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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May 26. 2022

01. 프롤로그

어떻게 하다가 디자이너가 되셨어요?

우선 내 소개를 해야 할 것 같다.

이력서엔 "4년 차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라고 짧게 축약되어있다.

저 한 문장으로 나를 설명하는 게 가능할까? 우선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공유해보려고 한다.


시작은 그저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았던 초등학생의 나였다. 그 후 맞벌이를 하시던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미술학원과 각종 예체능 학원을 전전하게 되었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리던 나를 눈여겨본 미술 선생님에 의해 미술에 소질이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 후 입시미술을 중2부터 고2 때까지 무려 4년을 한 후, 미국으로 별안간 유학을 떠난다. 어찌어찌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이젠 당연한 것처럼) 미대에 입학한다. 졸업 후 웹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웹디자이너로 3년여를 일하고 비자 연장 시기를 놓쳐 9년여 만에 한국에 귀국하게 됐다.


내 성격상 어딘가에 항상 소속이 되어있어야만 안정감을 느끼는 터라, 경력의 공백기를 두지 않으려고 미국에서의 퇴사 이전부터 한국에서 유명한 네카라쿠배당토에서 작은 소기업까지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취업이 쉽지 않음을 느끼고 있을 무렵, 한 스타트업에서 연봉 4,300만 원이라는 높은 액수에 팀장이라는 무척 과분한 타이틀까지 제시했다. 대표의 현란한 언변과 고액 연봉에 혹한 나는 한 달만에 앱 하나를 디자인하고, 두 번째 앱의 로고까지 만들어주었다. 귀국 후 자가격리가 끝나고 첫 출근을 하려던 와중 걸려온 주니어 디자이너의 말은 소위 말해 대가리가 꽃밭인 나에게 경종을 울렸다.


"이 말씀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 대표님이 어제 구속됐대요."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에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있다. 내가 자가격리가 끝나자마자 간 곳이다. 대표의 구속으로 인해 한 달 동안 일 한 임금이 체불되었고 그로 인한 진정서를 접수하기 위해서였다. 참고로 이 구속된 대표라는 사람의 기행이 정말 어처구니가 없고 괘씸해서 실제로 실화 탐사대 기자에게 제보도 했었다. 물론 방영이 되진 않았지만.. 이 대표에 관한 이야기는 후에 자세히 풀도록 하겠다. 짧게 말해 이 회사는 투자사기로 연맹하는 유령회사였고 직원들은 그저 투자를 받기 위한 허울 좋은 아이템을 만들기 위한 사기꾼 보조역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임금체불 사건 이후 4개월 동안 또 기약 없는 구직활동이 시작됐다. 수많은 면접과 사전과제로 육체와 정신이 지칠 무렵, 대기업 임원 출신의 대표가 만든 스타트업에서 오퍼를 받게 됐다. BX 디자이너. 가슴이 떨렸다. 그땐 그랬다.


4개월이 지나서야 알았다.

BX 디자이너의 뜻이 개잡부 하바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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