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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진 Feb 16. 2023

갑작스런 연락을 받은 사람들     

유럽 도시와 사람 이야기-1 

 #1

2022. 7 베오그라드 

"여름에 세르비아 올래?"

 수업 중 쉬는 시간에 크리스티나가 물었다. 세르비아계 미국인인 티나는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나에게는 한국어를 배운다. 지금 학교와의 계약이 끝나는 봄, 티나는 세르비아로 돌아갈 거라 했다. 여름을 베오그라드의 할머니 집에서 보내며 크로아티아나 그리스 같은 바닷가로 놀러 가면 어떻겠냐는 게 그녀의 제안이었다. 

 얼마 전이라면 '그래 언젠가는'이라며 한 귀로 듣고 흘렸겠지만 이제는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풀리고, 코로나가 끝났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우리도 머지않아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 거라고들 했다. 오랜만에 사람의 온 얼굴이 길거리에 보이기 시작하고, 역시 그런 분위기 때문인지 너도나도 여름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2022. 7 에기나 섬

 나도 오랜만에 비행기표를 검색하고 루트를 짰다. 여행을 준비하며 지난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을 떠올렸다. 우리는 항상 헤어질 때 다시 만나자며 약속을 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그렇고, 시간이 지나면 더 그렇듯 그 가능성은 아주 희박할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렇지만 호스텔에서, 술집에서 만난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또 봐'라고 말하며 헤어질 수 있는 것은 여행지의 허용이다. 다시 만나지 못하더라도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그런 관계인 것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미련이 많은 나는 친구들이 보고 싶었다. 오랜만에 연락을 돌리고, 그들이 사는 도시를 이어 여행 루트로 삼았다.

2022. 8  산지미냐노

 몇 년 만에 온 인천 공항은 해외 여행객이 늘어간다는 뉴스와 달리 아직 한산했다. 하지만 다들 어디 모여있었는지, 카타르행 비행기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긴장한 탓인지 카타르로 가는 내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시간 맞춰 주는 기내식을 따박따박 받아먹고 영화만 두 편을 내리 봤다. 28시간을 깨어있어 눈이 메말라가던 끝에 도하발 환승 비행 편에서는 잠이 들었고, 눈을 떴을 때 비행기는 이스탄불 공항으로 기체를 덜컹이며 내려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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