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비긴즈 후기 미국인의 공포에 맞서다

Batman Begins 2005 영화 해석

by TERU

1. 자신의 공포와 마주 선 브루스 웨인

<배트맨 비긴즈>는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될 수밖에 없는지에 관한 탄생신화다. 브루스 웨인 눈앞에서 부모를 잃은 비극을 겪었다. 놀란은 그리스 비극처럼 언제나 주인공이 어떻게 트라우마를 이겨나가는 과정을 필름에 담는다.


아버지의 한 말씀

"왜 우리가 넘어지는 걸까? 그로 하여금 우리는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Why do we fall? So we can learn to pick ourselves up.)"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것이 영화를 읽는 첫 번째 키워드가 될 것이다.

성인이 된 브루스 웨인은 부모를 살해한 불구대천의 원수 조 칠을 처단하기 위해 법정에 총을 가지고 들어온다. 그러나 마피아 팔코니 패밀리의 사주를 받은 히트맨에게 조 칠은 살해당하고 만다. 브루스는 팔코니를 찾아가지만 그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서 “네가 세상의 어두운 맛을 본 줄 아냐? 너는 그냥 겁쟁이야. 네가 돈이 많아봤자,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을 살 수는 없을 거다.”라고 엄포를 늘어놓는다.


큰 충격을 받은 브루스 웨인은 범죄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아시아로 건너간다. 여기서 헨리 듀커드(리암 리슨)를 만나 거대 테러집단인 ‘그림자 동맹(League Of Shadow)’에 가입하게 된다. <스타워즈>의 요다가 일찍이 지적했듯이 헨리 듀커드도 브루스 웨인을 수련하면서, 슬픔은 떠나는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낳고, 결국 그 두려움은 원망과 증오를 낳아 일을 그르친다는 가르침을 준다. 이것은 3부작을 읽는 2번째 키워드다.


내가 무서워하는 거니까. 적들과 공포를 공유해야지

브루스 웨인은 그림자연맹을 떠나 배트맨을 구상한다. 극 중 알프레드가 “왜 하필 박쥐죠?‘라고 묻는다. 브루스 웨인은 '내가 무서워하는 거니까. 적들과 공포를 공유해야지 ‘라고 답한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박쥐에 대한 공포를 범죄에 대한 증오와 동일시한다. 그는 범죄자들에게 공포스러운 존재가 되기로 마음을 먹는다. 갖은 어려움과 역경을 이겨낸 영웅적 캐릭터는 정의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함으로써 사회를 지켜내는 캐릭터들이다. 이러한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곳에는 적든 많은 철학적인 태도, 혹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그중 배트맨은 ‘공포’를 자신의 능력으로 삼았다. 적을 두렵게 하기 위해 자신이 두려워하는 박쥐를 선택한 셈이다. 놀란은 브루스 웨인의 자아 문제를 액션 영화와 범죄 누아르에 흐르고 있는 정치철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당시 미국에 가장 큰 공포를 안겨준 사건이 있었다. 놀란은 영리하게 그 사건에서 충격을 받은 미국인의 트라우마를 브루스 웨인이 겪은 공포와 교묘하게 엮었다. 이것이 영화가 성공한 가장 큰 비결이다. 후속작 <다크 나이트>에서는 선악의 개념을, 완결편인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는 사회구조적 모순까지 확장해나간다. 차근차근히 알아보자!




2. 영웅이 폭력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방법!


일찍이 인류는 합법적인 폭력을 정당하게 휘두르는 ‘국가’를 발명했다. 국가는 외부의 침략과 내부의 무질서와 범죄로부터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무소불의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액션 영화 주인공의 직업이 주로 경찰, 첩보원, 군인인 까닭은 합법적인 폭력은 오직 국가만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액션 영웅들은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폭력을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행사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슈퍼히어로 서사는 본성적으로 '홉스의 국가주의'에 관한 이야기다. 생명과 재산상의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자기 보존의 욕구’에서 폭력의 정당성을 찾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미국의 힘에 대한 논평으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국가주의를 가장 잘 반영한 슈퍼히어로 영화로 2014년작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을 꼽고 싶다. 영화에서 과거 테이터를 분석해서 인류의 위협이 인류의 위협이 될 수 있는 2천만 명을 희생시켜 70억 인류를 구해야 옳다는 위험한 주장이 등장한다. 이것이 국가주의의 극단적인 형태인 전체주의가 불러온 홀로코스트에 대한 마블의 대답이다.


