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노래들과 라미 말랙의 연기 중 누가 신부이고 부케일까?
결혼식의 신부를 위해서 부케는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케는 신부를 돋보이게 하는 조연으로 머물러야지, 주연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끔 음악 영화들을 보면서, 영화를 위해서 음악을 만든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게 때문에 매번 새로운 음악 영화들의 개봉 소식을 들을 때마다 볼지 말지 고민을 하곤 한다. 물론 개인의 취향 문제이기 때문에 이게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난 항상 영화가 신부이고 음악은 부케이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설적인 영국의 락밴드 ‘퀸’의 탄생과 성공, 갈등과 화합 그리고 그룹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다루고 있다. 영화가 시작되고, 주옥같은 퀸의 명곡들이 시간의 흐름 순으로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난 속으로 과연 영화와 음악 중에 누가 신부이고 부케일까라는 질문을 또 하게 되었다. 스피커를 통해서 쏟아지는 곡들이 정말 대단한 퀸의 명곡들이기에 음악이 신부가 될 것이라는 나의 기우를 잠재우고, 점점 라미 말랙 (프레디 머큐리 역)의 얼굴 표정, 몸짓 등에 난 몰입하게 되었다.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하나로 만드는 그의 에너지, 자신이 동성애자란 사실을 깨닫고 초반에는 당황하지만 점점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모습, 에이즈에 걸린 자신의 상황을 동료들에게 담담히 이야기하며 사상 최대의 콘서트 (Live Aid)를 앞두고 연습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등에서 라미 말랙은 그 자신이 마치 프레디 머큐리가 부활한 것처럼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낸다.
왜 배우들의 연기가 신부가 되어야 할까? 최근에 본 영화들을 비교해 가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 영화들은 바로 퍼스트 맨, 스타 이즈 본, 그리고 보헤미안 랩소디이다. 퍼스트 맨에서 음악은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비행선 안에서 발생하는 시끄러운 기계음을 통해서 조종사들의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마지막으로 적막을 통해서 우주의 광활함과 신비로움을 잘 표현해서 배우들의 연기에 더 잘 몰입할 수 있도록 사용되었다. 하지만 ‘스타 이즈 본’에서는 너무나 매혹적인 음악들이 영화 전체에 삽입되어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간 것 같아서 아쉽다. 영화가 끝나고 인상 깊은 장면을 생각해 봤는데, 놀랍게도 별다른 장면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영화의 음악들이 매우 좋았다는 생각만이 들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는 영화 초반/중반부에 퀸의 명곡들이 흘러나오면서 음악에 더 심취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압도적으로 남자 주인공의 연기에 시선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명곡들이 흘러나오고,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지지만, 프레디 머큐리의 얼굴 표정, 입모양, 무대 위에서 쏟아내는 몸짓들은 그런 노래와 소리들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할 만큼 엄청났다.
한 편의 훌륭한 영화를 위해서 음악이 차지하는 부분이 중요하고 갈수록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입장에서 음악이 다른 모든 것들보다 우위에 있다면 마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아닐까! 이런 나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앞으로도 음악영화에서 음악은 부케로써 신부인 영화를 더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
- 커버 이미지 : 구글 이미지 - 보헤미안 랩소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