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rk Knight 2008 영화해석
<다크 나이트>는 허구적 공간의 대명사인 고담을 너무도 리얼한 공간으로 변모시킴으로써 개인의 서사에서 벗어나 완전한 ‘바로 지금 여기’의 (미국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범죄가 만영하던 고담에 평화를 가져다 온 두 사람이 있다. 먼저 밤하늘에 배트 라이트를 켜고 범죄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배트맨이고, 그다음으로 마피아들을 모조리 체포한 고담의 신임 검사가 있다.
브루스 웨인은 하비 덴트와 레이첼과 함께 한 자리에서 “고담 시는 무법자가 아닌 당신 같은 법을 통해서 처벌을 내리는 영웅을 필요로 해요.(Gotham needs heroes like you, elected officials...... not a man who thinks he's above the law.)”라며 배트맨은 그를 정의의 수호자로 낙점한다.
그런데 조커가 나타나면서 고담은 다시 범죄가 활개 치고 된다. 조커는 녹색 비늘 같은 뱀을 연상하는 의상과 분장을 했다. 이때 에덴동산에서 이브를 부추긴 뱀처럼 조커는 시종일관 혀를 날름거린다. 히스 레저는 조커를 뱀으로 악의 표상으로 삼아 연기한다. 성서뿐 아니라 여러 문화권에서 뱀은 악의 상징이 아니었던가? 극 중 조커가 혼란과 무질서라는 카드를 꺼낸 든 것은 홉스가 말한 ‘자연 상태’로 돌리기 위함이다. 여기서 자연이란 질서도 법도 선악의 판단기준도 없는 상태를 뜻한다. 그렇게 해야 <다크 나이트>가 진정하고 싶은 이야기인 선악의 문제를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담 시는 조커로 인해 자연 상태로 리셋되었다. 후기가 너무 길어지지 않기 위해 ‘절대 악’으로 한정해서 이후의 논의를 정리해나가겠다.
극 중 알프레드는 버마에서의 체험을 떠올리며, “세상에는 돈에도 명예에도 권력에도 무관심하고 오직 세상을 불태워버리고 싶어 하는 존재가 있다”라고 말하면서 조커를 절대악으로 이해한다. 본격적인 도덕적 해석에 앞서 혼란과 무질서에 대해 짧게 짚고 넘어가겠다. 범죄와 예술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존의 규칙(클리셰)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범죄수법을 반복하면 그만큼 체포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것이 단순하게 범죄학적으로 조커가 세상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는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음으로써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려고 한다. 그의 목표는 간단하다. 바로 배트맨 스스로가 정한 신념을 시험하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다음 2장에서 다루겠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하비 덴트 검사가 악당 투 페이스로 변절했다는 것이다. 조커는 배트맨에게 “고담의 백기사를 ‘우리 수준으로’ 끌어내렸지”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하비 덴트가 타락했듯이 배트맨의 도덕률을 무너뜨리려고 애쓴다. 그래서 하비 덴트와 브루스 웨인이 동시에 사랑했던 대상을 납치한 것이다.
그렇다면 하비 덴트의 타락이 왜 배트맨에게 충격이었을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일단 배트맨이 하비 덴트를 고담을 구할 영웅으로 왜 지목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배트맨이 처음 등장할 때를 떠올려보자! 하키 마스크를 쓴 배트맨 추종자들이 불법 자경 활동을 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때 카메라는 배트맨의 가면과 하키 마스크가 다르지 않다고 동등하게 취급한다. 그리고 조커 일당이 쓴 광대 가면도 동일한 대접을 받는다. 놀란은 배트맨과 배트맨 추종자, 조커 일당이 똑같은 범죄자임을 숨기지 않는다. 만약 하비 덴트 같이 정의로운 검사가 법치주의를 실현한다면 배트맨 같은 자경단이 범죄 집단이 전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 서부시대 같은 경우의 공권력의 한계, 또는 부재로 인해 주민 스스로가 치안 활동을 해야 했다. 이것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6.25 전쟁이나 6.3 사건 때 자경단이 자칭하는 이들이 불법으로 양민학살을 벌인 역사가 있다. 그런데 극 중 하비 덴트는 리코 법에 의거해 고담 시의 갱단을 모조리 체포한다. 법치주의를 통해 치안이 유지되는 상황인 것이다.
