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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조커 Jul 25. 2021

취업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대한민국에서 취준생으로 산다는 것

 2019년, 한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업체에서는 기업 576곳을 대상으로 '퇴사율 현황'에 대해 조사를 했다. 2년 차 이내 퇴사율은 70.3%였으며, 10명 중 8명은 3년 차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퇴사를 했다고 답했다. 퇴사의 가장 큰 이유는 이직(41.7%, 복수응답)이었으며, 업무 불만(28.1%)이 2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연봉 불만, 인간관계, 잦은 야근 등  퇴사를 하는 요인은 다양했다. 신입사원 시절 연수를 받을 때였다. 처음에는 서로 데면데면할 수밖에 없지만 3~4주 차에는 조금씩 친해지게 된다. 동기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정식 입사도 하기 전부터 퇴사를 생각하거나 큰 고민과 계획 없이 취업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대부분은 부서 발령 후 1년도 되지 않아 퇴사를 했고 사표를 내지 않더라도 회사를 다니며 '여길 계속 다녀야 되나'라는 불평만 하며 의미 없이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10년 전의 일이지만 시간이 흘러도, 다른 회사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10명 중 8명은 3년 차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나는 2달 주기로 펌을 받는 단골 헤어스튜디오가 있다. 어느 날은 원장님과 미용시장의 채용시스템에 관해 대화를 나누게 됐다. 헤어스튜디오의 경우 취업을 한다고 해서 바로 디자이너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며 단계를 밟아야 한다. 원장님은 최근의 신입들은 그 과정을 인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여러 체인점을 가질 만큼 규모가 컸지만, 10명 중 9명은 입사 후 1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했다. 무단 퇴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일을 배우려면 최소 1년에서 2년이란 시간이 필요한데, 그 기간을 기다리지 못한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이와 함께 요즘 신입들은 충성심과 끈기가 없다며 한탄했다.


 일반 회사는 다를까? 대기업에서 결코 적지 않은 연봉과 복지를 누리면서도 충성심이 없는 사람들을 무척이나 많이 봤다. 전 직장에서 만났던 한 직원의 사례를 소개한다. 대화를 해보면 회사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퇴사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며 불평만을 늘어놓았다. 이미 회사 내에서 그녀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은 돌고 있었다. 조직이란 참 무서운 곳이다. 회사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의 평판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나는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대화를 시도했다. 그녀는 얼떨결에 회사에 들어왔고, 맡은 업무도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힘들다고 했다. 이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합격하는 곳이 생기면 바로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직을 위한 특별한 준비나 계획은 없었다. 단지 현재의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했다. 나는 그녀에게 이직을 빨리 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방향 설정이 먼저라고 조언했다.


회사에 대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의 평판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감동적인 OST와 아름다운 영상미의 압권으로 골든글러브 7관왕을 석권한 영화 <라라랜드>가 있다. 영화는 꿈과 사랑이란 2가지의 큰 주제로 전개되는데 여기서는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인상 깊었던 주인공은 여주인공 미아가 아닌 남주인공 세바스찬이었다. 세바스찬은 돈도 못 벌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 음악가지만 재즈음악을 손님들에게 자유롭게 들려주는 재즈 바의 사장이 되는 꿈을 가지고 있다. 세바스찬은 우연한 기회에 대중적인 밴드에 들어가 부와 명성을 얻게 된다. 밴드 생활을 하며 모은 돈으로 자신의 꿈인 재즈 바의 사장이 된다.


 세바스찬은 처음부터 대중 밴드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밴드 활동을 하며 인지도를 쌓고 돈을 벌었다. 이런 시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원천이 된 것이다. 영화지만 현실에서도 충분히 적용해볼 수 있는 사례이다. 당장 꿈을 이루기 위한 돈, 경험, 실력이 부족하다면 일단 비슷한 분야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지만 본인이 원하는 직무가 있다면 배울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다. 그것도 돈을 받으면서 말이다. 꼭 회사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비슷한 길을 가는 사람 밑으로 가 일을 배우는 방법도 있다. 자수성가 성공 스토리가 드라마 및 뮤지컬로 나올 만큼 유명한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대표는  야채가게를 열기 전 전국을 돌아다니며 장사하는 사람들 밑에서 일을 배웠다. 그는 자신이 꿈으로 생각하는 분야의 조직에 들어가 3~5년 경험을 하는 이 성공의 중요한 열쇠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꿈을 위한 기초를 쌓는 것도 취업의 방향을 잡는 하나의 방법이다.


자신의 꿈을 위한 기초를
쌓는 것도 취업의 방향을
잡는 하나의 방법이다
영화 <라라랜드>

 신입사원 시절 20년 선배였던 지점장님께서 해주신 조언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입사 5년 이내 쌓은 실력과 평판이 회사에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한다. 직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입사하자마자 전력투구해야 한단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생각해봐도 결코 틀리지 않은 조언이었다. 조직에서 실력이 없는데 노력하지 않은 사람들의 가장 큰 손해는 승진을 못한다는 것이다. 직장인에게 승진은 정말 중요하다. 말로는 신경을  안 쓴다고 하지만 동기나 후배가 자신보다 먼저 승진하는 것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취업을 늦게 하더라도 자신의 적성을 찾아 상대적으로 재밌게 일하거나 노력하는 경우 인정을 받고 승진도 잘한다. 이들은 또한 함께 일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끔 한다. 취업의 방향을 잘 설정함으로써 자신이 노력하며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를 찾길 바란다. 취업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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