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궁리인 Feb 22. 2023

접대를 왜 해야 하지?

사람이 눈치가 없어


#1  뿌리쳤어야 했는데


 “부지점장! 영업은 할 만해?”


 관리자로 승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K인사과장의 전화를 받았다. 특유의 능글맞은 목소리로 안부를 묻더니,


 “승진했는데 술 한잔 사야지. 내가 건너갈게”


 그리 친분이 있지도 않고 내키지 않았지만, 옆 부서에서 같이 근무도 했기에 놀러 오라고 했다. 저녁 식사와 함께 술 한잔하고 배웅을 했다.


 ‘그 사람 스타일이니 어쩔 수 없지. 이제 뭐 딱히 볼일도 없으니…’ 하고 통과의례라 생각했다. 당시 직원이 1천 명이 채 안되던 때였는데 느슨한 분위기도 있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두어 달 지났다. 실적이 부진해 동분서주하던 어느 날, 또 그의 전화가 걸려왔다.


 “잘 지내나 해서, 저녁이나 하자고”


 

 어쩔 수 없이 알았다 하고 ‘술 좋아하니 맥주 한잔하고 보내야지’ 싶었다.


 근처에 마땅한 곳으로 예약하고 안내하려 하니, 정색을 하며 짜증을 낸다.


 “넌 왜 그리 눈치가 없냐? 내 스타일 알잖아”


 순간 멍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유흥주점을 좋아하는 그였지만 대놓고 본색을 드러낼 줄은 몰랐다. 화가 났지만 인사과장의 위세에, 수소문해 그리로 안내했다.


 “승진했으면 접대를 제대로 해야지. 사회생활은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가는 도중에도 조언이랍시고 떠든다.


 ‘당신 아니어도 되고도 남았어. 인사과장이라는 사람이 대체 뭐 하는 거야' 분을 삭이면서 가게에 다다랐다. 자리를 같이 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오늘 부모님이 올라와서요.” 먼저 들어가 보겠다고 하니, 계산하는 것을 보고 모른 척 웃음을 흘리면서 그러라고 한다.


 그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한 나 자신에 화가 나서, 집 앞에서 쓴 소주를 들이켰다.




#2  선물은 준비했어?


 “이번 지점 방문, 신경 써서 준비해 봐. 그 양반이 술 한 잔 하고 선물 받는 거 좋아해.”


 담당 본부장의 전화였다. 연초에 총괄 임원이 새로 와서 지점을 순방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다른 지점장이 볼멘소리로,


 “선물 가격대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하지? 아이템이 잘 떠오르지 않네.” 하는 말에,


 ‘그냥 지점 직원들 격려해 주고 애로사항 들어주면 깔끔하고 좋을 텐데...


 마뜩지 않았지만, 유명 전통주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 날이 되어 자리로 안내하니 마음에 들어 하는 표정이다. 기분이 좋은지, 점심 즈음에 시작한 자리가 3시를 훌쩍 넘겼는데도 계속 이어진다.


 ‘직원들 붙잡아 놓고 이건 아니지’ 마음이 영 불편했다. 슬슬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기념품을 전달했다. 고급 전통주라는 말에 흡족해한다. 가까스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때로는 내키지 않은 일도 경험하는 것이 직장 생활이다. 급여, 근무환경, 복지 수준 등 처우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업무 외적으로 불필요한 일도 최소화하자.


 누군가의 즐거움이 또 다른 이에게는 스트레스와 상처가 된다.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하기보다는 조직이 적극 개입해서 문제를 없애야 한다.


 상식과 합리를 기본으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할 때, 같은 성과라도 더 빛이 난다. 모두가 꿈꾸는 직장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제목 #1 #2 – 픽사베이


#인사 #선물 #승진 #술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