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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붐 Jun 03. 2020

#1 오늘도 게하로 출근합니다.

게하 스텝의 업무는 어떻게 될까?

아침 9시, 게스트 하우스로 출근을 한 후, 공용 거실로 향한다. 공용 거실에서는 게스트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리얼과 토스트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한다. 나 역시도 시리얼과 토스트를 갖고 와 게스트들과 스몰토크를 하며 오늘의 여행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가볼만한 관광지를 추천해준다. 그리고 문의전화가 오면 예약 안내를 해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퇴실시간인 11시. 모든 게스트들이 퇴실을 한 11시부터는 본격적인 청소가 시작된다. 각 방을 돌며 수건과 침구들을 모아 세탁기에 넣고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한다. 그럼 보통 3시 정도가 된다. 


3시부터 6시까지는 자유시간이다. 스텝 일주일 차에는 이 자유시간을 알차게 썼다. 근처 재래시장을 방문하거나 바다를 보러 가기도 했다. 하지만 2~3주 차 때는 바다와 그 도시의 관광지들이 익숙해졌다. 자유시간에 외부로 나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3개월 차 때는 영어공부를 하거나 부족한 잠을 잤다. 


7시부터는 파티 준비를 한다. 파티를 신청한 게스트들의 명단을 확인하고 인원수에 맞춰 테이블을 세팅한다. 스텝 1주 차 때는 꼼꼼히 체크를 했어도 하나 둘 빼먹은 것들이 있었는데 3개월 차가 되었을 땐 눈감고도 세팅을 할 경지까지 올랐다. 반복학습의 힘인 것 같다. 약속한 파티 시간이 되면 하나둘씩 파티 장소로 게스트들이 모인다. 이름을 확인하고 파티 비용을 받은 후 정해진 자리로 안내를 해준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텝을 하며 다시금 깨달은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코리안타임'이다. 파티 시작시간을 게스트들에게 공지했음에도 제시간에 파티를 시작한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파티 시작 5분이 지나서도 사람들은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럼 나는 일일이 방문을 두들겨가며 파티원들을 모아야 한다. 그럼 또 하나 둘 어슬렁어슬렁 파티 장소로 모인다. 그럼 원래 약속한 파티 시간보다 10분~15분 정도 늦게 파티를 시작한다. 처음엔 어색하던 분위기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무르익는다. 한창 게스트들끼리 친해지고 재미가 극에 다다를 때쯤 파티가 끝난다. 아쉬워하는 게스트들에게 2차 공지를 한 후 파티를 정리한다.


여기까지가 게스트하우스 스텝의 매일매일 반복되는 업무이다. 


나의 경우에는 유급 스텝이었기 때문에 쉬는 날이 거의 없었다. 한 달 4번의 휴무일을 제외하곤 모두 게스트하우스에 출근해서 게스트들을 맞이했다. 매일매일이 반복되는 하루였지만 또 매일매일이 달랐다. 업무를 반복될지 언정 매번 만나는 게스트들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 점이 게스트하우스 스텝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매일매일이 똑같지만 매일매일이 다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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