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후기 말고 실패 후기는 왜 없나요?
오늘은 저에게 중요한 실기 시험이 있었어요. 웹 디자인 자격증 실기 시험이에요. 저는 어제까지만 해도 시험 성공 후기! 시험 합격 후기! 성공 성공 성공! 단어를 검색해서 찾아 읽었는데요. 저는 오늘 시험 현장에서 바로 실격 처리를 당했습니다. 부정 시험? 아니고요. 제가 짠 코드가 시험관 컴퓨터에서 작동이 안 되었어요.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냐면요. 코드의 경로 설정이 잘못된 것을 의미해요.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 아주 기초적인 코드를 제가 빼먹었다는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아주 기초적인 사항을 충족하지 못하여서 현장에서 실격 처리되었습니다. 코드가 화면에서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채점을 전혀 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거든요.
저는 오늘 정말 속상했어요. 며칠 동안 열심히 코드를 짰는데요. 현장에서도 3시간 동안 코드를 짰는데요. 결과는 실격이라니. 너무 허무해서 참을 수가 없어요! 이 마음을 누구에게 말하고 싶은데... 말할 곳이 없는 거예요. 성공했다면 자신 있게 말했을 텐데... 실격은 입을 떼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성공 후기는 많은데 실패 후기는 왜 없을까요? 합격 후기는 있는데 실격 후기는 왜 없을까요? 그런 마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럼 나는 무슨 말을 써야 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합격 후기를 보면 이 문장은 꼭 들어가잖아요. 이거 하면 합격한다! 합격 꿀팁! 이런 종류의 말.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이 글에서 해줄 수 있는 말은 아니라서요. 나는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싶었는데요. 이걸 안 하면 실격합니다! 이런 말을 할 수는 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실패 후기를 쓰면서 제가 실수한 부분들을 꼬집어보고 코딩의 더욱 기초를 다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고요.
잊지 말자! 기초 코드
꺼진 코드도 다시 보자! 보고 또 보자! 제발 보자! 미래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에요. 심화 코드를 외우다시피 익히다 보니 저는 아주 기본적인 코드를 까먹었습니다. 아뇨. 사실 기본 코드를 우습게 봤어요.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네요. 이 코드의 중요성을 말이에요.
html이라는 웹 코딩에는 css라는 디자인 파트가 있어요. 파일이 길어지면 읽기가 힘들고 유지 보수가 힘들어져요. 그래서 css를 따로 파일로 만들어서 html에 링크를 걸어서 연동시키는 방법이 있거든요? 그때 <link rel="stylesheet" type="text/css" href="css/index.css"> 코드를 꼭 써줘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해요. rel="stylesheet"은 css가 스타일 시트라는 것을 명시해주는데요. 이 코드가 생략되면 css가 로드되지 않습니다. 저는 몰랐어요. rel을 생략하면 css가 로드되지 않습니다!!!!(중요하니 한 번 더 강조하기.) href가 링크를 불러오는 코드라서 rel이 생략 가능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rel은 속성을 밝혀주는 것뿐만 아니라 css에 적용할 외부 리소스를 가져오는 자격이 있다네요. rel은 link의 필수 요소입니다. 저는 몰랐습니다. 아니죠.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휴...
매콤한 코딩의 세계
오늘 기분이 굉장히 매콤하네요. 집에서 가족들은 오늘 저의 합격 축하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핸드폰을 켜니 가족 카톡방에 "우리 딸~~~ 시험 잘 봐~~~"와 온갖 현란한 이모티콘이 있었습니다. 차마 손가락이 키패드를 치지 못하고 허공에서 맴돌았습니다. 겨우 힘을 내서 "나 실격이래..." 이렇게 말했더니 아빠는 "아직 모르는 거잖아~~~ 기다려보자~~~" 했습니다. 현장에서 시험관이 "실격입니다. 실격이라고 본인이 사인하고 가세요." 이렇게 두 번이나 확인을 시켜줬는데 아빠는 뭘 모르겠다는 걸까요. 아빠는 나한테 도대체 뭘 기다려보라고 하는 건지... 애꿎은 아빠에게 "뭘!!!!! 뭘 기다려!!!!! 다 끝났어!!!! 다 끝났다고요!!!" 화를 내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아빠는 저를 위로하고자 보낸 카톡일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속상해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며 비를 맞으며 매콤한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빠가 뭘 알아!!!!!!' 그렇게 내적 화를 내며 걷고 있는데 아빠가 "오늘 저녁은 회야~~~~" 하는 카톡에 눈물이 점차 줄어든 것은 비밀이에요. 엄마는 위로의 전화를 해줬어요. "온 가족이 너를 위로하려고 난리다. 오늘 집에 와서 저녁 같이 먹자~~~" 하는 엄마 말에 저는 또 금방 회복되었어요. 오늘까지만 우울해하고 내일부턴 다시 힘낼 겁니다!