그런데 슈퍼히어로의 입장이 다르다. 슈퍼히어로는 일종의 자경단원으로 공권력을 벗어난 사적 제재를 행사한다. 그들은 정의(正義)의 사도이기도 하지만, 시민과 국가로부터 정당하게 폭력을 행사할 권한을 위임받지 못했다. 그래서 슈퍼히어로들은 ‘정체성’을 고민하게 된다.


정확하게는 코믹스의 초인 영웅들은 물리적 힘으로 현존하는 체제를 수호하고 지지하는 목적을 띄고 있다. 법치국가가 인정하지 않는 '사적 제재'이라는 불법적을 강행하면서 국가와 사회의 안녕을 지키고 있다는 모순된 입장 말이다. 이 모순이 '정체성(자아) 문제'이며 슈퍼히어로 서사에서 핵심을 이룬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적 제재는 치안을 어지럽히기 때문에 당연히 처벌 대상이다. 특히 미국은 헌법상 민병대를 허용하는 바람에 골치를 썩고 있기 때문에 형량 인플레이션까지 도입했다. 차라리 총기규제를 해야 하는데 NRA 때문에 안 될 거야! 아마! 공권력으로부터 명분과 정당성이 갖출 수 없는 코믹스 영웅들은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돈과 지위, 지식을 영웅에게 지급한다. 이것이 배트맨이 재벌이 된 연유다.





3. 놀란의 리얼리즘이 의미하는 바는?


2편 <다크 나이트>와 3편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야외 촬영이 주가 되었던 데에 반해 아직 1편 <배트맨 비긴즈>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어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세트 촬영으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팀 버튼의 표현주의 양식이 여러 군데 남아있다.


비교하자면 팀 버튼은 코믹스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겨와서 다소 과장된 잔혹동화를 그렸다면 놀란은 우중충하고 진지한 풍경을 그린다. 놀란은 <배트맨 비긴즈>을 구상하면서 “<블레이드 러너>의 디스토피아를 그대로 구현하고 싶다”라고 인터뷰했다.


<블레이드 러너>처럼 SF적인 비현실성을 남겨뒀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미국에 실재하고 있을 것 같은 도시의 풍광을 갖추었다. 여기서 놀란은 배트맨을 통해 9·11 이후의 미국 정세를 영화에 반영할 의향이 내포하고 있었다. 단순하게 이 영화가 단순히 마천루 풍광을 보여줬다고 리얼리즘 영화가 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불탄 저택이 재건한다는 의미는 배트맨이 고담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의지표현이다.


레이철의 대사 ‘정의는 조화를 위하고 복수는 자기만족을 위한다.’라는 대사가 어떻게 들리는가? <배트맨 비긴즈>을 본 미국인은 영화가 9·11 테러를 은유했음을 단번에 알아차리는 게 당연하다.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란 감투를 스스로 쓰고 자신의 힘을 과신했다. 그렇게 경찰 놀이 삼매경에 빠진 미국 본토가 공격을 당했다. 21세기가 시작하는 해 2001년 9월 11일의 일이었다.


당연하게 미국인에게 주는 충격은 상상 이상 거대했다. 미국은 즉각 피의 보복을 시작했다.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가 지목되었고 그들이 숨어있던 아프가니스탄이 표적이 되었다.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는 포문을 돌렸다. 그는 북한과 이란, 그리고 이라크를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불렀다. 미국은 '전 세계에 우리와 함께 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를 상대할 것인가?'라고 엄포를 놓는다. 이라크 전쟁, 사담 후세인의 처형, 아프가니스탄 전쟁, 오사마 빈 라덴 처결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단행한 후속조치를 떠올려보면 그 의미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자기반성적 색깔과 인간과 세상에 대한 성찰은 최근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슈퍼 히어로물에서 발견되는 뚜렷한 현상이다. 무기업체 CEO가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되는 <아이언맨>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 정책이든가 군사적 패권주의에 대한 반감이 은연중에 내포되어있다.


모든 액션 영화의 드라마는 폭력을 행사하는 당위성을 설명하는 기능을 담담한다. 특히 슈퍼히어로 영화는 정체성 문제를 시대의 근심을 담는 도구로 활용한다. 벤 삼촌이 피터 파커에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조언을 기억하는가? 큰 책임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라인홀드 니버의 해석을 들어보자!


