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그릇에 담을 것인가. 그릇을 바꿀 것인가.
4개월에 걸친 원고 작업이 거의 마무리가 되어간다.
3편의 소설이 나왔고 마지막편에 이르러 내게는 또다른 숙제가 주어졌다.
마지막 소설을 장편으로 돌려 세계관을 확장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소설의 세계로 다시 빠져 들어야 하는가.
세계관을 확장하는 일은 꽤나 정교한 작업이 뒤따른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을 확장하려면 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이미 설정된 세계관에 가지를 더해 나가는 작업에서 나는 많은 한계를 느꼈다. 하지만 새롭게 추가되어야할 세계관은 이미 내가 아는 세상을 벗어난 세상.
그 세상에 대한 정보로 서술해 나갈 소설의 시작은 애초에 많은 인물 설명과 장소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거기에 내가 하는 일을 고려하면 소설을 쓰기에 한가지 일에만 몰두하는데 집중력의 한계가 있다. 그래서 고민이 생긴다.
일이 없어지면 진행해야 하는 상황. 섯불리 발을 내 딛었다가는 정교한 소설의 세계관이 허술하게 무너지기 마련이고 일상도 엉망이 되는 상황.
하지만 이제 시작한 마지막 소설은 애초에 장편으로 가리라 예상을 한 터라 고민이 뒤따른다. 어쩌면 치열하고 긴 싸움이 될지도 모르기에 칼을 빼지 말고 그저 묻어둬야할지 아니면 미친듯 몇 년이고 이 세상에 갖혀 살아야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새로운 시나리오로 들어가기에 새로운 소설의 내용은 초기 작품과 같이 청춘연애물, 미스터리 수사물, 그리고 로맨스물. 어느것이든 시작을 하면 되지만 내게는 읽어야할 원고가 너무 많다. 여기 글을 올리면 독서를 못하고 다른 글도 못보기에 오로지 소설의 세상에 갇혀 버린다.
그래서 조언이 필요하다.
퇴고를 하기전에 최소 8번 이상씩 읽는 글들이 어느날 오타로 변경되어 있기도 하고 눈에 거슬려 수정하면 어느새 다른 곳에 오타가 생겨 또 다시 예전글을 읽게 만든다. 끈임없이 다시 반복되는 과거의 글들을 읽다보면 예전글의 마감이 아닌가란 착각마저 든다.
아직도 어떻게 할지 갈피를 못잡아서 글을 못적고 있음에도 이런 고민조차 하지 않으려 하루하루 시간을 죽이며 머리를 비우고 지내려 노력중이다.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글을 이어간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삶에서 떨어져 나와 또 다른 세상에 갖혀 가는 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