하비 덴트 입장에서 배트맨과 그의 추종자들은 목적이 무엇이었든 그로 인해 생기는 위법행위는 원칙적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비 덴트는 브루스 웨인에게 “나는 마스크를 쓴 사람에 대한 우상화를 얘기하고 있어요. (I'm talking about the kind of city that idolizes a masked vigilante.)”라고 법적 권리 없이 영웅을 일컫는 멸칭 ‘Vigilante’까지 써가며 일갈한다.
놀란은 배트맨을 ‘헤라클레스’를 모티브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헤라클레스는 반신반인이다. 하비 덴트가 ‘법과 정의’이라는 신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면, 조커는 ‘불법과 무질서’이라는 인간의 영역에 서 있다. 배트맨은 정의를 추구하지만 불법 수단을 행한다. 조커가 하비 덴트를 ‘우리 수준으로’ 끌어내렸다는 말은 둘 다 인간이 되었다는 의미다. 인간은 완전무결한 신이 아니다. 배트맨이 범죄인 인도 조약이 맺지 않은 중국으로 날아가 라우를 납치하는 장면은 그 불법적 면모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대량 살상 무기를 명분 삼아 이라크에 쳐들어갔던 미국을 은유한다고 볼 수 도 있지만, 이 후기는 윤리학적 관점으로 진행되므로 어디까지 배트맨의 불법적 일탈 정도로 정리하고 후기를 이어가겠다.
<히트>의 식당 장면을 오마주한 취조 장면에서 조커는 “신념은 사치일 뿐이야. 오늘 밤 그것을 깨게 될 거야”라고 말한다. 그가 노리는 것은 배트맨의 신념이다. 그리고 “넌 날 완성시켜”라고 말하는 조커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범죄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배트맨을 자신과 동일시한다. 이에 대해 배트맨이 유일하게 항변할 수 있는 수단은 조커처럼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신념 즉 ‘불살주의’ 뿐이다. 조커는 배트맨이 스스로가 정한 도덕법칙을 무너뜨리려고 하고, 배트맨은 조커의 시험에 들지 않으려 노력한다.
조커는 배트맨을 타락시키기 위해 하비와 레이첼을 따로 납치해서 시한폭탄을 각각 설치해 놨다. 배트맨에게 누구를 구할 것인지에 관하여 선택권을 준다. 고담을 구할 백기사를 구해야 하는 ‘공적인 이상’과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주려는 ‘사적인 행복‘사이에서 고뇌한다. 그는 결국 레이첼을 선택한다. 이 점은 더 나아가 3편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이해하는 열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배트맨이 자신의 양심에 따른 결과는 끔찍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다. 그리고 하비 역시 신념을 잃고 악마 ’ 투 페이스‘로 변해간다. 놀란은 칸트의 정언명령이 실패하는 과정을 묵묵히 그린다.
놀란이 선악의 윤리학을 영화에 반영했기 때문에 칸트에 관해 짧게 설명하고 지나가겠다. <다크 나이트>는 두 개의 정의가 대립하는 이야기다. 조커는 '공리주의적 정의'이고, 배트맨은 '자유주의적 정의'이다. '공리주의'는 한마디로 쾌락이 선이고 고통은 악이다. 사람들은 쾌락을 선택할 것이고, 고통은 기피할 것이라는 것이다. 즉, 조커의 양자택일은 일종의 비용편익분석이다. 조커가 생각하는 인간은 이기적이다. 사람은 손해를 기피하고 이익을 좇는다는 자본주의적인 발상이다. 조커 그 자신은 혼란과 무질서를 상징하지만, 철두철미하고 계획적이다. 조커는 욕구와 기호, 감정에 충실하라고 유혹한다.