니버는 정당하다고 간주되는 폭력을 독점한 유일한 인간 공동체로서 국가가 지닌 힘에는 모든 폭력에 잠복한 악마성이 있다고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을 통해 경고한다. 굳이 도조 히데키나 히틀러까지 갈 필요 없이 우리나라 현대사를 떠올려봐라! 1987년 6월 29일까지 국가권력이 얼마나 국민들을 억압했던가? 게다가 집단이 크면 클수록 그 집단은 스스로를 이기적으로 표현한다.


극 중 레이철이 브루스 웨인에게 하는 대사는 이런 의미다. 미국인에게 국가를 지배하는 것은 집단적 감정과 충동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4. 슈퍼 히어로, 미국을 말하다.

9·11 테러는 오늘날의 코로나 19 사태처럼 역사의 변곡점이었다. 그동안 굳건하게 버텨오던 가치들이 무너진 사건이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브루스 웨인이 겪는 영웅의 딜레마는 이런 미국인의 고민을 반영하고 있다. 후속 편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영웅의 딜레마로부터 브루스 웨인이 졸업함으로써 미국적 가치가 옳았다고 긍정한다. 아직 감이 안 오시는 분들을 위해 <배트맨 비긴즈>의 빌런을 고찰해보자!


스승인 헨리 듀커드가 브루스 웨인의 파티에 찾아와서 자신이 '라스 알 굴'이라고 고백한다. 충격을 숨기지 못하는 브루스는 듀커드에게 ‘싸구려 속임수’라고 비난하지만, 듀커드는 '밤새 고담을 누비고 다니는 너는 어떻고?'라고 반박하며 듀커드는 브루스도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주지시킨다.

이것은 오사마 빈 라덴의 경우와 겹친다. 1981년 미국 CIA는 오사마 빈 라덴을 소련에게 침공당한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낸다. 그는 무자헤딘으로 참전한다. 서방에서 공부한 라덴은 영어에 능숙했고, CIA는 그를 통해 공산주의와 싸울 무기와 자금 통로 단체 '아크탑 알 키다맛'를 1984년에 설립한다. 이 단체는 오늘날 ‘알 카에다’라 불리는 단체의 전신이 된다.


그렇다면 이제 듀커드가 이끄는 '그림자 동맹'이 왜 테러집단으로 그려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보자!






6. 소프트 타깃 테러!

헨리 듀커드는 "도시는 공포에 미쳐 자멸할 걸세"라며 자신의 제자에게 로마제국의 타락과 중세 흑사병의 창궐, 고담 시의 경제공황을 예로 들며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그러면서 자신이 빼돌린 웨인 엔터프라이즈의 초단파 액체 증발기를 통해 공포 가스를 도시 전체에 살포하려고 한다. 공포 가스는 공포로 인해 미쳐버린 시민들은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게 된다고 한다.



영화 속 고담을 미국으로 해석하면 듀커드와 그림자연맹이 꾸미는 음모는 명백하게 테러행위다. 테러는 사회적 공포를 일으키는 행위다. 또한 21세기 테러의 특징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살상이 이다. 듀커드는 고담 시 전체에 공포가스 테러를 저지를 생각이다. 이것을 '소프트 타깃 테러'로 정부기관·공적 기관을 대상으로 삼는 하드 타킷의 반대 개념으로 학교·병원 등 민간인을 겨냥하는 테러행위다.



후속작의 빌런은 어떨까? 조커와 베인은 굉장히 다르지만, 하는 짓은 닮았다. 그들은 얼핏 보기에 테러리스트 같다. 조커는 아나키스트지만, 경찰을 암살하고, 배를 납치하고 병원을 폭파하는 테러를 감행한다. 그는 고담 시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사회적 공포를 일으킨다. 이것은 사전적 의미에서의 테러와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베인은 정치범이지만 그가 저지른 짓은 명백히 테러행위다. 아캄 형무소의 재소자들을 풀어주고 증권거래소를 점거하고, 경찰들을 지하 하수도에 가둔다. 나중에 밝혀진 대로 그는 탈리아 알굴이 이끄는 '그림자 동맹'의 행동대장이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그림자 동맹과 주방위군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다리 장면에서 존 블레이크가 시민을 대피하려고 하자 강 건너 경찰과 군인이 거부한다. 그 이유는 미국의 대 테러 지침과 정확히 일치한다. 놀란이 3부작 내내 테러리즘을 그리려는 의도는 간단하다. 거리에 빈민이 넘쳐나고 테러와의 전쟁이 되풀이되며 정부의 무력함을 체감 중인 미국은, 혹은 세계는 그야말로 고담시의 축소판이라는 의미다. 앞서 살펴본 대로 듀커드가 언급한 제국들은 내부로부터 점점 붕괴되어갔다. '미국이라고 다를까?'라고 관객에게 묻는 것이다.


