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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닫는마음씨 May 15. 2024

영원의 숲 #12

"마음갤러리"




  테이블을 쇼케이스처럼 삼으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마음을 갤러리로 삼아도 그럴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을 모아, 나만의 미술관, 나만의 전시장, 나만의 헌책방을 만드는 꿈은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가져본 꿈이 아닐까.


  눈을 감고, 푸른 들판에 서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껴본다.


  눈을 감아보니, 그게 이미 마음속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반했던 삶의 어느 순간, 삶이 작품으로 경험되었던 그 순간은 지금도 빛을 잃지 않고 생생히 우리 안에 살아 있다.


  아마도 영원할 것이다.


  마음은 영원의 갤러리.


  우리가 이 삶을 얼마나 좋아하고, 또 기뻐했는가의 그 증표들.


  나는 인간에게 어떠한 임무가 맡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그 임무를 위해서라고도 믿는다.


  우리가 삶에서 만나 그토록 반가웠던 그 어느 것이라도 이 우주에서 홀로 사라져갈 먼지가 아닐 수 있도록, 그것들을 마음에 고이 담아 영원으로 모셔오는 바로 그 일이 인간의 아주 멋진 임무라고 궁서체로 되새겨본다.


  그 임무는 고전적인 용어로 사랑이라고 불린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 사랑한다면 우리는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 중인 것이다. 따로 더 해야 할 일은 없다. 사랑하는 것이 잘못될까봐 노심초사하며 어벤져스가 되어야 할 일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사랑했다면 우리는 이미 성공했다.


  마음갤러리에 그것을 위한 영원의 자리가 마련되었다.


  지장보살의 비유를 다시 생각해본다. 지장보살은 지옥으로 내려가 거기에 있는 중생들이 자유를 얻어 지옥이 텅빌 때까지 계속 지옥에 머물겠다는 서원을 밝힌 존재다.


  무엇이 다를까?


  우리는 거듭해서 지구로 와, 한 세상 만나는 많은 것을 영원으로 담아가려고 한다. 저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처럼 다 영원의 빛으로 밝아올 때까지 아마도 지구에 한동안 머물 것이다. 자꾸 돌아올 것이다.


  아기예수님은 계속 태어날 것이고, 꽃 한 송이를 든 붓다의 미소도 계속될 것이다.


  결핍에서 비롯하지 않은 아주 순수한 그리움의 크기를 본 사람이 있다면, 그는 우주가 그 안에 있었다, 라고 말할 것이다.


  사랑은 순수한 그리움, 다 그 안에 있다.


  마음갤러리 안에.


  선(禪)에서 말하는 '번뇌즉보리'라는 표현을 나는 '마음은 사랑이다.'라고 바꾸어 쓰기를 좋아한다.


  마음을 사랑으로 삼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아주 많다.


  눈을 감으면, 마음갤러리에 하나둘 불이 켜진다.


  생생한 빛이 밝아와, 나는 이것이 삶이었음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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