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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열 Dec 04. 2022

이혼 할 때 만나게 되는 사람들_7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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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아니지만 오히려 사람보다 믿음이 가는)

왜, 선배나 여동생은 내가 먼저 바람을 폈냐고 물어 본 걸까?

사람들은 다들 부부간의 뭔가 문제가 있다면 분명 남자가 원인일거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을까?

내가 그동안 인생을 잘 못 살았나?

아님 자유분방한 나의 모습이 유책 사유를 만들거라는 뻔한 이유인걸까?

다시 생각해보니 나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걸까?


나는 광고라는 직업을 갖고 살면서 남들과는 아주 많은 다른 시각과 독특한 생각, 더 나아가 자유로운 분위기를 늘 추구했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정말 가볍게 아내와 바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아직 우리는 젊으니까, 혈기 왕성하니까, 바람을 피는 것은 한때 실수일거라 말했고, 대신 서로에게만 들키지 않으면 괜찬다고 했었다. 

아주 쿨하게...마치 나를 나이스한 척, 플랙스를 뿜뿜 작렬했다. 그깟 바람 다 한 때 라면서...

그때는 그렇게 서로 웃으면서 편하게 남 일 처럼 말했다.


책방에서 산 책들을 들고, 다니자니 무겁기도 했지만...딱히 어디를 갈 데도 없다.

정말 이게 얼마만의 자유시간인데...

혼자 영화나 볼까? 

아님 훌쩍 바다나 보러 갈까?

확 땡기는 게 없다. 마음 한편에 커다란 돌이 있는 것 같아서 답답하기만 하다.

결국 갈 곳은 집인 건가?

갑자기 이른 시간에 들어 온 나를 보고 아내는 평소 같으면 이 시간에 웬일이냐며 꼬치꼬치 물을 사람인데...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본인도 미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있었는지...아무말 하지 않고 그냥 쳐다만 본다.


“머리도 아프고 몸도 지쳐서 며칠 휴가냈어. 수정이는? 아직 유치원?”


“어........”


아내가 나의 눈치를 본다. 

어색하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안방 문을 열어보니 둘째 호정이는 새근새근 잠자고 있다.

아무 걱정 없이 잠을 자는 아이의 얼굴을 보니 평화롭다. 참 보기만 해도 좋다.

한편으로는 부럽기까지...


나도 아내의 얼굴을 똑바로 보질 못하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분위기 딱 질색인데...


책방에서 사 온 책들을 탁자에 올려 놓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바닥에 대자로 누워 천장을 바라만 보는데. 살며시 문이 열렸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마치 잠든 것처럼...


“수정 아빠? 우리 얘기 좀...벌써 잠 든거야? 수정 아빠~”


“..........”


“아님 얼굴 보기도 싫은거야? 답답하게 그러지 말고 눈 좀 떠 봐~”


“.........”

나는 잠든 척 계속 눈을 감고 대꾸하지 않았다. 아니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봐야 변명을 들어야 할 뿐 아닌가? 

미안하다고 한 번만 용서 해 달라고, 이해해 달라고....

그러다가 또 난 화를 낼 게 뻔하고...

그래서 그냥 잠든 척 계속 누워만 있었다.

결국 아내는 방문을 다시 닫았다.

깜박 잠이 든걸까? 

간만에 낮술을 한 잔 했더니 눈을 뜨니 캄캄하다.

핸드폰을 켜 보니 새벽 3시다. 

하긴 어제 한숨도 못잔 탓도 있었다.

하필 또 3시는 뭐야? 


거실에 나가 보니 조용하다. 

살며시 안방 문을 열어보니 아내와 두 아이가 잠들어 있다. 

노트북을 열어 인터넷 뉴스와 메일 등을 확인하다가 갑자기 네이버에 이혼을 검색했다.

대부분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광고가 보인다. 

변호사들도 이렇게 광고를 많이 했었나? 

새삼 놀랐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실시간 이혼 건수가 숫자와 그래프로 보여 진다는 것이다.


월간 8,164건 (22년 09월)

연간 10만 1,673건 (21년)


대박!!!! 우리나라 이야기 맞아?

정말 이렇게 이혼한 사람이 많은거야?

그동안 이혼은 드라마 속 소재인 줄 만 알았다.

아니면 정말 소수의 사람들만 하게 되는 실패한 결혼으로만 생각했다.

실패? 이 말이 좀 그런가?

그렇다고 성공은 아니지 않은가? 

나무위키의 이혼을 클릭했다.


이혼이란 부부가 혼인 관계를 소멸하고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되돌리는 행위.

흔히 법적인 혼인 관계를 종료시키는 행위만을 의미한다고 알고 있으나, 법적으로 이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이혼한 것과 다름없이 남남처럼 사는 것을 '사실상 이혼'이라고 하며...

이혼은 크게 협의상 이혼과 재판상 이혼으로 나뉜다. 쌍방 간에 이혼 여부 및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면 별도의 소송 과정 없이 이혼이 되고, 이것이 협의상 이혼이다. 재판상 이혼은 별도의 절차를 밟아 배우자를 상대로 법원에 이혼소송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이혼 여부에 대해 협의가 되지 않거나, 이혼에 대해서는 협의가 돼도 친권이나 양육권에 대해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 등에는 재판상 이혼을 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꼼꼼히 텍스트를 읽고 있다.

마치 시험 공부를 하듯이 집중해서 천천히 문맥을 살피고 있다.


이혼의 통상적인 이유.

솔직하게 답변하기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답변을 얻는 것은 어렵다.

일단 이혼신고서의 '인구동향조사' 항목에서는 7개 보기로 조사하고 있다. 2016년 통계에 의하면, 배우자 부정(7%), 정신적·육체적 학대(3.6%), 가족 간 불화(7.4%), 경제문제(10.2%), 성격차이(45.2%), 건강문제(0.6%), 기타(19.9%), 미상(6.2%)으로 집계되어 있다.

질문지법의 한계를 무시하고 이 결과를 믿는다면 '성격 차이'가 가장 일반적인 이혼 사유라지만, 역시 믿을 건 못 된다. 후술하듯 경제적 이유가 이혼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게 사실이며, 협의상 이혼과 재판상 이혼을 뒤섞은 통계인 데다가, "왜 이혼했냐?"라는 질문에 친자불일치나 배우자 외도, 폭력이나 돈 문제를 남들한테까지 직접 말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가장 무난한 대답인 성격 차이를 선택한 사람도 많다. 그래서 이 통계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


늘 느끼는 거지만 나무위키는 참 믿음이 간다고 할까? 

너무 천편일률적인 답이 아니어서 그런가?

오히려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을 종종 한 적이 있었다.

정말 내가 이 상황에 닥치고 보니 남들한테 심지어는 가족에게까지도 말하기가 참 쉽지 않다.

말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해 보인다.


혼인이 파탄된 이유가 복합적인 경우가 일반적이며, 달랑 딱 한 가지 이유만으로 이혼하는 경우는 적다. 

그럼에도 공통점이 있는데,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내 말이...

딱 지금 나의 심정이다.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내가 너무 치졸한 사람인가? 

너무 속이 좁은 사람인가?

남들에게는 늘 허허실실 마음 좋은 통 큰 김민석인데...

왜 하필 나의 와이프에게만 이렇게 마음이 작아지는걸까?


그때 방문이 조용히 열리면서


“수정 아빠? 일어났어?”


아내가 불쑥 들어섰다

<8부에 계속 됩니다>

-7부 나무위키편에 나오는 텍스트는 실제 네이버 <나무위키>를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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