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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U May 14. 2024

그녀가 죽었다*SNS시대의 두 가지 병리

《Following·2024》

"나쁜 짓은 절대 안 해요. 그냥 보기만 하는 거예요."


고객이 맡긴 열쇠로 그 집에 들어가 남의 삶을 훔쳐보는 취미를 지닌 공인중개사 ‘구정태 (변요한)’. 편의점 소시지를 먹으며 비건 샐러드 사진을 포스팅하는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 (신혜선)’에게 흥미를 느끼고 관찰하기 시작한다.



①두 주인공에 관한 해석

《그녀가 죽었다》은 관음증자 구정태와 관심종자 한소라의 내래이션으로 심리를 전달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두 주인공은 교호(관계 맺음)의 주체인 ‘나’를 SNS에 의해 규정되는 이중적 정체성을 의미한다. 구정태는 밖으로 향하는 인물로, 타자(남)와의 관계에서 규정되는 ‘나’를 형상화했고, 한소라는 안으로 향하는 인물로, 자신과의 관계에서 규정되는 ‘나’를 규정한다.


외적 관계에 집착하는 구정태는 관객에게 계속 말을 걸며, 겉으로는 정상인 코스프레를 펼치는 반면, 내적 관계에 목을 메는 한소라는 자신을 가엽게 여기고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타입이다. 이것이 왜 SNS와 연관되어 있는지 몇 자 더 설명하겠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확산은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자극적인 화면을 통해 타인의 삶과 흥미, 지식 등을 훔쳐보기에 집착한다. 이런 관음증적 속성은 이웃(팔로어) 수, 댓글 수, 좋아요 수 등 지표에 의해 계량화된다. 반대로,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는 대중의 관심이 더 중요해진 연극적 사회, 즉 '히스트리오닉 사회(histrionic society)'의 대표적인 직업군이다. 자신을 소개하는 자기기술과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메시지를 통해 내가 ‘나’를 바라봄의 대상으로 객관화 시킨다. 타자의 시선을 통해 ‘나’를 ‘대상화’시키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고자하는 ‘노출증’과 SNS 사용자가 자신이 올린 컨텐츠에 대한 타인의 반응이 ‘계량화’된 ‘나’의 모습에 스스로 도취되는 ‘자기도취증(나르시시즘)’이라는 정신병리 현상을 유발한다.


김세휘 감독은 “비정상적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건 위험부담있었지만 SNS라는 현상이 더 이상 막을수 없는 주요한 창고가 되었고 관종, 염탐, 관음 등이 실존하는 캐릭터라 생각한다. 관객이 이 영화를 봤을때 캐릭터들에게 경악할거라 생각했다. 나는 저 정도는 아냐, 쟤들은 이상해라는 생각을 하길 바랬다.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는 동정할 틈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말을 풀어보면 비정상적인 인물의 감정선으로 영화를 바라봐야하기 때문에 내레이션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②사회문제를 반영한 미스터리 스릴러

살인사건이 벌어졌고 구정태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됐다는 줄거리는 친숙하다. 오해받는 주인공, 관음증이라 하면 아마 히치콕이 저절로 연상된다. 히치콕의 〈이창〉을 참고삼아 범죄자의 시각에서 전개된다. 오형주(이엘) 형사를 투입하여 두 주인공의 행각은 전부 범죄임을 명시한다. 


보고 싶은 욕망과 보여주고픈 욕망이 만난 ‘소셜 네트워크(SNS)’ 하에서 누구나 가해자가 되었다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영화는) 경고한다. 이 모든 것들은 타인의 관심이 있어야 자존감이 유지되기 때문에 빚어진 비극이다. 주위 시선과 '좋아요'로 표현되는 SNS상 관심에 목말라 있기 때문에, 심리적 빈곤화가 일어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거절이나 거부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부에 대한 민감성(rejection sensitivity)'으로도 나타난다. 이런 심리가 온라인 댓글이 황폐화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다. 


이런 시의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영화가 아쉬운 대목이 있다. 바로 살인 미스터리다. 캐릭터도 잘 짰고, SNS시대의 폐해를 통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이 매력적이지 않다. 또 ‘스크린 라이프’식 구성도 〈서치〉가 연상되나, 이 정도 레퍼런스는 이해해줘야 할 것 같다.


결론적으로 현대인은 스마트폰과 SNS 없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노출증, 관음증, 자기도취증이라는 병리에 노출되기 쉽다. 그런 공감대가 전체적인 얼개가 다소 헐거움에도 스크린에 집중하게 만든다. 


★★★ (3.0/5.0) 


Good : SNS시대의 폐해(노출증 vs 관음증)

Caution : 허술한 살인 미스터리


●감독은 “시나리오 쓰면서 걱정하고 신경쓴건 주인공의 비정상적 행동을 미화하지 않고 그들에게 닥치는 시련은 그들의 행동으로 인한 결과니까 그릇된 신념을 있는대로 보여주고 관객이 직접 평가하게 하려 했다”며 연출 포인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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