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은 아이들이 아니다
많은 개인 카페들이 노 키즈존 No Kids Zone을 선언하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키즈 Kids의 기준이 제각각이지만 대부분 미취학 아동을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아이들은 울기도 하고 떠들기도 하고 뛰어다니기도 한다. 바닥에 음료를 쏟기도 하고 가게의 기물을 파손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의 행동이 본인의 가게는 물론 손님들에게도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있는지 없는지 모를 만큼 얌전한 아이들도 많지만 일일이 가려서 받을 수 없으니 아예 출입을 금지한다는 거다.
아이의 부모 입장에서 보자. 아이들의 입장이 아니다. 아이가 있다고 입장을 금지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안 그래도 아이 때문에 외출도 쉽지 않은데 가끔 즐기는 소박한 즐거움도 못하게 하는 건 너무하다. 아이 낳으라고 온 나라가 떠들면서 아이를 푸대접한다. 아이가 있으면 밥도 먹지 말고 커피도 먹지 말라는 말인가. 아이니까 뛰고 떠드는 거지. 그리고 우리 아이가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지 안 주는지 보지도 않고 무조건 출입을 못하게 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양쪽의 입장 모두 맞고 이해가 간다. 여기서 본질은 아이에게 있지 않다. 아이와 함께 온 부모에게 있다. 식당이나 공공시설에서 아이가 소란을 피우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일부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에게만은 예외를 주고, 자제를 부탁하는 업주에게 막말을 한다.
"애니까 떠들지 너는 애 없어?!"
"니들은 아이 안 낳을 것 같아?!"
요즘처럼 불임 많은 시대에 위험한 발언이다.
가게의 장식이나 소품을 가져다가 아이의 장난감으로 쥐어주기도 하고 가게에서 뛰고 소리 지르는 것을 유도하기도 한다. 뜨거운 음식을 하는 식당에서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업주에게 돌아간다.
가게를 하다 보면 100명 중 99명은 좋은(?) 손님이다. 간혹 만나는 1명의 안 좋은 손님이 나머지 99명의 몇 배의 충격으로 다가온다고 업주들은 한입으로 얘기한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식당에서 소란스러운 아이들을 훈육하는 부모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식당 내에서 주의를 주고 안되면 밖으로 데리고 나가 달래어 들어온다.
우리의 두 번째 가게의 모토는 조용한 카페였다. 때문에 노 키즈존으로 운영했다. 한 번은 젊은 부부가 오픈 시간에 맞춰 들어왔다. 너무 오고 싶어서 왔는데 노 키즈존이라 테이크아웃만 해달라고. 아이가 얌전히 자고 있길래 천천히 앉아서 드시고 가라고 했다. 대신 아이가 깨어나서 소란스러워지면 양해 부탁한다고 공손히 얘기했다. 부부는 아이가 깨어나기 전에 음료와 케이크를 먹고 일어섰다. 좀 더 계시라는 얘기에도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우리의 세 번째 가게는 밥을 파는 식당이었다. 유아용 의자 두 개와 아이용 그릇과 숟가락, 포크까지 준비해뒀다. 어떤 부모가 아이가 숨이 막힐 정도로 조용히 시켰다.
"괜찮아요 좀 떠들어도. 편하게 드세요."
노 키즈존 No Kidz Zone은 노 노매너 패어런츠 No No-Manner Parents존으로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뛰고 떠들고 소리 지르면서 큰다. 아이들은 그런 거다.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곳이 없어지고 있다. 집에서는 층간소음으로 발이 묶이고 공공장소에서는 어른들의 필요에 의해 입이 막힌다. 지금까지 만난 업주들의 대부분은 그런 아이들보다 어떤 제스처도 취하지 않는 당당한 부모들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첫 번째 가게 역시 애 어른 할 것 없이 소란을 피우면 자제를 시켰다. (사실 애보다 어른이 더 소란스러운 적도 많다.) 하지만 노 키즈존은 아니었다. 아이가 오면 꼭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보다 건강한 음식을 챙겨서 주었고, 대부분의 아이들과 부모들이 잘 따라주었다. 간혹 떠드는 아이가 있으면 부모는 주위에 미안해했고 그걸 본 다른 손님들은 웃고 이해해줬다. 간혹 부모가 음식을 편하게 먹을 수 있게 아이와 놀아주기도 했다.
어느 날 두 번째 가게에 한국으로 여행 온 미국인 부부가 아이와 함께 찾아왔다. 내 친구에게 그 동네에 갈만한 곳을 물었고 우리 가게를 소개했다고 한다. 그들은 너무 멀리서 왔고 친구의 얼굴도 떠올랐다. 대한민국은 정(情)인데 우리나라가 인정머리 없는 나라로 보이는 것도 싫었다. 우리 가게는 노 키즈존이지만 그 자리에 있던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멀리서 친구가 와서 양해 부탁드린다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냐고 공평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혹시 모를 소란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책임을 우리가 질수 있기에 다른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책임 없이 노 키즈존 반대를 주장하는 것은 모든 책임을 업주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공공장소에서가 아닌 어디에서도 아이와 부모는 죄인이 아니다. 다만 본인의 권리만 중요하게 생각하며 의무를 차별로 주장하는 것이 문제다. 많은 가게들이 처음에는 키즈존으로 운영하다가 노 키즈존으로 변경한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거다. 그들이 키즈존에서도 아이들이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면 노 키즈존도 키즈존으로 바뀔 수 있다. 일부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부모들이 의무를 염두에 둔다면.
tip.
노 키즈존은 없어야 할 존재이다.
그렇기에 당당하게 주장할 벼슬이 아니다.
여기 노 키즈존인데 왜 왔냐는 식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다.
아이의 부모들은 이미 몇 군데의 가게에서 돌아 나와 이곳에 왔을지 모른다.
상냥하고 진심 어린 말 한마디가 아이를 안고 힘들게 다녔을 그들에게 조금의 위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웃으며 말할 것이다.
“다음번에 아이 없이 올게요.”
비록 그들이 당신의 가게에 들어올 수 없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