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쓴 다음에 덜어내야 할까? 그 반대는 안될까?
그래픽 노블을 쓰다가, 그 모든 채색과 그림을 위한 노력, 문장을 쳐내려는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져서 작업 방식을 바꿨다. 오늘부터는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안 써진다.
정확히는, 써지는데 너무 중구난방하고 인물들이 제멋대로 말한다.
난 분명히 A씬을 통해 B씬에 가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A는 살짝 건드리는 듯하다가 어느새 D,E까지 가고 있는 거다. B씬은 발끝도 닿지 않았다.
나 같은 성격의 창작가라면 자동기술법을 이용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당장은 좀 곤란하다.
그물처럼 얼기설기 완결까지 엮어 놓은 이야기 구조가 있다. 지금은 그 길을 따라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작가들은, 일단 마구 쓰고 덜어내는 쪽을 택한다.
근데 나 같은 경우는 그게 잘 맞지가 않다. 마구 쓰는 게 시간낭비라는 생각도 들거니와, 덜어내려면 적어도 뼈대는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그 뼈대에 맞게 써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다른 매체이지만, 나름의 일련 체계가 있다고 보고 그 구조를 만들어 보았다.
이게 바로 그 결과물이다.
그동안 스토리보드를 바탕으로 칸을 짜서 만화를 그렸는데, 아주 간단한 묘사만 추가한 '웹소설'형식으로 작업해 보기로 했다. 웹소설이라 명명했다고 해서 그게 무슨 드래곤 나오는 판타지 사이다물을 쓸 거라는 뜻은 아니다. 그냥 순문학에 비해 묘사를 많이 덜어낸, 상황 중심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정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글의 전체적인 구조를 해치지 않기 위해, 내가 기존에 익숙하게 사용했던 스크립트를 먼저 모두 작성할 예정이다. 그 후 묘사할 부분만 선정해 살짝식 덧붙여 가는 식으로 작업하면
꽤 효율적인 작업이 되지 않을까 한다.
내일부터는 이 방법대로 작업해 보고 후기를 들고 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