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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북쓰 Jan 28. 2023

3.2 일 vs 육아

남(男) 다른 아빠의 육아 도전기

아이를 키울 때 남과 비교하는 것은 안 좋다고 대부분 육아서에 나와있다. 비교하게 되면 내 아이가 더 작아 보이고 부족해 보인다. 장점보다 단점이 보이고 그로 인해 장점을 자꾸 갈아먹게 된다. 아이는 비교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존감도 낮아진다. 자녀를 대할 때 비교는 지 않는 게 좋다.(맘처럼 안되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비교를 해보는 것은 꽤 괜찮은 결정을 할 수 있는 도움을 주기도 한다. 최근에 식기세척기를 구매했다. 식기세척기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편이다. 제조하는 회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선택의 폭이 좁아 비교하기는 편했다. 이처럼 물건을 사거나 일을 진행하려 할 때 여러 선택지가 있다면 고민하게 된다. 내 선택이 정답인지 알 수 없기에 더 많은 비교와 갈등을 한다. 최고의 선택은 아니라도 최악의 선택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내가 일과 육아를 고민할 때 둘을 놓고 비교를 해봤다. 비교를 하면서도 이게 맞나, 틀리면 어쩌지 등 수많은 생각 속에서 갈팡질팡 했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선택지는 단 두 개였다. 일을 할 것인가, 육아를 할 것인가.


내가 다시 직장을 구해서 일을 한다면 어떨까. 매일 아침 모두가 잠든 시간에 눈을 뜨고 출근을 한다. 사람이 가득 찬 지하철에서 이곳이 지옥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꾸벅꾸벅 존다. 회사에서 일에 치이며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퇴근 시간을 기다린다. 중간에 먹는 간식은 나에게 달콤한 휴식이다. 곧 퇴근인데 갑자기 일이 생긴다. 왜 퇴근을 앞두고 일을 주는 걸까. 내가 집에 가는 것이 꼴보기 싫은 걸까? 중요한 일이면 진작에 줄 것이지, 퇴근을 앞두고 주는 꼰대는 누구인지. 이제는 저녁까지 먹고 가라 한다. 난 빨리 집에 가서 아이들을 보고 싶단 말이다. 아내의 저녁 식탁에서 밥을 먹고 싶다는 말은 내 목구멍을 넘지 못한다. 저녁 먹고 술 한잔 하면 오늘 하루도 몇 시간이 안 남았다.


집에서 언제 오는지 계속 연락이 온다. 하루종일 아이를 보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면 빨리 집에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다. 반복되는 출근과 퇴근이지만 일이 잘 풀리면 기분이 좋다. 즐거운 마음으로 회식을 간다.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오늘은 일이 잘 해결됐으니 저녁까지 먹고 싶다. 집에서는 못 먹는 맛난 것들을 먹는다. 2차, 3차도 간다. 주말에 아이랑 잘 놀아주면 된다. 사회생활이 쉬운 것도 아니고 아내도 나를 이해해 줄 것이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회식도 회사업무의 연장이다. 기분 좋은 날 빠지면 눈치 보이는 걸 어떻게 하란 말인가.


주말이다. 피곤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야근을 했더니 체력이 떨어졌다. 그냥 쉬고 싶다. 누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 아이는 놀아달라고 한다. 아이의 체력은 상상초월이다. 피곤해 보이지만 금방 충전된다. 나는 언제 충전하나. 조금만 쉬려고 하면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힘겹게 일어나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맑은 정신이면 잘 놀아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체력 충전할 시간도 없다. 이미 나는 바닥이다. 차라리 회사를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회사를 가면 눈치는 좀 보더라도 쉴 수 있을 텐데, 집에서는 쉴 수가 없다. 여전히 토요일이다. 내일은 일요일이네. 내일은 좀 쉴 수 있겠지. 늦잠이라도 자야겠다. 제발 아이들이 늦게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내가 육아를 한다면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 오늘도 아내는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한다. 나는 어제도 애들을 재우다가 잠들었다. 아이들 자면 그 시간에 집 정리도 하고 책도 읽고 자유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함께 눕기만 하면 잠든다. 지금이라도 일어나고 싶지만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아내에게 잘 다녀오라는 말을 하고 다시 잠든다. 어느새 아이는 눈을 뜨고 나를 깨운다. 아침을 준비해야겠다.


먹고 나면 치울게 한가득이다. 바로 설거지를 안 하면 나중에 귀찮아진다.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왔다.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집이 더럽다. 안 그래도 좁은 집에 정리를 안 하면 누울 공간조차 없다. 장난감을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리자. 환기도 시키고 빨래도 하자.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마저 정리한다. 저녁에 먹을 게 없다. 장을 보러 나간다. 삼시세끼 뭘 먹을지 정하는 게 하루에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다.


벌써 아이를 데려올 시간이다. 정리하고 시장 다녀오니 하원시간이네. 딱 5분만 더 있다 나가자. 데리고 오면 놀아줘야 한다. 어린이집에서 그렇게 놀았는데 계속 노는구나. 아무렴 애들은 놀아야지. 근데, 혼자 놀 수는 없는 거니? 둘이 놀면 안 되니?


호기심 많은 아이를 따라다니다 보면 저녁 먹을 시간이다. 저녁을 준비하고 함께 밥을 먹는다. 먹다 보니 아내가 퇴근했다. 아내는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열심히 얘기하고 나는 듣는다. 나는 매일 정리하고 시장 보는 게 전부라 할 말이 별로 없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아이를 재우기 위해 이를 닦이고 세수를 시킨다. 책을 읽어주려고 누우면 내가 먼저 잠들기도 한다. 잠을 이기고 일어나서 내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어느새 나는 잠들어있다.


주말이라도 쉬고 싶다. 1시간이라도 내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아내는 피곤한지 늦게까지 잠을 잔다. 일찍 일어나서 애들 아침도 챙겨주면 좋겠지만 주중에 피곤했는지 못 일어난다. 그냥 나도 누워있을까 생각했지만 애들 밥은 줘야지. 일단 일어나자.

  


과장된 부분도 있고 극단적인 것도 있다. 내가 고민을 하던 때가 벌써 10년 전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지금 사고방식, 문화와 다른 부분도 많지만 내가 직접 경험하면서 느꼈던 것들이 대부분이고 주변에서 들었던 것들도 양념으로 첨가했다.


나는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진 않았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지냈다. 배우자를 이해하며 서로 맞춰갔다. 국어사전에 ‘정답’은 ‘옳은 답’이라 나와있고, ‘해답’은 ‘질문이나 의문을 풀이함’이라고 되어있다. 내가 선택한 것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고 내가 선택한 해답이 정답을 향해 갈 수 있기를 바랐다. 무엇을 선택하던지 정답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다. 내가 맡은 역할, 내 상황에 진심을 다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 역할을 어떻게 나눌 것이지, 그 안에서 같이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대화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함께 결정했다면, 후회하지 않을 행동을 하며 산다면 그것이 해답이고 정답이 될 것이다. 무엇을 선택하던지 배우자와 함께 한다면 마음에 드는 해답 그리고 정답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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