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소의 가봉 생활기 - 1탄
2018년 12월 13일 아프리카 가봉이란 나라에 도착을 했다. 2016년 1월 콩고 민주 공화국에서 귀국을 했으니까 약 3년 만에 다시 아프리카로 복귀한 셈이다. 이번에 내가 가봉에 온 이유는 IT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한국기업에 불어 통역관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이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언제 종료될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6개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음), 정기적으로 이곳에서 보고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글을 쓸 예정이다.
세례식의 사전적 의미는 '기독교/천주교에서 세례를 베푸는 의식'이다. 아프리카에 처음 도착한 외국인들에게 과연 어떤 의식이 세례식과 같은 의미를 줄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핸드폰의 개통이다. 우리들에게 핸드폰의 개통은 통화와 인터넷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 아프리카에서 핸드폰을 개설한다는 것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아프리카 대륙의 각 나라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은행 혹은 ATM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는 나라에서 사람들은 핸드폰을 이용해서 다양한 금융 서비스의 혜택도 누리고 있다. 누군가에게 돈을 보낼 때, 계좌에 돈을 넣거나 찾을 때, 혹은 본인이 구매한 물건 대금 지급을 은행이 아닌 핸드폰을 통해서 사람들은 손쉽게 이용하고 있다. 우리에게 대단히 혁신적으로 들리는 핀테크가 이곳에서는 벌써 많은 사람들에게 오래전부터 (2010년부터) 이용되고 있다. 그것도 스마트폰이 아닌 한국에서는 이제는 보기 힘든 2G폰으로. 내가 머물고 있는 수도인 리브르빌에서 핸드폰 개통하기는 지방에 있는 것보다는 그나마 쉬울 것이다.
핸드폰 개통을 위해서는 신분증 (여권)과 본인이 휴대전화에 충전하고 싶은 만큼의 금액을 들고 근처에 있는 통신 영업점을 방문하면 된다. 장소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통신사 영업소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1-2명이 운영하는 조그만 규모의 1인 기업 형태로 존재한다. 내가 찾아간 곳은 프뤼덩스 (불어로 신중함)이라는 여성이 일하고 있는 회사 근처에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신분증을 보여주고, 본인이 선택하고 싶은 통신사를 선택하면 끝이다. 보기에는 쉽게 끝날 것 같지만, 실제 휴대폰 개통하는데 이틀이나 걸렸다.
그 이유는 신분증을 달라고 했을 때, 여권을 사무실에 두고 갔기 때문에 주민등록증으로 시도했다. 그 당시에는 개통이 된 것처럼 보였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크레디트가 충전이 되질 않아서 다음날 다시 들르기로 약속을 하고 나왔다. 다음 날 오후에 방문을 하니 내가 제시한 신분증이 중국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가봉에서도 대부분의 아시아 사람들은 중국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여권으로 다시 스캔을 해서 보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래서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서 여권을 가지고 다시 갔다. 내 여권을 휴대폰으로 찍어서 보내고, 승인을 득한 후에 드디어 충전이 가능해졌다. 19,000 cfc (세파 프랑, 한화로 약 38,000원) 충전을 위해서 돈을 지불하고 크레디트가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주인아주머니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왔다.
사실 이번에 아프리카에 다시 나온 이유는 향후 나의 커리어와 관련해서 일종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실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장차 아프리카 전문가가 되기 위해, 아프리카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의 경험을 가지고 싶어서 나오게 되었다. 약 6개월간의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새롭게 배우고 느끼면서 귀국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