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질체력이었다. 군 제대 후 운동과는 철옹성 같은 담을 쌓았다. 땀을 흘리는 것도 싫었고 헬스장을 가는 준비과정조차 내게는 참 버거운 일이었다. 그 결과 만성피로에 시달렸으며 샤워 후 기세 등등한 뱃살을 볼 때마다 자존감이 소폭 하락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15년이 흘렀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들게 되었고 샤워를 하는 어느 날 '이대로 살다가는 죽겠구나'라는 공포가 밀려왔다. 그럼에도 운동을 시작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새벽 기상 및 여가시간을 활용해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하는 루틴을 깨고 싶지도 않았다. 운동을 하지 않으며 몸을 혹사시키는 비용을 치르게 된 건 작년 10월이었다. 허리디스크가 터졌고 생전 처음으로 병원에 장기간 입원을 하게 됐다.퇴원 후에도 한동안은 제대로 의자에 앉지 못하였고 전보다 더 큰 피로감과 무기력증이 몰려왔다.
운동을 꾸준히 할 수밖에 없는 장치가 필요했으며 고심 끝에 PT를 받는 걸로 결정했다. 적지 않은 비용이었지만 PT를 끊게 되면 강제로라도 헬스장을 나가야만 한다. 못 나가는 경우 사유와 일정 변경을 위해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그렇게 주 3회 PT는 시작되었다. 신장 180.9cm, 몸무게 86kg, 말린 어깨, 팔 굽혀 펴기 10개가 나의 시작이었다.
헬스장을 나가는 준비과정조차 내게는 참 버거운 일이었다.
PT는 정말 고통의 시간이었다. 하루는 스쿼드 200개, 하루는 가슴, 어깨, 배 등 특정부위를 집중적으로 조지는(원장 님 피셜 전문용어란다) 작업을 주 3회씩 반복을 했다.
그렇게 6개월이 흘렀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내 생애 처음 겪는 일이었다. 주 3회만 PT를 받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PT가 없는 날에도 매일 헬스장을 가는 낯선 나를 마주했다.
PT 5개월 차부터는 팔 굽혀 펴기 100개 + 윗몸일으키기 60회& 트위스터 150회 준비운동을 시작으로 PT 1시간 동안 스쿼드 200개 or 특정부위 집중 운동을 마치고 러닝머신 30분~1시간으로 마무리했다.
PT 6개월 차인 지금 사라진 뱃살(작년만 해도 와이셔츠를 입을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특히 점심 후 카페에 앉을 때..) 만성피로 탈피, 몸무게 감량, 펴진 어깨(이건 가족 및 가까운 지인 피셜, 운동 시작 전 어깨가 말렸었다는 것도 그들에게 들었었다) 등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만큼 아깝지 않은 값진 결과물을 얻었다.
남 부럽지 않은 저질체력과 뱃살을 탈피한 것만으로도 목표는 달성했지만 몸이 변화되는 것에 재미가 생겼다. 아직 식단까지는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하지만 식단 조절을 하며 올해 안에는 꼭 바디 프로필을 찍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