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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궁리인 Mar 22. 2023

선생님 마음 알겠습니다

스승은 누가 박제했는가?


 넷플릭스 드라마 “더글로리”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교사의 폭력문제도 대두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니, 새삼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1  이게 아니었는데

 

 고등학교 졸업 20주년을 기념해 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홈 커밍 데이” 행사를 한 적이 있었다. 1박 2일로 축구, 농구 등 운동 경기도 하고 저녁에는 축하 행사가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오랜만에 농구 경기에 출전했다. 얼마 못 가 헐떡대고 몇 차례 나둥그러졌지만 20년 만에 친구들과 함께 하니 신이 나서 아픈 줄도 몰랐다.


 이어서 300여 명 가까운 인원이 참석해 만찬이 성황리에 시작되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지자체장, 기업 총수 등 대선배님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었다. 여기저기 반가운 인사와 안부로 금세 어수선해졌다.


 

 옆 테이블이 시끄럽기에 돌아보니 영화배우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친구가 온 모양이다. 사인해 달라고 구들이 종이를 내민다. 조용하기만 했었는데 배우를 할 줄이야... 


 수학 담당이었던 담임 선생님이 도착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인사를 드리고 안부를 묻고 술을 따라 드렸다. 교장 선생님으로, 재직 중이라 하신다. 우리가 3학년일 때는 30대 후반으로 한창 나이었다.  


 대화가 이어지지 않자 누군가 술을 올리며 농담 삼아,


 “선생님에게 참 맞기도 많이 맞았어요. 공부를 안 해서 200대는 맞은 거 같아요” 한다. 다른 친구도


 “서울대 간 애들 빼놓고는 거의 다 맞았지요. 저도 50대는 될 걸요”


 옆자리의 선생님을 슬쩍 보니 얼굴이 어진다. 웃자고 한 이야기가 역효과가 난 모양이다. 분위기를 바꾸려고 서둘러 술잔을 올리며 화제를 돌렸지만 뜻하지 않은 이야기에 당황한 것이 표정에 묻어났다.


 성적이 안 나왔을 때 불려 나가 엉덩이를 맞았는데, 당시에는 창피하고 화도 나고 아프기도 다.


 체벌이 없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자극을 주려던 선생님의 마음을 다 알기에  불만은 없었다.




#2  뜻을 펼칠 수 있도록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반장이었는데 선생님이 왠지 함부로 대하는 것이 느껴졌다. 집에 가서 어머니에게 괜히 나한테 짜증을 낸다고 이야기를 했다.


 “알았어. 내가 한 번 찾아가야겠구나” 한다.


 어느 순간 선생님이 180도 달라져 나를 대했다. 어머니에게 물었더니, 찾아갔다 한다. 어린 나이인데도 선생님에 대한 반감이 더 커졌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그랬고 그런 것에 익숙한 분이았던 듯하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어머니가 학교에 찾아오는 것이 싫었다. 소풍에 선생님 도시락을 챙겨드리거나 학년이 바뀌면 선생님을 찾아뵙곤 했는데, 그게 너무 싫어서 신경질도 많이 부렸다.


 돌이켜 보면 듣도 보도 못한 체벌을 하거나 소양이 부족한 교사들도 있었지만, 자신의 일을 소중히 여기고 학생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들도 많았다.




 

 시간이 흘러 환경의 변화로 교육현장에서의 교권 추락은 벌써 오래된 일이 되었고, 이는 명예퇴직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4,638명이었던 연간 명퇴 신청자는 2018년 6,143명, 2019년 7,538명, 2020년 8,024명이다.


 2011년 교사의 체벌금지 등 제도변화와 소득 증가,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교육 환경이 변화한 만큼 생활인, 직업인으로서 교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뜻을 펼치지 못하는 교사도 많을 것이다. 직무 환경을 살펴보고 본업에 충실하도록 해, 교사로서 보람을 찾도록 하는 것이 선결과제라 생각된다.



 학폭, 교사 폭력 등 교육계 스스로의 자정 노력도 교육 환경 개선에 직결되니 서둘러야 한다.


 교육 종사자들의 만족이 학생의 행복과 학부모의 만족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개선의 강도를 올리면 좋지 않을까?


 자식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것을 보면 흡족하다.



이미지 출처 : 제목 -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1 - 픽사베이, 영화 4등  #2 – 영화 선생 김봉두, 픽사베이    

                                                                             

#촌지 #학생 #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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