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에덴(Martin Eden, 2019) 후기

양극화는 결혼시장에서 가장 극명하다.

by TE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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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때문에 번민하는 주인공을 통해,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은 20세기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계층 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20세기 중반 이탈리아 나폴리. 정규교육이라곤 받은 적 없는 선박 노동자 마틴(루카 마리넬리)은 어느 날 항구에서 상류층 자제를 구해주면서 그의 여동생 엘레나(제시카 크레시)와 사랑에 빠진다. 엘레나와 교류하며 자신의 무지에 수치심을 느끼기 시작한 마틴은 어느덧 학구열을 불태우며 자기 안의 작가적 소명을 따라간다.


<마틴 에덴>는 잭 런던의 1909년 오클랜드를 배경으로 쓴 소설을 20세기 이탈리아 남부로 번안했다.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를 빅토리아 시대에서 일제강점기로 시대 배경을 옮김으로써 원작과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할 기회를 쟁취한다. 사회주의와 자유주의가 부딪히고 파시즘의 그림자가 어둡게 드리운 20세기 격동기를 그리되 1970-80년대까지 포괄하는 초월적인 미장센과 논픽션 기록 영상이 콜라주에 가깝게 배치되어 이질감 없이 옮기는데 성공했다. 16m(&35mm)로 촬영함으로써 과거 이탈리아 영화 최전성기를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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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당돌한 선원 출신의 마틴은 유명 작가가 되면서 사회적 신분도 상승한다. 카메라는 프롤레타리아 주인공이 진정한 부르주아 세계에 편입될 수 있는가?를 추적한다. 인간은 지식과 교양, 취향과 선호, 공식 자격, 소비성향 등 문화자본을 체화의 형식 즉, 오랜 훈련과 교육을 통해 인간은 일정한 성향과 인지 틀을 확립한다. 이렇게 문화자본을 다룸으로써 ‘사회적 시스템에 순응하도록 길들여진 삶’이라는, 잭 런던의 고전적 테마에서 양극화 등 정치 경제적 영역으로 확장한다.


그럼, 노동자계급의 주인공이 상류층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부르주아 세계에 편입되려는 욕망은 무엇을 의미할까? 유럽의 특정 계급과 직업군이 음악, 예술, 음식에 있어 구분되는 취향을 가졌다. 고로 문화자본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사회적 위치를 반영하는 지표이다. 조선시대에 유교문화에 밝은 양반과 그렇지 못한 상민으로 구분하듯 유럽 역시 문화자본을 많이 소유한 엘리트 집단이 일반 대중과 구별되는 ‘고급문화’를 향유함으로써 자신의 계급을 영속화한다. 더 나아가 문화자본은 교육을 통해 상속이 가능하다. 경제자본은 상속세가 부과되지만, 문화자본의 세습은 은밀하게 진행될 수 있다.


한드에서 재벌과 사랑에 빠지는 여자 주인공을 흔히 만나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사랑으로 계급을 초월할 수 있다는 일종의 환상을 꿈꾸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따져야 봐야 할 것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략결혼’이나 ‘결혼 주선‘이라는 낱말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막스 베버가 ‘결혼은 고도의 사회학적 행위다’고 정의 내릴 만큼 혼인에 이르는 길은 조건을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러므로 우리가 배우자를 간택하는 것은 사회적 위치, 교육 환경, 계급 위상에 따라 후천적으로 길러진 성향(혹은 정치·경제적 선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덧붙여 나라를 어지럽힌 간신배 ‘최순실’은 돈과 권력을 움켜쥐었음에도 딸에게 귀족 스포츠를 강요했다. 경제적 우월뿐 아니라 문화적 우월을 과시하고 싶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중국이 한식과 BTS로 문화공정을 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계급 문화 즉 문화자본은 단시간에 축적될 수 없다.



★★★★ (4.1/5.0)


Good : 양극화는 결혼시장에서 가장 극명하다.

Caution : 우리에게 익숙한 신데렐라 멜로 영화가 아니다.



■봉준호 감독은 “완전히 마음을 사로잡는, 지난 10년간 베스트 영화 중 한 편”라고 극찬했으며, 주연을 맡은 루카 마리넬리는 제76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볼피컵(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솔직히 이탈리아도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신분 사회적 유리천장이 남아있는 줄은 몰랐다.


■비평가들은 로베르토 로셀리니, 비토리오 데 시카, 루키노 비스콘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같은 이탈리아 영화 전성기 시절 감독들의 영향을 언급했다.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La Distinction, 1979)》를 참조하면 좋다. 개인적으로 그가 한 말 중에 가장 공감하는 구절이 있는데 이 기회에 소개하고 싶다. "프티 부르주아는 대부분 자신의 열망을 자식에게 투사한다. 자신의 미래를 자식을 통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자식을 통해 그가 꾸는 `미래`라는 꿈이 그의 현재를 갉아먹는다."라며 그는 지나친 교육열에 우려를 표명했다. 사람들은 자식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꾼다. 그러나 그런 꿈을 꾸는 사이 자신의 현재 계급은 점점 낮아진다. 이 구절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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