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톨리아 고원의 실크로드 카파도키아
작은 카이세리 공항에 내려 주변을 둘러보면서 사막의
모래뿐인 것 같은 황량함으로 당황스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전에, 카파도키아로 향하는 픽업 버스가
아나톨리아 고원에 들어서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난생 처음보는 광활한 기암지대에 눈을 떼지 못하다가,
숙소에 도착도 하기 전에 동굴과 바위를 뚫고 숨어살던
아픈 역사를 가진 이 지역에 마음을 뺏겨버린다.
아찔하게 저마다 솟은 바위 굴뚝들과 깎아지른듯한 절벽,
아나톨리아 고원의 괴레메 지역 카파도키아는
약 9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던 유구한 역사가
돌과 바위를 제멋대로 깎아놓고는 지나간 듯 하다.
이 길고 긴 역사를 살펴보는 각종 투어 프로그램이,
지역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발달해 있는 카파도키아는, 투어사와 픽업버스,
호텔들 간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어느 하나 어긋나는 법이 없는
각종 투어를, 효과적으로 운용하며 빈틈없이 제공한다.
투어 픽업을 위해 각 호텔로 좁은 언덕 사잇길을
뒤뚱거리며 누비는 픽업버스에 앉아,
기대감에 요동치는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멀미를 참아보고자 조용히 음악을 들어본다.
투어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안좋은 추억부터
심어줄 수는 없으니 필사적으로.
주요 관광포인트인 데린쿠유 지하도시,
으흘랄라 계곡 트래킹, 셀리메 수도원 등을
자세한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볼 수 있는 그린투어가
대표적이고, 붉게 지는 석양 아래 흙먼지와 함께
바람같이 달리는, 선셋투어의 하나인 ATV투어는
카파도키아를 온몸으로 느끼는데 아무 부족함이 없다.
실제로 많은 양의 흙먼지를 온몸으로 느낀다.
마른 흙먼지의 양은 생각보다 상당하다.
선셋포인트에서 내려다 보이는, 줄을 맞추어 가지런히
서 있는 ATV들은 제각각 마음껏 솟아있는 기암 괴석
사이에서, 생각보다 괜찮은 조화를 이룬다.
그 순간 하나하나 모든 것이 선셋을 위해 만들어진
배경처럼 지평선 끝에서부터 붉게 물들어가며
참을 수 없는 감탄사를 나도 모르게 입밖에 뱉어낸다.
“오 지쟈스! (Oh Jesus)”
왜들 그렇게 이곳의 선셋을 봐야 한다고 하는지
단박에 이해되는 순간이다.
아름다운 그림같으며, 여러 감성적인 생각에 빠져
돌아가는 길이 사뭇 진지해지는 광경이며,
여행함에 빼놓지 말아야 할, 나름 촉촉한 투어이다.
어렵게 렌트한 작고 덜덜거리는 UTV를, 다소 느린
바람같이 달려 파샤바 계곡의 스머프 마을과
데브란트 계곡의 쌍봉 낙타 선생을 만나본다.
스머프가 살고 있을 것 같은 삐죽삐죽 솟은 버섯
모양이 예쁜, 실제로 스머프의 모티브가 되었던 이곳
그리고 메르스로 죄책감에 시달렸을 낙타 선생도
오늘만큼은 위풍당당하게 산 위에 버티고 있구나.
광활한 대지에, 흔히 신이 깎았다고들 말하는,
아나톨리아 고원 기암괴석의 신비로운 풍경에
그저 감탄하며, 사진으로도 전부 담기지 않는
비경에 아쉬움을 남긴 채, 파란 하늘의 작은
조각구름 하나까지, 특유의 날씨 탓에 건조해진
눈에 담아보려 애를 쓴다.
이제 정말 나이가 드는지 “우와 대박!” 보다는,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복받치는 이 카파도키아의
넓게 트인 장관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하는
막연한 슬픈 감정에 나도 몰래 슬쩍 눈물을...
좀처럼 눈물이 나지 않았다.
7월 초의 카파도키아 태양은 타는 듯 강렬했고
웨딩 촬영 중인 신부의 드레스는 석양에 눈이 부셨다.
괴레메 야외박물관의 유적지를 그늘 삼아 제멋대로
들어와 쉬고 있던 늙은 개도, 이른 아침 동굴호텔 방을
기웃거리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귀찮은 듯 발걸음을
떼던 귀여운 고양이도, 모두 카파도키아였다.
자연이 만든, 아름답다 못해 황홀한 풍경.
꿈에 그리듯 펼쳐진, 유구한 역사의 증거.
이곳을 사랑하기로 했고, 그리워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기쁨섞인 눈물이 나는 그대.
그대.. 나이 들었다.. 뭐 나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