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으로 두 달 가까이 닫혔던 집근처 도서관이 드디어 다시 문을 열었다. 3주 전부터 노리고 있던 우엘벡의 <세로토닌>을 빌리며 새로 들어온 신간도 훑어볼 생각으로 어제 오후 도서관에 갔는데 기대치 않았던 대어를 낚았다. <강철왕국 프로이센 1600-1947>이 그것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독일은 비스마르크의 통일 이전까지 많을 때는 300개, 어느 정도 통합이 이루어진 후에는 20~30개의 나라로 나뉘어져 있었다. 따라서 각각의 소국들의 역사를 상세하게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일찍부터 통합을 이룬 프랑스의 역사가 왕조를 중심으로 비교적 쉽게 파악이 가능한 반면 독일사는 어쩔 수 없이 프로이센이 부상하기 시작한 18세기 이전은 다소 뭉퉁그러진 덩어리로 모호하게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오스트리아까지 독일사로 포함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래도 영국, 프랑스, 러시아에 비해 명확하게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 거기다 독일의 핵심적인 국가라 할 수 있는 프로이센에 대한 역사서 역시 국내에는 출간된 것이 없어―독일 통사의 한 챕터로 다뤄지는 게 고작이었다―세부적인 흐름을 파악하며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프로이센이 이럴 진데 바이에른이나 뷔르템베르크, 작센은 기대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크리스토퍼 클라크의 <강철왕국 프로이센>은 더없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출판사가 마티인데, 독일사와 관련한 좋은 책들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어 예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곳이다. (여기서 출간한 독일사 관련 서적으로는 슈페어의 <기억_제3제국의 중심에서>와 <함락된 도시의 여자: 1945년 봄의 기록>, 존 앨리스의 <참호에서 보낸 1460일_사상 최악의 전쟁, 제1차 세계대전의 실상> 등이 있다)
1000페이지 넘는 분량으로 프로이센의 성립과 소멸을 다룬 이 책은―현재 60페이지정도 읽었는데 아주 흥미롭다. 영국 사학계의 역사서술 방식이 서사적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중이다―독일사 연구자들과 독일사에 흥미를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만족을 주리라 확신한다.
P.S.
<세로토닌>은 썩 만족스럽지 않다. 아직 4분의 1밖에 읽지 않아서 조금 성급한 평가일수도 있지만 어쨌든 현재까지 읽은 소감으로는 내가 우엘벡의 작품 중 가장 높게 평가하는 <지도와 영토>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우엘벡이 62세로 아직 창작력이 고갈될 시점은 아닌데..
하지만 남은 분량이 많으니까.. 기대를 버리지 않고 계속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