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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Sep 23. 2018

프라하, 카를교에서 구시가 광장까지

블타바 강을 흐르는 동유럽의 역사 프라하

체코 뿐만 아니라, 과거 중앙유럽의 정치, 문화, 경제를

대표하던 여기 이 아름다운 프라하.


프라하를 관통하는 블타바강의 카를교로부터,

바츨라프 광장의 예쁜 비눗방울과

복작복작 아기자기한 하벨시장을 지나

천문 시계탑 퍼포먼스 한번 보시고,

웅장한 얀 후스 동상이 위치한 구시가 광장까지,

7월의 이미 뜨거운 햇살 받으며 슬슬 걸어볼랑가.

카를교는 소란하다.

1841년까지 유일했던 블타바 강의 이 멋들어진 다리는

더없이 소란하고 활기가 넘친다.

동유럽과 서유럽을 잇고 , 프라하 성과 구시가를 이었던

이 예술품 같은 다리는 무려 30개나 되는 바로크 양식

조각상을 이고 지고 못내 소란하게 그 자태를 뽐내지만

진짜 조각상들은 라파다리움 미술관에 있다.

1965년에 옮겨지고 대신 자리한 모조품도

카를교를 느끼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모조품인지도 몰랐으니까. 무엇보다 이 소란한 분위기.

깔깔대는 연인들.. 설마 그래서 까를...?

600년이 넘는 오래된 역사 위에서도 심히 자유로운
이 다리에서는 수많은 버스커들이 각기 다른

볼거리들을 가지고 앉아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연주하고 시끄럽게들 떠드는 모습과, 저마다 카메라를

들이대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역사가 낳은 예술품 같은

카를교 위에서조차 자유롭다.

카를교를 건너서 강변을 따라 모습을 드러내는

상쾌한 아침의 프라하 파머스 마켓 .
체코 현지 로컬푸드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강변의

나플라프카 마켓은 현지 채소와 먹을거리는 물론

의류, 접시, 골동품 등 없는 것이 없는 전통시장의

느낌인데, 블타바 강에 아침이 밝아오면 파아란 하늘 아래

소소히 소란하게 사람들을 불러모으며 모습을 드러낸다.


놓칠 수 없으니 하나씩 먹어보자. 비행기에 오르면서

아주 조금 고민한 다이어트는 잊고,

소세지가 들어간 빵은 따듯하고 고소하며,

커피는 진하고 향긋해서 강가에 쉬이 앉아

강가의 백조들에게 나의 빵도 친히 찢어 나누면서

브런치를 채우기에는 충분하여 더 할 나위가 없다.

게다가 이 한가로이 조용한 풍경은 자칫 넋놓고

바라보다 몇 시간이 훌쩍 지날 수 있다.

음식을 알람으로 다 먹었으면 이제 일어나자.


유럽과 프라하 특유의 예쁘고 멋스러운 물건이 가득한
골동품 상점에 어울리는 낡은 배도, 마켓 한켠을

채우고 있지만 왠지 인기가 없다.

역시 자세히 보아야, 오래 보아야 예쁜 것이 보인다

숨 막힐 정도로 프라하 파란하늘을 수 놓은

구름이 눈부신, 바츨라프 광장 스타벅스에서

오글오글한 영문이름으로 주문한 달콤한 커피

한잔 들고 서서 시간을 잊은 채 조용한 눈길이

머무는 아무곳이나 바라보면, 우리가 알던 광장의

모습과 많이 다른, 사람이 주인임을 알게 된다.

이곳은 시끄러운 음악도, 헐벗은 여인들의

통신사 매장 오픈행사 춤사위도 없고 인형탈을 쓴채

뿌려지는 전단지의 판촉행사도 어울리지 않음을 말이야.

공사중이었던 프라하에서 가장 큰 국립박물관의
아쉬움은 재빨리 접어두고, 길게 뻗은 광장을

말 탄 바츨라프 기념 동상과 같이 내려다보며,

광장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져본다.

각기 다르면서 꼭 붙어 앉은 빽빽한 건물들, 지나는

자동차들과 사람들, 파란 하늘을 잠시 가린 구름떼와

날아가는 새들마저 이 넓은 광장의 주인이다.

바츨라프 광장에서 구시가지 광장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하벨시장에서는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납작복숭아를 비롯한
수 많은 과일들, 기념품 상점들의 마그넷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사람들을 사방으로 유혹한다.

같은 물건이라 할 지라도 가게마다 가격이 다른 곳이

있으니, “한바퀴 돌아보고 올게요”를 꼭 준비하기를..

한국어뿐이라도 괜찮다 느낌은 어디서나 통한다.

 천문 시계탑은 공사중이다. 뭐 어쩌랴..

더 나은 모습을 위한 과정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정각이 가까워 오는지 사람들이

어느새 주변으로 구름같이 모여든다.

아쉬워하는 사람들을 위함인지 정각의 퍼포먼스는

공사중임에도 쉬지 않고 영업중이었고

사진 속의 모습임에도 불태운 정각의 퍼포먼스는

흡사 머리에 붕대를 두른 무대위의 스타처럼

아픈 와중에도 할건 한다는 프로 정신을 보는 듯 하다.

아픈(?) 프라하 천문시계탑의 뒤로 아찔하게 높이 솟은

두개의 첨탑이, 본능적으로 틴 성당임을 감지한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첨탑 사이의 황금 성모마리아는

필터를 거치지 않은 사진속의 파란 하늘과 함께

구름들 사이에서 눈이 부시게 빛이 난다.

고딕풍의 첨탑과, 르네상스풍의 장식,

바로크풍의 실내로 계속해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를 시도하는 이 틴 성당은, 구시가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 중 단연 돋보이는 최고의 건축물이다.

얀 후스 동상을 중심으로 좌측에 성 니콜라스 성당이 보인다.

로마 카톨릭 지도자들의 부패를 비판하다

교황에 의해 파문당하고 화형에 처해진 얀 후스.

그의 죽음이 몰고 온 혁명의 큰 크기만큼

구시가 광장 한켠을 크게 차지하는 얀 후스 동상은

현재에 이르러서는 약속과 기다림의 장소로,

구시가 광장을 넓직하니 당당하게 내려다본다.

한 없이 파란 하늘색 바탕에, 흰 구름 무늬의

지붕을 덮고 한껏 빛을 내는 구시가 광장은

어디든 편하게 앉아 먹고 마시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열려있는 성당에서 누구든지 기도를 하며,

사랑하는 연인들이 손을 잡고 입을 맞추는 곳이다

가볍게 소란스러우나 크게 신경쓰이지 않으며

마음껏 자유롭고 사랑스러운 프라하 사람들의 광장이다


걸어보며 느끼는 이 사랑과 낭만의 도시는 분명,
벅찬 감동과 소소한 행복, 또 그만의 여행이 있다.

길을 걸어보라.
이토록 찬란하고 눈부신 프라하 구석구석까지
한조각 아름다운 그대로 채워보지 않을랑가 말이다.

 

구시가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박물관이..

어른(?)스러운 박물관이 있다.

한국의 몇몇 방망이(?) 박물관과는 스케일부터 다른..

규모와 역사와 상상력에 놀라고, 또 리얼리티에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무척이나 집중하는 그대를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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