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스페이스 오페라라서 기대가 컸다. 그런데 웬걸, 너무나 만족스럽다. <지구를 지켜라>이후로 제대로 된 국산 SF영화를 얼마만에 만난 건지 모르겠다. 미술세트, CG, 역동적인 전투씬, 색감 모두 훌륭하다. 특히, 시각효과는 용아맥에서 봤으면 지릴 만큼 훌륭하다. 그렇지만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다.
<승리호>는 스페이스 오페라로서 갖추어야 할 것은 총망라되어 있다. 장르의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을 모두 챙길 필요는 없는데 영화 1편으로 다루기에는 너무 과대하다. 특히 사연을 다이어트했어야 했다. 주인공 ‘태호’(송중기) 외에 승무원 4명, ‘도로시(박예림)’와 강현우(김무열), 설리번 (리처드 크리스핀 아미티지) 등의 과거를 세세하게 다루려다 보니까 정작 중심이 되어야 할 ‘모험’에 집중할 수 없다. 이런 산만한 스토리텔링은 액션마저 흐릿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놀라운 비주얼과 익사이팅 한 액션 시퀀스에도 불과하고, 액션과 사건이 인물들의 사연에 발목이 잡혀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영화가 이런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인상적인 액션 시퀀스가 없다. 사건보다 사연에 더 초점이 가있는 연출이 액션에 스토리를 얹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이라이트가 기억에 남지 않는다.
영웅문은 역시 고려원이죠.
이렇게 된 데에는 조성희 감독이 레퍼런스한 작품이 너무 다양해서다.스페이스 오페라(스타워즈, 가오갤, 칸의 분노, 엔드게임, 발레리안), 하드SF(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인터스텔라, 마션), 소프트SF(엘리시움, 채피), 밀리터리 SF(역습의 샤아), 바이오펑크(멋진 신세계), 사이버펑크(블레이드 러너), 스페이스 서부극(카우보이 비밥)까지 참조한 SF사조의 스펙트럼이 지나치게 방대하다. 통일성이 결여되어 있어서 이야기의 뼈대가 약하다.
또,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 속에 다국적 배우와 다양한 언어를 풀어놓으니 더욱 영화가 산만해졌다. 한국 연출가들이 간과하기 쉬운 음향과 음악 사용이 겹쳐져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캐릭터들의 행동의 당위성이 부족하니까 부실하고 이질적인 요소가 충돌하는 바람에 설득력과 개연성을 잃고 영화의 맥을 탁탁 끊는다. 그래서 <승리호>만의 유니크함이 발견하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제작진의 잘못이 아니다. 국내 SF 장르의 허약한 기반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다. 차라리 드라마로 풀었다면 이런 교통체증은 발생하지 않았겠지만, 안타깝게도 2시간짜리 영화로 소화하기에는 지나치게 부피가 크다. 송중기의 부성애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곁가지들을 쳐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첫술부터 배부를 순 없다. 부디 속편에서는 인물과 세계관 소개를 끝냈으니 화끈한 모험을 펼쳐주길 기대한다.
★★☆ (2.4/5.0)
Good : 240억짜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놀라운 비주얼
Caution : 과유불급(過猶不及)
●딸바보를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꽃님이 역할을 한 아역배우 때문에 영화를 너무나 즐겁게 시청했습니다. 2편 꼭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지구를 지켜라>이후로 침체되었던 국내 SF 장르에 부활의 신호탄이 되었음 합니다. 조성희 감독님, 혼자서 이 모든 것을 창안하느라 너무나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