합격증은 종이 쪼가리
예전의 저는 중요한 시험에서 떨어지면 자책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자격증과 인연이 좋지는 않아요.
대학시절 저는 동화과에 재학했고 동화구연 자격증을 준비했습니다. 스토리텔링 전문가? 뭐 그런 비슷한 이름의 자격증이었어요. 저는 필기도 열심히 공부하고 실기도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방심했습니다. 저는 무대에 혼자 서있으면 엄청 긴장하는 체질이라는 걸요. 집에서 저는 연습을 할 때 동화구연을 너무 잘해서 스스로 감탄을 했는데요. '이 정도면 통과하겠다.' 그런 생각에 자신 있게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저는 혼자 무대에서 동화 구연을 하는 실기 시험 때 대사를 몽땅 잊어버렸어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습니다. 눈만 꿈뻑꿈뻑하다가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다음 날 학교를 갔는데 그 시험에서 저만 떨어진 거예요. 너무 속상했습니다. 그때 저는 신세한탄을 했습니다. '사설 자격증 하나도 못 따는 애가 무슨 취업을 하나... 살아서 무엇 하나...' 시험 하나 떨어졌다고 제 존재의 유무까지 묻다니요? 지금 생각해보면 내 생각이 극단적이었다는 것을 알겠으나 그 당시에는 그런 사고 회로였어요. 무언가를 잘못하면 내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그래서 그 시절에는 포기도 쉽고, 회피도 쉬웠어요.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는 시절이었죠.
이번 시험에서는 시험 전에 두 가지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나! 시험을 보고 붙으면 내 부족한 점을 돌아보자. 하나! 시험을 보고 떨어지면 툭툭 털어버리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으시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고 회로가 저를 더욱 발전시킵니다.
저는 일이 잘 풀리면 기쁨에 도취되지 말고 오히려 제 부족한 점을 돌아보고자 했습니다. 내가 빨리 달리느라 혹여 놓친 것은 없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 주지는 않았는지, 내가 이기적인 선택을 많이 하지는 않았는지. 그랬더니 내 성공에 오히려 겸손해지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일이 안 풀리면 금방 툭툭 털어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 기회가 왔을 때 다시 올라설 마음과 몸이 준비되었어요. 사실 자격증은 종이 쪼가리 아니겠습니까.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취업에서 떨어지지는 않아요. 자격증이 없는 만큼 다른 것을 더욱 보충해서 열심히 하면 되겠죠. 자격증을 못 따도 인생이 끝나지는 않아요. 저는 오늘까지만 슬퍼하고 회를 먹고 툭툭 털어내고 내일부터 열심히 포트폴리오를 다듬어볼 겁니다.
한참 우울에 허덕이던 저에겐 큰 변화예요. 실패를 툭툭 털어내고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내 마음과 몸을 돌봐주기. 이 시간이 꼭 있어야만 다음 도전에서 다시 도전할 마음이 생겨요. 그런데 시험에서 떨어지니 슬프긴 슬프네요. 사실 지금은 슬퍼해도 되지 않나요. 생각해보니 저 시험에서 떨어진 지 아직 3시간도 안됐어요.
오늘 글을 쓰면서 조금 정리가 된 것은요. 제가 급할수록 기초를 무시하고 화려해 보이는 응용을 찾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사실 어제까지 기초 코드보다 응용 코드를 보느라 무척 바빴거든요. 급할수록 기초를 다지고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배웠네요. 하지만요! 머리로 알겠는데 마음으로 아직 내려오질 않네요. 저에게 며칠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다음번에는 부디 즐거운 글을 쓸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