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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회 Sep 11. 2024

촌것, 한양 도성 길을 걷다 (2)

우리는 무례한 사람을 싸가지란 없는 놈이라 한다. 네 가지 지혜가 부족한 사람을 일컫는다. 네 가지 지혜는 인간이 갖추어야 할 인의예지(仁義禮智) 덕목이다. 한양 도성의 사대문에 인의예지가 있다. 동대문을 흥인지문(興仁之門), 서대문을 돈의문(敦義門), 남대문을 숭례문(崇禮門), 북대문을 홍지문(弘智門, 지금은 숙정문(肅靖門)) 성문을 통해서도 인간의 기본 덕목을 강조하였다. 지난 편에 이어 인왕산과 북악산 구간을 걷는다.      


숭례문(남대문) 옆에는 일부 성벽 재현 구간으로 도심 속에서 애쓴 흔적이 있었다. 소의문 터를 지나 돈의문(서대문) 터는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 자리 잡아 성문터였음을 보존하고 있었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서 기획 문화행사나 전시를 잠시 둘러보며 휴식을 취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조금 가파른 경사를 올라가서 서울시 교육청을 지나면서 성벽이 나오는 데 인왕산 구간이다. 인왕산 성벽을 따라 오르내리면서 도성 안 경희궁, 사직단, 수성동 계곡, 서촌, 경복궁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인왕산 울창한 숲길은 누리면서 창의문에 도착하였다.     

       

끝으로 북악산 구간이다. 이곳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도 성벽기능을 하였다. 청와대 경호와 군사시설 보호를 위해 오랜 기간 통제해 오다 2006년부터 단계별 개방하고 2019년부터는 통행 신분 확인 절차도 없어졌다. 2022년에는 청와대 전면 개방으로 지난 54년간 단절되어 있던 청와대-백악정-철궁 구간(북악산 남측)도 완전히 개방되었다. 북악산 정상은 백악마루다. 북악산을 멀리서 보면 정상의 하얀 암석이 눈에 띄는 데 그 때문에 백악산이라도 한다. 초기에 도성 공사를 97개로 나누고 각 구간의 이름을 천자문 순서에 따라 붙였다. 백악마루는 성곽의 기점으로 이곳에서 천(天) 자 구간이 시계 방향으로 시작하였다.  

    

백악마루를 지나면 역사 현장 1.21 사태 총탄 자국 소나무를 볼 수 있었다. 1968년 북한 무장군인 31명이 청와대를 기습하려다 미수에 거친 일명 김신조 사건이다. 북소문인 창의문은 태조 때 건립한 후에 그 위치에 그대로 있는 유일한 문이다. 창의문과 북문인 숙정문은 태종 때 풍수지리설을 근거로 오랜 기간 닫아두기도 했었다.    

  

한양 도성 길을 걸으면서 내가 사는 서울의 역사,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기존 고려와 차별화한 이념, 정치체계가 필요했을 것이다. 개경에서 한양으로 수도 천도도 이런 일환이었다. 앞으로 도성 안 경복궁, 종묘, 사직단과 육조거리, 청계천 등 한양 속을 여행하려고 한다. 또한 도성 주변에 있는 윤동주 문학관, 홍난파 가옥, 경교장, 한양 도성 박물관 등 탐구도 계속하려고 한다. 내 몸에 아날로그 정보가 채워져 서울이 좀 더 친근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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