여기에 홀라당 넘어간 하비 덴트는 레이첼에 대한 복수심에 의해 타락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처럼 끌림, 경향성, 욕망, 결과에 따르는 것을 칸트는 ‘가언 명령’이라고 부른다.
반면에 배트맨은 자신의 양심에 의거하여 자기 스스로 정한 도덕 법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것을 칸트 식으로 바꾸면 ‘정언명령’이 된다. 쉽게 풀어보면,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 정한 목표와 행동준칙을 ‘신념’이라고 한다.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그 신념에 따라 사는 사람을 높이 우러른다.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활동한 것은 어떤 이익을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다. 배트맨처럼 선한 의지와 윤리의식 그 자체가 도덕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칸트의 도덕철학에서는 오로지 ‘동기’만이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칸트가 간과한 것이 있다. 과연 윤리의식(신념)만으로 정의가 구현될까? 놀란은 조커와 투 페이스를 통해 이 질문을 영화 내내 던지고 있는 것이다.
배트맨은 정언명령의 시험대에 또 오른다. 배트 포드를 치어버릴 기세로 맹렬히 돌진하자 조커는 어서 죽여보라면서 사납게 고함친다. 배트맨은 자신의 신념을 어기지 못하고 자신이 조커와 충돌을 급하게 피하려다가 바닥에 떨어져 기절한다. 정의를 위해 폭력(악)을 불사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셨던 것을 떠올리며) 살인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그의 신념이 계속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한편 윤리 교과서에나 등장할 법한 도덕문제를 관객에게 던진다. 조커는 민간인과 죄수가 탄 두 배에다 방송한다. 상대방이 배를 터뜨리지 않으면 자신이 탄 배를 터뜨리겠다고 협박한다. 조커가 던져준 두 번째 딜레마에서 감독은 번번이 외면하던 정언명령의 손을 들어준다.
죄수 호송선에 탄 흑인 죄수가 기폭장치를 가지고 있던 경찰에게 다가가서 "내가 당신들이 10분 전에 했어야 할 일을 대신해주겠다."라고 말한다. 경찰(관객)은 당연히 폭파 버튼을 누르리라 여기고 기폭장치를 건네주지만 그 사내가 한 것은 창밖으로 기폭장치를 던져버렸다. 양자택일 딜레마 자체를 거부함으로써 조커의 공리주의적 정의가 부정한다. 영화 속 모든 비극은 둘 중 하나를 선택했을 때 생겨난 비극이다. 배트맨에게 레이첼과 하비 둘 중 누구를 살릴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로 말미암아 연인을 잃는다. 투 페이스에게 동전의 양면이 생겨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부터 하비는 악인이 된다. 상대방을 죽어야 내가 살 수 있는 게임의 룰 자체를 포기할 때 모두가 다 함께 살 수 있는 공생의 길을 연 것이다.
남을 죽이는 것은 설령 자신의 목숨이 걸려있더라도 인간의 도리를 벗어난다. 배트맨은 이 상황을 지켜보며 "이 도시에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선(善)이 있어!"며 공공선을 긍정한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도덕을 지키고자 스스로가 정한 정언명령에 따를 때 비로소 고담(미국)이 보다 안전해지는 길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쯤해서 놀란은 놀랍게도 칸트주의를 버린다.
하비 덴트는 "세상은 잔인해. 이 잔인한 세계에서 유일한 윤리는 운(확률)밖에 없지. 편파적이지 않고. 편견이 없고. 공평하거든."라며 동전 던지기를 신봉한다. 그가 가진 행운의 동전은 앞면은 선하고, 뒷면은 악한다고 계속 명시되는데 정의로운 검사 시절에는 그 동전은 양면에 새겨진 그림이 동일하므로 결국 앞면 밖에 없다. 하비가 앞면만 나오는 동전을 던지면서 레이첼에게 “아니 운은 스스로 만드는 거야!”라고 자기 의지대로 밀고 나가는 열정적인 인물임을 표현한다. 조커가 배트맨을 내놓으라고 협박할 때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내가 배트맨이요. “라고 미끼를 자칭할 만큼 책임의식이 강했다.
