec 10. 2021

연애는 2인석이다.

자리 하나에 엉덩이는 하나

연애는 2인석이다. 두 명이 앉을 자리에 엉덩이 세 개가 들어오면 좁고 불편하다. 연애를 하면서 그렇게 좁고 불편한 마음을 느낀 적이 있다.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되어 풋풋했을 무렵, 한창 트렌드로 떠오르던 익선동을 갔다. 여기저기 풋풋한 연인들의 모습. 한껏 꾸미고 나온 소녀들의 모습. 젊고 파릇한 기분이 나에게까지 닿았다. 데이트 하는라 설레는 마음이 더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카페에 들어갔다. 시나몬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인 디저트가 눈에 들어왔다.

"당근 케이크 예쁘다. 나는 저거 먹어야지."
" 당근 케이크  좋아해. 안 시킬래."

"왜? 오빠는 당근 케이크 싫어해?"



오빠의 새로운 부분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 오빠는 당근 케이크를 안 좋아하는구나. 그것을 내 머리에 입력하면서 다음엔 신경 써줘야지 하는 순간.


"전 여자친구가 좋아했어. 걘 그거 밖에 안 먹어. 그래서 싫어."


하... 저 입을 꼬매버릴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다는데 전 여자친구가 좋아했던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 걸까? 댁의 전 여자친구가 당근 케이크를 좋아하는지 알고 싶지 않다. 내가 당근 케이크를 왜 시키고 싶어하는지 물어봐주길 원했다.


여기에 우리 몸은 둘뿐인데 셋이 연애하는 기분이었다.  명이 앉을 자리에  엉덩이가 끼어 앉아서 굉장히 불편한 기분. 전 여자친구의 취향이 왜 지금까지 당신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건지, 그리고 그게 나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에 화가 났다. 나는 당근 케이크를 좋아하는데 남친의 전여자친구가 좋아했던 음식이라 시킬 수가 없는 것이 말이 되는 이야기일까?


나는  사람과 사귈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 사람이 싫다고 하면 나도 싫어하는 척을 하며  감정을 참았다. 그러는  사랑인줄 알았다. 나를 학대하는 것인지 몰랐다.  사람 앞에 설수록 나라는 사람은 투명해지는 기분이었다.  좋아하는 전시회 데이트를 1 8개월의 교제동안    다녀왔다.  사람은 주말에는 멀리 나가는 것을 싫어하고 편하게 쉬고 싶어했다.  사람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맞는 것을 억지로 맞추려니 서로 힘들었다.  사람은 야외로 나가는 것이  빠지고, 나는 야외로 나가지 않아서 우울해졌다.



그 익선동 데이트 때 결국 나는 대꾸도 안 하고 당근 케이크를 시켰다. 나는 당근 케이크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 사람은 내가 당근 케이크를 시킨 이유를 모른다. 전 여자친구가 당근 케이크를 좋아하는 것만 안다.


다행스러운건 그 카페 당근 케이크 맛이 참 좋았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내가 좋아했던 것이 무엇인지 평생 모를 것이다. 본인이 싫다는데도 당근 케이크를 억지로 시킨 전 여자친구로 나를 기억하겠지. 참 웃기는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넌 그게 중요하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