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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프터글로우 Nov 09. 2023

직장인 이야기 : 항저우 출장기록

'23년 10월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 출장 Part.1

이번에도 역시 항저우로 출장을 갔다.

두 달 전에도 출장 갔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또 가게 되었다.

항저우는 중국 상하이 옆에 있는 도시인데,

아마 이번에 아시안게임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을 것 같다.

항저우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알려져 있고 역사도 굉장히 깊은 곳이다.

양귀비가 좋아했고, 소동파가 있었던 지역이다.

가장 유명한 서호라는 곳은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한다.

서호뿐만 아니라, 항저우 곳곳에 습지가 많아서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나는 아쉽게도 일하러 갔기 때문에 이러한 풍경은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일이 아니라 놀러 항저우에 가고 싶다.


내가 항저우에 간 이유는, 같이 업무를 하고 있는 상대 제휴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항저우에는 정말 많은 기업들이 있는데, 특히 IT 기업들이 많이 몰려있고,

'미래과학단지'라는 곳에 대부분 위치해 있다.

약간 한국으로 치면, 판교 같은 느낌의 곳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내가 이번에 출장 가서 만나러 간 제휴처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IT 회사인 '알리바바'이다.


나는 약 2년 동안 알리바바와 업무를 추진해오고 있다.

비밀유지협약서를 체결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인지는 밝힐 수는 없지만,

알리바바의 선진적인 기술 능력을 통해 우리 회사 사업을 확장하는 신규 프로젝트를 맡아서 하고 있다.

나는 중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을 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화교이셔서 한국과 대만 이중국적이다.

중국어와 영어에 능통한 나를 회사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업무가 정말 쉽지 않고 힘든 부분도 많아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지만, 그래도 이러한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해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서 2시간 반 동안 비행을 하고 도착한 항저우.

지난번에 왔을 때도 그랬지만, 아직 아시안게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공항에서도 관련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항저우는 한국보다 위도가 훨씬 아래에 있기 때문에, 굉장히 습하고 더운 지역이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는 오들오들 떨면서 왔는데, 항저우에 도착하자마자 더워서 바로 겉옷을 벗었다.


나는 어느 나라를 가면, 그 나라의 공항에서 나는 냄새부터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항저우는 뭐랄까, 덥고 습해서 그런지 사실 그리 좋은 냄새는 아니었다.

입국심사를 하는데, 공항 직원이 다짜고짜 중국어로 어디서 왔냐, 왜 왔냐, 언제 가냐 등등 질문을 했다.

항상 느끼는 건데, 중국인들은 상대방이 중국어를 할 줄 아는지 없는지 신경 안 쓰고 바로 중국어로 물어본다.

물론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어쩌다 얻어걸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암튼, 항상 이 부분은 이상하다고 느껴진다.


첫날 일정은 알리바바와 저녁 석식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남아서, 바로 호텔로 체크인을 하러 갔다.

인원이 5명이어서 택시를 두 대를 불러야 하나 싶었는데,

중국은 요즘 거의 택시를 바로 잡지 않고 어플로 택시를 부른다.

Didi라는 어플인데, 이 어플을 사용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으려고 하면 잘 안 잡힐 때가 있다.

알리페이 어플에 미니프로그램으로 들어가면, 알리페이에 카드 등록을 해놓았으면 자동으로 결제도 돼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Didi 어플로 6인승 차량을 부르고 호텔로 향했다.


우리는 이번 출장 인원은 나 포함 다섯 명이었다.

상무님, 부장님, 차장님, 나 그리고 신입인 후배 한 명.

그래서 호텔 방은 상무님 단독, 나는 여자인 차장님과, 남자 후배는 남자인 부장님과 같이 방을 쓰게 되었다.

나는 지난번 출장 때도 차장님과 방을 써봐서, 이제 서로의 패턴을 알게 되어서 조금 더 편하게 방을 같이 쓸 수 있었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저녁때까지 시간이 약간 남아서 나와 차장님은 호텔 주변을 잠깐 둘러보았다.

아, 우리가 묵은 호텔은 메리어트 호텔이었는데, 무난 무난 했다.

크게 단점도 장점도 없었던 호텔이다.

호텔 근처에는 작은 상점들이 많았는데, 우리는 카페인 충전을 하러 괜찮아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다.

중국에는 거의 모든 식당이나 카페의 메뉴를 QR코드를 스캔해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지류로 된 메뉴판이 있는 곳도 간혹 있지만, 아예 없어지는 추세이니 어딜 가든 꼭 핸드폰을 들고 다녀야 한다.

우연히 들어갔던 카페였는데, 알고 보니 체인점 커피숍이어서 메뉴도 엄청 다양하고 괜찮았다.

치즈맛 커피를 시켰는데, 엄청난 치즈의 풍미를 기대했지만, 정말 아주 약간의 치즈맛이 스쳐가는 정도라 살짝 아쉬웠다.


그리고 이 날 저녁은 알리바바와 식사자리를 가졌다.

이렇게 밥 먹는 공식 일정이 있으면, 나는 밥을 먹지 못한다.

나는 계속 통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젓가락을 들고 무언가를 집으려고 하면 누군가가 말하고, 또다시 반복이다.

눈앞에 있는 음식은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지난번 출장 때 정말 힘들었던 석식을 경험했는데, 이번에는 나를 배려해서 한국어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을 한 명 데리고 와서 그나마 입에 음식을 넣을 수는 있었다.


알리바바와 식사를 마치고, 우리 회사 5명끼리 2차를 갔다.

그냥 바로 호텔로 가서 뻗어서 자고 싶었지만, 거절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보니... 같이 갈 수밖에 없었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저녁에 술과 밥을 먹을 수 있는 거리로 갔다.

평일이라 사람이 적었다.

한국은 평일이든 주말이든 술집에는 밤에 항상 사람이 많은데, 중국은 평일에는 다음날 일을 가야 해서 술집에 사람이 많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새삼 한국 직장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꼬치와 맥주와 야채 등등을 시켜서 먹고,

먹으면서 상무님의 과장 시절 무용담을 듣고, 앞으로 회사생활에 대한 조언을 많이 들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항상 뚜렷한 주장을 갖고, 그 주장을 윗사람에게 강력하게 펼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윗사람도 항상 정답이 있는 게 아니고, 들을 준비가 되어있으니 얘기를 해서 설득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어느 정도 공감은 됐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기서 들은 생각은, 아랫사람들이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윗사람이 경청할 준비가 되어있고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까지도 나는 그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머릿속에 주장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본인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아랫사람이 더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출장을 가면 이런 부분들이 좋다.

내가 평소에는 들을 수 없었던 상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물론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어떨 때는 그 모습을 보면, "나는 저렇게 되고 싶지 않은데"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회사를 다니다 보면, 옳고 그름이 없다고 해도 옳고 그름이 확실해야만 하는 부분들이 있다.

나는 정말 모든 것은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항상 중도를 선택하는 사람인데, 회사에서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야 다른 사람들도 "아, 얘는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라고 인지할 수 있고, 나도 어떤 주장을 펼치지 수월하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나의 주장이 그리 강하지 않을 때도 강한 것처럼 위장을 하기도 한다.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은 사람들도 있을 거고, 너무 이해가 되지만... 그렇다...

과연 정말 나에게 어울리는 옷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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