그러나 연인을 잃게 되는 과정에서 동전이 불에 타서 뒷면이 생기게 된다. 하비 덴트는 레이첼을 잃고 나서부터 열정과 책임의식으로 굳건히 쌓아온 정의가 언제든지 훼손될 수 있다는 부조리를 느낀다. 그는 베버가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세 가지 요건 중에 열정과 책임의식은 갖고 있지만, 균형감각을 상실했다. 대의에 대한 헌신이 ‘비창조적 흥분상태’와 구별해야 한다. 이 거리감을 상실한 하비 덴트에게 조커는 옆에서 분노와 허탈감을 부추긴다. 이브처럼 그 유혹에 넘어간 하비는 이를 앙갚음하기 위해 경찰 측의 두 배신자와 마피아 보스, 배트맨, 고든, 마지막엔 자신을 심판하려 했다.
<다크 나이트>는 선과 악을 이원론적으로 바라본다. 놀란이 생각하는 악은 원리, 원칙, 법칙, 규칙을 모두 없어버리고, '우연'으로만 결정하는 것이 ‘악’이라고 말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의 입장과 매우 유사하다.
하비가 고든의 가족을 납치한다. 배트맨은 레이첼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셋이서 해결하자고 타협안을 내놓는다. 제안이 공정하다고 판단한 하비는 우선 배트맨에 대한 동전을 던지고 동전이 뒷면이 나오자 배트맨을 총으로 쏜다. 그 후 자신에 대한 동전에선 앞면이 나오고, 그 뒤 고든에 대한 동전을 던진 순간 배트맨이 건물 밖으로 하비를 밀쳐 트리고서, 고든의 아들을 구출해낸다. 이때, 땅에 떨어진 동전은 앞면을 가리킨다. 하비는 떨어지며 추락사하고, 배트맨도 버티다가 결국 떨어지게 된다.
만약 하비가 동전이 앞면이 나왔다고 순순히 고든의 아들을 살려줬을까를 고민한 배트맨은 조커가 그렇게나 흔들려고 했던 ‘불살주의’를 포기하고 아이를 구하기 위해 다른 생명을 포기한다. 배트맨은 자신의 행동을 책임진다. 그는 고담 시에는 선한 영웅이 필요하다며, 투 페이스의 죄를 뒤집어쓴다.
고담에서 가장 정의로웠고 용감했던 존재가 조커에 의해 타락해서 악인이 되었다는 게 알려지면 이것이야말로 조커가 승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범죄에 연루된 검사가 구형한 재판은 항소가 가능하게 되어 그동안 검거했던 범죄자들이 대거 풀려날 수 있을뿐더러 이로 말미암아 고담 시는 패배감이 휩싸이고 도시 치안은 걷잡을 수 없을 만치 혼란에 빠지고 무질서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정리하자면 배트맨은 베버가 말하는 책임윤리를 지켰다. 칸트가 말한 정언명령(=베버의 신념윤리)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대로 행하고 그 결과를 신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의 안녕은 자신의 행동이 낳게 될 ‘예견할 수 있는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 이처럼 베버의 책임윤리는 칸트의 도덕법과 충돌한다. 이것이 베버가 지적한 '윤리적 역설'이다.
