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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박한 Jul 28. 2023

내가 대단하다고?

그저 엄마가 키워주신 대로 살았을 뿐인데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나의 환경을 위한 실천을 보면서 하는 말씀은, "정말 대단하세요!"


 생각해 보면 대단할 것도 없다. 나는 그저 엄마가 어렸을 때 우리를 키우셨던 것을 기억하고 나도 따라 살았을 뿐이다.


 엄마는 네 자매를 다 천 기저귀로 키워주셨다. 엄마가 동생들에게 도톰한 천 기저귀를 채우고 통통한 노란 고무줄로 허리띠처럼 묶어 기저귀를 고정시켰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난 심지어 막내의 똥 기저귀를 여러 차례 빨았는데 막내가 이 이야기를 별로 안 좋아한다. 미안!) 볕이 쨍할 때는 삶은 기저귀를 길게 펼쳐서 마당빨랫줄에 널었었는데 햇볕에 말린 빨래는 뽀송하고 뽀얗게 되어 참 좋았었다. (나도 두 아이를 천 기저귀로 키웠는데 나는 산후 조리할 때나 어린이집에 보낼 때는 일회용 기저귀도 썼고 천 기저귀는 애벌빨래를 한 후에 아기 세탁기로 푹푹 삶았기 때문에 엄마의 고생에 비하면 내가 한 것은 고생도 아니지 싶다.)


 천 기저귀에 이어 면 생리대도 우리 자매들은 자연스럽게 사용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월경을 시작했는데 우리가 어릴 때 쓰던 천기저귀를 좀 더 작게 잘라 면 생리대로 썼다. 엄마가 세탁하는 것을 도와주셔서 세탁법도 자연스럽게 배웠고 시간이 지나 결혼 후에 방수 면 생리대를 세트로 사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결혼 9년 차인 지금도 그때 처음 샀던 면 생리대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엄마는 비닐봉지나 공병은 늘 깨끗하게 씻어 말려 재사용하셨다. 과일을 잘라 재사용 비닐에 담아 자주 가지고 다니며 간식으로 먹었다. 대학생 때였을까? 재사용 페트병에 엄마가 만들어 주신 콩물을 담고 설탕을 타서 수업 가는 버스에서 마시곤 했다. 물병에 물을 담아 다녔기 때문에 생수를 사 먹은 적은 거의 없었다. 대학교 다니던 무렵부터 텀블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는데 나에게 텀블러는 매우 익숙한 삶의 일부분이었다.


 처음부터 '제로웨이스터'는 아니었다. 결혼 후 첫 아이를 임신하고 낳으며 당시 큰 이슈였던 미세먼지와 온난화 같은 환경오염으로부터, 신생아 때부터 있던 아토피  피부염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제품과 자료를 찾아보면서 '지구를 지키는 것이 사람을 지키는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미 파괴된 지구 환경 앞에 작은 한 사람의 나는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내가 사용하는 물건을 바꾸고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작은 실천부터 해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 정도로 많은 실천을 하진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범위가 더 넓어졌다. 내가 하는 실천을 소개한다. 그리고 나의 소박한 실천을 구경하시는 누군가는 실천 동지가 되어주시길 바란다.



[주방]

| 플라스틱 통에 들어 있는 양념 등은 가급적 유리 용기로 된 제품을 사고, 세척하고 분리를 잘하여 배출하기

| 반찬통은 강화유리와 스텐 제품을 사용하기

| 지퍼백이나 비닐 대신 반찬통을 사용하기 (냉동밥, 재료 소분 등)

| 플라스틱 용기에 든 주방세제 대신 고체 비누를 사용하기

| 아크릴 수세미 대신 천연 통 수세미 사용하기

| 배달 대신 매장에 용기를 가지고 가서 포장해 오기

| 물티슈나 일회용 행주 대신 면 행주 사용하기


[욕실]

| 플라스틱 칫솔 대신 대나무 칫솔과 고체치약 사용하기

| 튜브나 플라스틱 용기에 든 세안용품, 헤어제품 대신 고체 용품 사용하기 (세안비누, 샴푸바, 린스바 등)

| 아크릴 샤워 타월 사용하지 않기


[세탁]

| 화학세제 대신 친환경 세제 사용하기 (과탄산소다, 베이킹소다, 구연산 등)

| 플라스틱 용기에 든 세제 대신 제로샵에서 무포장으로 구입하기

| 종이 포장에 담긴 태블릿 세제, 섬유유연제 사용하기


[외출]

| 빨대는 거절하고 텀블러에 음료 테이크 아웃하기

| 우유 대신 두유나 오트우유로 변경하여 마시기

| 아이들 간식은 반찬통에 과일 등을 담아서 가기

| 물티슈 대신 손수건 챙기기

| 텀블러를 항상 소지하여 생수는 정수기에서 받아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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