실제 역사는 어떨까? 1991년 소련이 무너진 뒤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9·11 테러의 복수를 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전쟁 군비를 조달하기 위해 부동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다가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불러왔다. 그리고 미국이 자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떠 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키워줬던 중국이 미국의 위기를 틈타 G2로 올라섰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그리나 코로나 19로 다시금 미국 정부의 무능이 드러나고 있다. 이것이 현 정세다.



6. 배트맨이 박쥐 공포증이 갖는 의미는?

스승이자 빌런인 라스 알 굴과 격돌한다. 그가 이끄는 그림자 동맹은 내 로우즈에 있던 아캄 형무소의 죄수들이 풀어주자 배트맨은 내로우즈에 있던 레이첼을 포함한 시민들을 구하고 그림자 동맹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배트맨은 이때 레이첼을 구하며 "나를 정의하는 것은,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하는 행동이다.(It is not who I am underneath, but what I do, that defines me.)"라며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그리고 그녀가 안고 있는 아이를 구출한다. 아이는 공권력을 상징하는 검사의 품에 안겨있으며 자경단원 배트맨에 의해 구조된다. 그다음 장면에서 아이가 바라보는 배트맨의 모습은 공포 가스에 의한 것이지만, 영락없는 괴물의 모습이다. 이 장면은 <다크 나이트>의 결말에서 배트맨이 '어둠의 기사'가 된다고 일찌감치 예언한 셈이다.


결국 <배트맨 비긴즈>는 배트맨이 범죄를 척결하는 정의로운 행동은 한풀이인가? 아니면 숭고한 영웅적 행위인가?라고 되묻는다. 9.11 테러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수천 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에 시달리고 있다. 9.11 테러 이후 1년간, 미국의 무슬림 400명 이상이 애꿎게 증오범죄를 당했고, 그 뒤로도 매년 100명가량이 공격을 당했다고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라고 『선악의 저편』에서 경고하지 않았던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을 포함한 동양인에 대한 테러가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다. 흑인들은 차별을 반대하면서 동양인과 히스패닉을 무시한다. 이스라엘은 나치에게 자신이 당했던 홀로코스트를 팔레스타인에서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 놀란은 악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부터가 우선 도덕심을 지켜야 된다고 주장한다.




7. 뉴턴 운동 3법칙


<배트맨 비긴즈>에서 배트맨이 죄의식을 떨쳐내는 과정은 9·11 테러로 인해 단숨에 붕괴된 미국적 가치 그리고 그 가치가 무너진 혼란한 미국 사회를 내부적으로 추스르는 내용이다. 2편 <다크 나이트>는 9·11테러와 이라크 전을 통과해오면서 미국의 정체성에 대한 할리우드 영화인들의 고민이 녹아 있는 작품이라 설명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가 수행한 테러와의 전쟁이 과연 정당한 것이었느냐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가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많다. 이를 암시한 복선은 결말부에 있다.

우리가 반자동을 들면, 저들은 자동 무기를 사들일 것이고, 우리가 방탄복을 입으면, 저들은 철갑탄을 쏘겠죠


극 중 고든은 배트맨에게 "우리가 반자동을 들면, 저들은 자동 무기를 사들일 것이고, 우리가 방탄복을 입으면, 저들은 철갑탄을 쏘겠죠."라고 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실제 테러리즘을 박멸하기 위해 힘쓸수록 테러는 더 빈번해지고 있다. 2002년 발리 폭탄 테러,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 2005년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 2015년 튀니지 수스 테러, 파리 테러 등등. 이외에도 자잘한 사건들이 많다. 이처럼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때때로 사회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럼 <배트맨 비긴즈>가 불러일으킨 반작용은 무엇일까? 제임스 고든은 배트맨에게 '조커 카드'를 건네준다. 1편에서는 팀 버튼의 표현주의적 양식을 따르고 있지만, 속편부터는 범죄 누아르로 갈아타며 팀 버튼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예고하고 있다.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 2005)》 후기·리뷰_미국인의 공포와 맞서다.

★★★★ (4.1/5.0)

Good : 9.11 테러의 공포를 마주 보고 극복하자!

Caution : 3부작 중에 가장 슈퍼히어로 서사에 충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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