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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Sep 22. 2018

체스키크룸로프, 보헤미안의 마을

동화 속의 중세유럽을 가다

동화속의 세계문화유산 보헤미안의 작은 마을,
체스키크룸로프 이곳으로 슬슬 한번 떠나볼랑가.

할배들도 다녀 왔다는데 못 갈게 뭐람
게다가 그대는 할배들처럼 느리지 않다.
그렇지만 골목 구석구석까지 찬찬히 둘러보기를.
크룸로프 성은 물론 마을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이니까.

마을 입구로 넘어가는 언덕에 우두커니 서서
조용한 중세 유럽의 마을을 바라보다 문득
너무 조용하기만 한 곳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조용한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하긴, 체스키크룸로프에서

유명한 이발사의 사위도 이곳으로 요양온게 아니었던가

걱정일랑 일단 터미널에 놔두자.

마을 입구의, 크룸로프 성과 블타바 강을 내려다보는

뷰 포인트 테라스에 서서 한참 동안을 말 없이

둘러보면 왜 동화같은 마을이라고 하는지 금새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붉은 계열의 빛깔이 색색이 아름다운 지붕을 바라보며

동화같은 보헤미안의 중세유럽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마을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건너편의 자그마하게 열린

플리마켓에 들러, 미소를 머금게 하는 작고 예쁜

이곳의 수공예품들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쿵쾅거리는

심장을 안고, 동화 속으로 그리고 중세유럽의

작은 마을로 쉬이 스며들고 있다.

소소한 북적거림이 있는 유럽풍의 좁은 골목들을 지나
체스키크룸로프를 상징하는 스보르노스티 광장 중앙의
마리아 동상(1715년 흑사병으로부터 마을을
성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워진) 앞에 무릎을

곧추 세우고는 편히 앉아, 둘러싼 건물과 소란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광장의 생동감을 들이킨다.

중세시대의 오래된 르네상스풍 건물들이 각기
다른 파스텔톤의 색과 다른 모양의 지붕을 얹고는,
틈도 없이 촘촘히 서서 이 동화같은 마을의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멋들어진 그림 책 속 광경이 펼쳐진다.

성으로 가는 이발사의 다리를 천천히 건너본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루돌프2세의 서자
돈 줄리어스 세자르가 이발사의 딸과 결혼하고
그녀를 죽인 후, 죽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 채
마을 사람들을 처형시키자, 이발사가 자신이
딸을 죽였다고 거짓 자백을 하여 처형당했다는..

이 슬픈 이발사를 추모하는, 고즈넉하고 예쁜
다리를 건너면서 소소한 다리 위 마을 풍경과,
다리 위 성인 네포무크와 십자가의 그리스도 상을
바라보며, 무언가 없는 듯한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아니, 그나저나 이발사는 어디에??”

이발사의 다리라고 들었건만, 이발사는 커녕 바리깡도

보이질 않으니 여기가 이발사의 다리인지 성 네포무크의

다리인지는 쉽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강가의 정취와 여유가 낙낙한 아름다운
파파스 리빙 야외 테이블에서 라자냐와 와인으로
허기와 낭만을 동시에 채워가며, 살랑 불어오는
강바람에 한껏 취해 더 벌개진 얼굴을 하고는
빈 와인잔을 들며 웨이터에게 한번 말을 걸어 본다


“와..완 모아 프리즈..(One more please)”


아무래도 제대로 말 한 듯 하다, 답이 돌아온다.


“Are you OK?”

와인은 여기까지만 마셔야겠다.

체코에서, 프라하 성에 이어 두번째로 큰 이곳

크룸로프 성에 다다를수록 조금씩 가까이 드러나는,

하늘로 곧게 솟아있는 성과 성벽, 세세한 탑의 모양과

색들이 더 가까이 와보라고 손짓하는 듯 하다

안을 가득 채우는 햇살과 기도하는 사람마저 눈부신

크룸로프 성의 세인트 조지 예배당은 소소하고

웅장하며,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스르르 앉아

기도하는 그대를 발견하게 되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간절한 기도를 하고 있다.

어색할 필요 없다 괜찮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책도 있으니, 이제 하나가 남은 셈이다(???)

성의 난간에 서서 높이 솟은 성 비투스 교회를

둘러싼 마을의 높고 낮은 지붕들을 바라보다가,

조용하고 향긋한 풀내음이 풍기는 마을의

시간이 멈춘 동화 속에 그대는 어느 순간 꿈을 꾸고 있다.

산에서 부는 바람을 맞으며, 마을의 붉은 풍경을 맞으며

마을 이름인 체스키크룸로프에서의 크룸로프는

만곡의 습지라는 뜻이다 크게 만곡한 강줄기를 따라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비경이 눈앞에 펼쳐질 때,

나도 모르는 나지막한 탄성을 내뱉는다

“오우 마이 궛!(Oh my god)”


언듯 태극문양이 생각나는 이 곳 강줄기의 모습.

지구 반대편에서 느껴보는 왠지 모를 친근함에

안내지도에 색칠을 하려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한번 더 바라보고 나서 카메라에 담아본다.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아름다운
크룸로프 성 주변의 골목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지나치며 눈에 보이는 아무곳에서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그대는 동화속 마을의 한 부분을

원래 그러하듯 자연스럽게 채운다.

친절한 한국어 안내서를 따라 무언가에 홀리듯
보트에 올라, 굽이치는 강을 따라 내려가보다가,
강 중간에서 만나는 체스키크룸로프의
중세유럽을 그리는 건물들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경에 넋을 잃고 노를 놓친다.

큰일이다.


조용한 동화 속 마을일 것만 같았던
체스키크룸로프의 나름 익사이팅한
보트 투어로, 강과 산이 싱그러운
마을 외곽의 풍경까지 눈에 담아 본다.

파란 하늘과 하늘에 떠 있는 구름마저 마을 전체를

비추면 예쁜 중세유럽 속의 동화같은 마을이

모습을 드러내는 이곳.

체스키크룸로프는 정말 동화속의 중세유럽이다.
여행을 위해 한발짝을 떼고 상상하는 순간부터
크룸로프 성 안의 그대는 꿈을 꾼다.

이 아름다운 작은 마을 체스키크룸로프에서
보헤미안의 파란 하늘이 비추는 동화 속 한 켠의
행복한 주인이 되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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