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찌나 어리석은 사람인지...
내가 받은 상처만 생각하고
나만 상처받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어디선가 애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고 하는데,
그 말이 무슨 말인지를 아이를 키우면서 통감합니다..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어야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건 절대 그냥 알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을 깨달은 것은 그냥 평범한 저녁의 대화에서 였습니다.
아이가 얘기합니다.
"엄마, 내 친구들은 부모님들이 모두 의대가라고 한대,
의대 가라고 얘기 안하는 사람은 엄빠뿐이야
엄빠가 의대 가라는 얘기 안했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오히려 놀랐어"
요즘 아이들 참 안쓰럽고 안타깝습니다.
의대. 물론 좋습니다. 100세 시대에 전문직에 수입도 훌륭하고. 안정적이죠.
아이들 본인이 의사가 되고 싶은 건이라면 저도 적극 지지합니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면 아묻따 의대입니다.
아이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아이의 현재 성적이 어떤지
의대를 보내려면 얼마나 갈아넣어야 하는 것인지 외면하시려는 건지 아님 정말 모르시는 건지-
(의대가 아니더라도 각자의 기준에서 다 갈아넣어야 하는 것도 슬픈 사실입니다ㅠ)
아무튼, 저는 그냥 아이의 꿈을 응원합니다.
그 꿈이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현재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라고 무조건 응원합니다. 아이들은 모두 모양이 다 다르니까요
그리고 아이에게도 얘기해주었습니다.
"네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거야. 그런데 하다가도 마음이 바뀌거나 다른 상황이 생기면 바뀔수도 있어. 나중에 네가 좋아하는 그림을 취미로 하게 될 수도 있지? 하지만, 지금은 네가 그림을 하고 싶고 좋아하니까 우리 우선은 그걸 열심히 해볼까?
엄마도 예전에 플루트를 배우다가 취미로 하게 된 일도 있어."
이렇게 꿈은 바뀔수도 있다. 지금 좋아하는 것이 취미가 될 수도 있다라고 얘기해줬는데, 아이가 갑자기,
"응 엄마 나 할머니한테 얘기 들었어. 엄마가 플루트 전공하고 예고가고 싶어했는데, 집 사정상 못했다고. 그래서 취미로 하라고 했다고"
라고 하는 순간,
말도 안되게 그냥 갑자기 눈물이 나는겁니다.
'아 엄마도 그 일을 마음에 두고 있었어' 라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그 당시의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이제서야 되는 겁니다.
이제서야 말이죠.
제가 딸을 키우고 딸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밀어주는 이 순간에 말이죠.
저는 맞벌이에 아이가 하나니까 가능하다는 사실이 불현듯 성큼 다가왔습니다.
아 이런...
우리 엄마도.
저처럼.
사랑스러운 딸아이가 하고 싶다는 것을 얼마나 해주고 싶었을까요.
재능이 있다고 시켜보시라고 하는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서
집안 사정때문에 전공까지는 시켜줄 수 없다는 말을 해야만 했던
엄마의 마음은.
그 때 어땠을까요.
그 때 엄마는, 취미로 악기를 다루는 멋진 사람이 되라면서
위로로 정말 좋은 악기를 하나 사주셨습니다.
당시 저희 형편에 견주어 보았을때 정말 좋은 비싼 악기였어요.
그런 엄마의 마음을 전혀 몰랐던 저는
가끔 사람들을 만나면 플루트 전공하려고 했는데 못하게 해서
그 때 엄청 상처받았다고 하면서, 엄마가 참 미웠다고
그래서 막 가출을 해버릴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고,
그리고 가출 자금으로 그 새로사주신 플루트를 팔면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는 얘기를 약간의 MSG를 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얘기하고는 했습니다.
아....
그동안 저는 얼마나 어리석은 딸이었을까요...
나만 상처받았다고 생각하고 혼자 그 상처를 훈장처럼 떠벌리고 다녔습니다.
우리 엄마의 상처가 훨씬 컸을텐데 말이죠...
엄마가 되어보니 엄마의 마음을 알겠습니다.
오늘도 불효녀 반성 한 번 하고..
제 딸 덕분에,
이렇게 저는 아주 조금 또 어른이 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