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입이 서운해 마트에 들렀다. 마트 안을 한 바퀴를 도는데 마땅히 먹을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 (8체질식을 하고부터는 마트에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다.) 그러다 그나마 먹을 수 있는 바나나가 할인 중이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 바나나 양이 꽤나 많은데 천 원이나 할인이 되니 다른 곳보다 훨씬 저렴했다. 망설일 필요가 있나. 냉큼 바나나 한 송이를 집어 계산대로 향했다.
줄을 서고 차례를 기다리는데 내 앞에 할아버지 한 분이 계산을 하고 계셨다. 마트캐셔께서 할아버지의 카드를 받아서 계산을 해주고선 은은한 미소를 지으면서 카드를 돌려주고 예의를 갖춰 인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참 단정한 친절이라는 느낌이었다. 의무적으로 의례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짓는 미소와 태도였다. 이어서 내 차례가 됐다. 바나나를 계산하려는데
"어떤 카드세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봤더니 마트캐셔께서 "할인되는 카드가 정해져 있거든요."라고 말씀하셨다.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바나나는 한정된 카드나 결제수단에 의해서만 할인이 되는 상품이었다.
"어떤 카드가 할인되나요?"라는 내 물음에 어떤 어떤 것이 되는지 알려주셨는데 그중에 나는 GS pay 결제 방법이 가능해서 그걸로 결제하겠노라 전했다.
"잠시만요."하고 내가 결제수단을 찾고 있는 동안 마트캐셔께서는 "네"라고 대답하시곤 편안한 표정으로 기다려주셨다. 계산을 해주시는 분이 편안한 표정으로 기다려주시니 빨리 해야 될 것 같은 마음도 들지 않고 덩달아 마음까지 편안해졌다.
결제수단을 바꿔서 결제를 했더니 천 원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결제를 마치자 마트캐셔께서는 "천 원이면 작은 돈이 아니잖아요."라고 말씀하시며 방긋 웃으셨다.
기분이 참 좋았다. 할인을 받아서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누군가 나를 존중하고, 또 살뜰히 자신의 일처럼 챙겨주는 그 마음이 날 기분 좋게 했다.
일을 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을 하는지에 따라 디테일이 달라지고 그런 디테일의 차이는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낸다. 주인 된 마음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일을 대하든 사람을 대하든 진심으로 대하고 그 안에서 연구하고 먼저 제안한다. 그 안에서 나오는 디테일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계산을 해주셨던 분이 실제 그곳 사장이었는지 고용인인지 알 순 없지만 그분은 이미 그곳의 주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트를 방문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 상황을 대하는 태도가 그랬다. 그 모습이 참 품격 있었다. 주인 된 마음으로 사람과 상황을 대하는 자의 품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