법리적으로 봐도 배트맨은 불법적인 자경단원이므로 애초부터 합법적인 화이트 나이트(White Knight)가 될 수 없었지만, 그 자신이 대의를 위해 희생하며 어둠의 기사(Dark Knight)가 되어 오명을 뒤집어썼다. 왜 그랬을까? 여기서부터는 유시민을 인용하겠다. 순수한 신념에서 한 행위가 나쁜 결과를 가져온 경우 그 책임을 신념윤리가(信念倫理家)는 세상에 떠넘기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리석어서 혹은 신의 핑계를 된다. 그러나 책임윤리가(責任倫理家)는 사람은 결함이 있으며 인간이 완전히 선하다고 전체할 권리가 자신에게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배트맨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또 행사해야만 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엄연한 폭력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배트맨의 폭력은 도덕적 동기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마땅히 그 결과까지도 책임져야 한다.
<다크 나이트>는 수배가 내려진 배트맨을 보여주면 끝난다. 국민에게서 폭력을 위탁 독점받은 공권력과 겪는 마찰을 그리고 있다. 속편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이 마찰이 군중심리로 퍼져 나가는 과정을 혁명으로 묘사하고 있다.
앞서 조커는 성경에 나오는 '뱀'을 상징한다고 했다. 그는 왜 하비 덴트를 타락시켰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비 덴트는 '미국적 가치'를 상징한다. 그것을 암시하는 장면이 있다.
법정에서 총을 빼들고 농간을 부리는 마피아를 맨손으로 제압한다. 그러면서 ‘미국 검사를 죽이고 싶으면 미국 총을 쓰시오.’라고 일갈하는 모습에서 눈치채기 어렵지 않다.
그리고 브루스 웨인과 하비 덴트의 식사 대화를 살펴보면 꽤 의미심장하다. “악당들이 거리를 돌아다닐 때 로마인들은 도시를 지켜내기 위해 민주주의를 중단시키고 한 사람을 지명했어요. (When their enemies were at the gates...... the Romans would suspend democracy and appoint one man to protect the city.) 명예는 고려하지 않았죠. 오로지 시민을 위한 봉사였죠.(It wasn't considered an honor, it was a public service.)“라고 하비는 시저를 옹호한다.
그러나 감독은 대사를 통해 “하비. 마지막까지 시저는 말이에요. 끝까지 권력을 놓지 않았다고요. Harvey, the last man that they appointed......to protect the republic was named Caesar...... and he never gave up his power. “라고 시저를 비판한다. 원로원은 로마 공화정을 지키기 위해 그를 종신 독재관에 추대했지만, 그는 공화정을 무너뜨렸다. 이것은 아래 장면을 위한 복선이다.
<다크 나이트>에서 브루스 웨인은 조커를 추적하기 위해서 루시우스 폭스를 통해 고담 시의 모든 휴대폰을 고주파 발신기로 삼아 도청한다. 폭스는 ‘비도덕적인 행위’라며 추적이 끝나자마자 이 장치를 폭파시킨다. 이것은 많은 분들이 지적했듯이 부시 행정부에 대한 일침처럼 들린다. 9.11 테러를 빌미로 미국은 '국가위기사태'라는 명목 하에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애국법(PATRIOT Act)'을 제정하였고,이것은 우리나라 독재정권이 저지른 기본권 제한과 유사한 조치다. 또 관료주의 장벽으로 인해 정보 공유가 안 된 점을 사태를 막지 못한 원인으로 지목하며 초국가적 권력기관인 '국토안보부(DHS)'를 만들었다.
<다크 나이트>의 주제는 다음 대사로 요약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은 민주주의 사회예요. 하비 (But this is a democracy, Harvey.)“가 어떻게 들리는가? 놀란은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우려'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다르게 보면 <다크 나이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9·11 테러로 촉발된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미국인의 자기반성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조커의 테러가 일어날수록 시민들은 패닉에 빠지고 배트맨을 넘기자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조커가 폭탄을 설치한 두 배의 이름이 각각 ‘자유’와 ‘신념’이라는 점과 조커가 ‘사회적 실험’이라고 언급한 점, 그 두 배가 서로를 폭파시키는 결정을 투표로 정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 (5.0/5.0)
Good : 액션과 드라마가 동속도 운동으로 진행되는 신기한 서사방식!
Caution : 만약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 히스 레저가 출연할 수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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