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성장했다. 800% 성장했다. 빠르게 크는 SaaS 회사들을 보면 끄덕끄덕한다. 그래 PMF 착착 맞고 고객들이 진짜 좋아하는구나. 진짜 멋있네하고 혼자 감탄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이게 말이 되냐고. 빌더라면 누구나 Slack이나 Twillo의 초고속 성장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 그 신기록이 깨졌다.
$1M ARR에서 $100M ARR을 18개월 만에 달성한 회사가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바로 찾아봤다.
Wiz는 이스라엘의 클라우드 시큐리티 회사로 Fortune 100의 25%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대표적인 고객으로는 BMW, Costco, Chipotle, EA, LVMH, Mars, Salesforce, Slack 등이 있고 파운더인 Assaf Rappaport는 이전에 Adallom이라는 회사를 세워 Microsoft에 엑싯했다고 한다. Wiz와 같은 산업인 클라우드 시큐리티 회사였고 $320M 정도의 규모의 M&A로 추정.
어떤 부분을 Pain Point로 잡았길래 이런 스케일이 가능했나 궁금해서 찾아봤다. “-cloud security solutions were complex, fragmented, and generated too many alerts to manage and act upon. Security teams wasted hours chasing alerts across a jumble of disconnected, isolated tools, manually correlating them to try to ascertain real risk. Agent-based security products created friction to deploy and maintain and left gaps in coverage. Developers and security teams had differing views on the risks in their environment.” (회사 블로그 일부 발췌)
분석을 해보자면 클라우드 시큐리티 자체는 나름 고도화가 이뤄졌으나 그 결과를 만들어가면서 쌓아온 프로세스와 툴들이 모두 뒤엉켜 있었던 것.
클라우드 시장의 성장 속도를 보면 이 부분은 납득이 간다. 클라우드 시장 수요는 점점 커지는데 그걸 소화해내려고 쥐어짜다 보니까 공급은 겨우 맞췄지만 사후 관리에서 상당히 고생을 했던 것. 마땅한 사후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기도 전에 수요가 공급을 집어삼킨 것 같다.
여러 종류의 실로 묶인 공을 상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공을 만들어내긴 했는데 관리를 하려고 보니 시작과 끝을 알 수가 없고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슈가 발생하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손으로 한 줄 한 줄 찾아가면서 매뉴얼 하게 이슈와 그 원인을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외부의 솔루션을 쓰려고 하니 워낙 엉켜있는 탓에 모든 이슈를 다 커버 못하는 중이고 이렇다 보니 개발자와 시큐리티 팀은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던 상황.
내가 회사고 내부에서 이런 문제를 겪고 있다면 두통 때문에 잠을 못 잤을 거다. Assaf는 이 부분을 매우 잘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옆에서 머리가 아프다는데 내가 두통약을 만들 수 있다면? 게다가 그 머리 아프다는 사람이 Fortune 100라면? 빌더의 눈에는 금맥을 발견한 느낌 아니었을까.
고객 사례들도 추가로 찾아봤는데 PMF를 제대로 짚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Wiz 프로덕트를 도입한 후에 시스템 전체 뷰를 한 번에 볼 수 있었고 Actionable 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들… 흙탕물을 맑게 만들어주고 뭘 해야 되는지까지 알려주니 쓰는 사람들도 이만한 제품이 어디 있나 싶었을 것 같다.
이렇게 보고 나니까 $100M ARR이라는 규모가 이해가 갔다. 시장 규모도 크고 문제 자체도 컸구나. 근데 18개월이라는 이 미친 속도는 어디서 나온 걸까 고민을 해봤다.
1. 같은 산업 안에서 회사를 세우고 엑싯한 경험이 있는 노련한 파운더. 즉, 어느 시점에 뭘 해야 될지 잘 알고 있었다는 점. 액션에 낭비가 없으니 쾌속 질주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2. 인재는 인재를 알아본다. Meta, JP Morgan, Okta에서 탑티어 인재들을 뽑아서 회사에 영입했다.
3. 똑똑한 사람에게 쉬운 일을 맡기면 권태에 빠지거나 퇴사를 한다. 클라우트 시큐리티 문제를 던져주면? 만사 제치고 일했을 것 같다.
4. 투자사를 보니 블랙스톤이 있더라. 세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고 산하에 관리하고 있는 조 단위의 회사만 수십 개다. 리드 확보?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100M…18개월…이런 걸 보면 약간 위축되거나 무의식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영감 받고 더 힘내라고 이번 글을 작성했다.
엄청난 수요를 전부 소화해낸 Wiz 팀도 대단하지만 프로덕트와 시장이 매치되면 어디까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매우 좋은 케이스 스터디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