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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리인 Feb 15. 2023

성형의 추억

누군지 몰라봤어


#1  저런 미인이 있었다니


 캠퍼스의 넘치는 활기와 에너지가 사무치듯 그리웠다. 군에서 휴가 나온 길에 학교를 들렀다. 도서관  열람실에서 학습에 열심인 친구를 보니 반가웠다.


 자판기 커피를 뽑아 들고 안부를 주고받았다. 시끌벅쩍한 웃음소리에 바라보니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학생 서너 명이 어느 여학생에워싸고 연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선을 확 끌 정도로 미인으로 순정만화 주인공 같았다. 짧은 미니 스커트, 커트 머리가 발랄함을 돋보이게 했다. 남학생들이 낯이 익었다. 자세히 보니 예비역 과 선배인 것 같았다.


  “저 남학생들 과 선배들이냐?”   


  “다 우리 과야. 제 몰라? 우리 동기 한유미잖아?”


  “한유미라고? 수업 같이 들었는데 모를 리 없지, 맞아? 아닌데…”


  “아, 참…. 몇 달 전에 쌍꺼풀 수술했잖아.”


 때 마침, 그녀가 나를 보고 반가워한다.


 "군 생활은 어때? 건강해 보이네."


 “어... 너도 잘 지내지?” 멋쩍어하면서도 자꾸 눈이 갔다.


 ‘사람의 인상이 한순간에 바뀔 수 있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다. 삼십 년 전 일이지만 성형수술의 파괴력(?)을 처음으로 실감한 순간이었다.  




#2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얼마 전 고향을 찾았을 때다. 여느 때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도 들리고 일을 본 뒤에 시장을 찾았다. 한편에 차를 대고 있었다. 누가 갑자기 조수석 창문을 두드린다.


  어느 중년 아주머니가 뭐라고 하는 거 같았다. ‘아마 차를 잘못 찾았나 보다’ 하는 생각에,


 “이 차 아닙니다.” 하고 손사래를 쳤다.


 무슨 말을 또 다. 할 수 없이 창문을 내렸다.


 “조카 맞네. 시장 일 보러 온 거야?


 ‘다른 사람입니다.하는 말을 간신히 멈췄다. 자세히 보니 친척 어른이었던 것이다. 성형수술을 하고 처음 본 탓에 잘 몰라봤다.


 “아, 숙모님. 시내에 일 있으셨어요?”


 부랴부랴 인사를 드렸다. 몇 달 전에 어머니가 숙모가 성형수술을 했다고 한 말이 생각이 났다.


 일흔을 바라보는 연세인데도 열 살은 젊어 보일 정도로 피부도 좋고 인상도 확 달라졌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몇 년 만에 뵈니 더 젊어지셨네요.”


 “이렇게 만나니 저도 반갑네요. 교통편이 안 좋은데 모실 수 있으니 좋지요.”


 몰라 뵈어 죄송스러운 마음에 평소답지 않게 말이 많아졌다.



 회사에서도 점 제거 시술을 하는 이들이 많이 보이더니 몇 년 전부터는 눈썹 문신 시술이 유행이었다.


 “K차장! 숯검댕 눈썹이 송승헌이 따로 없는데. 보기 좋다”


 “예, 와이프에게 점수 따려고 같이 가서 했어요.” 하는 그의 말이 정겨웠다.


 이제 성형은 우리 삶에 어느새 깊게 자리한 듯하다.  




 10여 년 전 부산 출장길에 서면역에 숙소를 잡았다. 저녁에 주변을 둘러보다 역 주변에 성형외과 병원이 언뜻 봐도 100여 개는 되어 보여 놀랐다.


 ‘일본과도 가까우니 일본인도 많이 찾겠네, 시장이 엄청 크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벌써 한국 의료 관광시장은 앞서 나가고 있었던 듯하다.


 한국 성형시장은 약 5조 규모로 세계의 25%를 차지한다고 한다.(주간조선)


 아름다움 추구, 한국인 특유의 경쟁의식, 수준 높은 의술과 외국인의 매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9년 기준 외국인 의료관광객은 50만 명,  글로벌의료관광지수 순위는 20년 14위 (국제헬스케어 리서치센터)로 의료 수준, 미용, 음식, 쇼핑, 한류 콘텐츠 등 시너지를 고려할 때 잠재력이 크다.

 

 성형 이외의 질환, 건강검진 등 다른 의료 분야도 해외 관광객이 대거 찾을 수 있도록 마케팅과 제도 완화, 시스템 구축, 서비스 개선에 힘을 쏟자.


 의료 분야야말로 경기 변화와  있는 나라들에 덜 휘둘리는 산업으로, 수명 연장에 따른 지속 성장 영역이다.


 수준 높은 우리의 술(醫術)을 토대로 정(情)이 느껴지는 서비스, 의료를 중심으로  관광 콘텐츠를 연계하자.


 반도체, 조선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을 넘어  다른 미래의 동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미지 출처 : 제목 -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JTBC)  #1 - 게티이미지뱅크  #2 – 픽사베이, 서울특별시

 

#마케팅 #서비스 #한류 #규제완화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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