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생 처음으로 헬스장을 갔던 때가 기억이 난다. 4년 전 11월에 헬스장이라는 곳에 발을 디뎠다.
내가 운동 습관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내 방에 있는 샤오미 체중계 때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체중을 재는데 앞자리가 바뀐 건 물론, 계속 몸이 무거워졌다. (주식이나 좀 이렇게 오르지)
옷장 속에 있는 옷이 하나둘씩 맞지 않기 시작했다.
난 내가 살이 찔 줄 몰랐다. 어릴 적 한의사 선생님이 '넌 절대 살 찌지 않을 거야'라고 그랬는데. 그래서 그 말만 믿고 '44' 사이즈 아르마니 드레스도 샀는데. 젠장.
지인에게 헬스장과 PT 선생님을 추천 받았다.
PT 선생님과 인바디를 쟀는데 선생님이 "유경님 근육량이 너무 없어서, 마른 비만이시네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내가 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나열하기 시작했다.
1. 일주일에 3번 운동하기
2. 단백질 끼니당 24g 씩 먹기
3. 매일 스트레칭하기
첫 번째 든 생각. '내가 저걸 어떻게 해' 였다.
아니 일주일에 3일이나, 2시간씩 체육관에 시간을 써야 한다고? 아 시간 아까워.
단백질 24g. 나도 이제 닭가슴살 먹어야 된다고. 오 맙소사.
매일 스트레칭이라니. 아니 일어나서 회사 가기도 바쁜데 아침에 언제 스트레칭을 하나는 거야.
사실 너무 하기가 싫었다.....=_=
결정적으로, 카드 결제를 하러 간 선생님을 기다리는데 민소매를 입은 두 남정네가
"운동 끝나고 뭐할거야?"
"집에 가서 브로콜리에 닭가슴살 먹고 자려고"
라고 했다. 으. 이게 그 말로만 듣던 '헬창' 대화인가.
이렇게 나와 운동은 만나게 됐다.
사실 3년간은 거의 PT만 나왔다.
일을 마치고 피곤함 몸을 이끌고 운동을 하러 간다는 것이 참으로 귀찮은 일인데, 그것보다 그 공간에 있으면 숨막히게 어색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었다.
번호를 띡띡띡 찍고 문을 통과하고 내 락커키를 찾아 들어가는 순간 나를 맞이하는 건, 무게 치는 남성들의 목소리와 왜 운동을 하는지 모르겠는 예쁜 몸매의 여성들이다. 그때부터 기가 '팍' 죽는다. 머리 속에선 '내가 못 하니까 운동 왔지, 잘했으면 집에서 하지!'라고 수없이 되뇌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주눅이 든다.
그래서 그런가, 운동의 효과는 그닥 없었다.
아 물론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고.. 내가 생각했던 것 만큼은 아니었다.
남들은 3달만 해도 복근이 빡! 나오고 허리가 쏙! 들어가는데 난 똑같았다.
근력보다 식욕이 성장했다. 니기럴것.
여러 생각을 한 결과, 스스로 운동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월 수 금 일 이렇게 운동을 하기로 작정했다.
잘 지켰냐고? 어느 정도는 잘 한 거 같다.
가장 큰 질문은 그것 아니겠나.
어떻게 했냐고.
일주일에 한 번도 운동 겨우 가던 내가 어떻게 네 번을 가게 됐냐고.
그.냥.했.다.
이러다 보면 되지 않을까 하고 그냥 하고 있다.
이러다 보면 40대에 바프도 찍어보지 않을까.
이러다 보면 근육짱 언니로 인플루언서가 되지 않을까.
이러다 보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