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RU May 22. 2024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증오와 분노의 시대에서 희망을

《Furiosa: A Mad Max Saga·2024》노스포 후기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주인공 맥스(톰 하디)와 2박 3일간 동행한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의 과거를 다룬 프리퀄이다. 영화는 퓨리오사가 10살 때부터 26~28살까지, 16년 또는 그 이상에 걸쳐 진행된다. 영화는 5개의 챕터로 진행되나 크게 2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아역배우 알릴라 브라운이 어린 퓨리오사를 연기하고, 후반부는 어른 퓨리오사(안야 테일러 조이)의 복수극을 다루고 있다. 맨 마지막에는 우리가 앞서 보았던 샤를리즈 테론의 모습과도 자연스레 이어진다. 


맥스의 또다른 현신 '잭'과의 우정

조지 밀러 감독은 〈분노의 도로〉에서의 궁금증들을 풀어준다. 퓨리오사가 어떻게 녹색의 땅으로로 떠나게 됐는지, 어떻게 임모탄 조를 대신할 전사가 됐는지, 어떻게 팔을 잃었는지, 왜 임모탄의 다섯 아내들을 이끌고 탈출을 결심했는지 같은 그녀의 사연들을 풀어준다. 이것은 동시에 퓨리오사 개인사이기도 하지만, 매드맥스 시리즈에 녹아있는 인간의 뿌리 깊은 근원적 질문과도 맞닿아있다. 박찬욱의 복수 3부작이 그러하듯이 (영화 속)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깃든 문명의 고갈과 소멸의 이미지에는 인간끼리 벌이는 전쟁, 다툼, 증오와 분노에 대한 조지 밀러의 질문이 담겨있다. 조지 밀러가 전작〈3000년의 기다림〉에서 보여준 연출을 통해 16년간의 장구한 복수극을 완성했다.


악역에서 그런 감독의 의도가 감지된다. 임모탄 조(레이시 흄)는 시타델이라는 일종의 성채에다 인구와 자원(물), 식량을 쌓아두고 적들을 맞이한다. 성곽을 쌓는 정착 민족의 성주와 비슷하다. 반면에 디멘투스(크리스 햄스워스)는 유랑 민족의 정복 군주로 약탈한 재화를 분배해서 부하들을 다스린다. 또한 임모탄 조는 종교적 신념 즉 이데올로기로 자신의 카리스마를 구축하고 지배를 합리화한다. 반면에 디멘투스는 개인기, 연설과 카리스마로 부하들을 다독거린다. 극 중 임모탄 조와 디멘투스의 대립은 정착 민족과 유랑 민족의 차이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구약성경의 창세기

영화의 전반부는 퓨리오사와 디멘투스 사이의 10년간의 불화를 시작한다. 창세기의 선악과를 인용한 퓨리오사의 일대기는, 한때 고결한 아이가 어떻게 강인한 여성이 되었는지에 대한 (감독의 말대로) 오딧세이로 감동적이다. 임모탄 조의 말썽꾸러기 아들 릭터스(네이선 존스)와 스크로투스(조쉬 헬멘)를 비롯한 〈분노의 도로〉의 등장인물들에 대한 전사(前事)를 다룬다. 인물의 동기가 명확함으로 액션의 당위성을 갖추게 된다.


안야 테일러-조이가 등장하는 후반부에는 십수 년에 걸친 복수를 감행한다. 퓨리오사는 근위병 잭(톰 버크)과 함께 〈매드 맥스 2: 로드 워리어〉가 연상되는 추격전을 벌인다. 〈분노의 도로〉에서 맥스와 함께 했던 것처럼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에서 연료를 얻는다. 쩌렁쩌렁한 배기음, 야만과 폭력의 황무지에서 질주하는 광경에서 우리는 인간적인 감정을 되돌아보게 한다. 생과 사를 가르는 모험에서 어릴 적부터 퓨리오사가 간직했던 상실과 슬픔에서 해방시킨다. 그리고 정키 XL의 음악, 사이먼 더간의 촬영, 마가렛 식셀의 편집은 조지 밀러가 구상한 시청각적 향연을 전달하면서 영화의 주제를 돋보이게 한다. 특히 액션이 펼쳐질 때마다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정리하자면, 밀러는 매드맥스 속편마다 차별화를 시도해왔었다. 《퓨리오사》는 〈분노의 도로〉의 압도적인 액션과 절제된 서사와는 결이 다르다. 3일과 16년의 차이가 있기에 방향성이 다르다. 즉 하나의 주인공을 두고 있지만, 두 작품은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의미다. 《퓨리오사》가 복수를 다룬 심리극이지만, 애당초 매드맥스 시리즈가 묻고자 했던 주제 의식을 이탈하지도 않았다. 문명이 붕괴된 사회에서도 우리 인간은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 말이다.


액션을 살펴보면, 그 차이가 뚜렷하다. 〈분노의 도로〉는 슈퍼히어로 영화에 반대편에서 전통적인 방식을 옹호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반면에 《퓨리오사》는 무성영화와 서부극의 문법을 더욱 창의적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CGI를 도입하고 차량 내부와 외부, 엔진 속, 공중과 차체 밑바닥까지 수직과 수평의 구도를 활용한다. 컷을 많이 썼음에도 피사체를 중심에 둠으로써 상하좌우로 이동하더라도 다음 컷에서 그 위치변동을 알 수 있도록 편집했다. 그래서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와 달리 시각적 피로를 안겨주지 않는다. 액션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관객이 어딜 지켜봐야 할지 방향성을 지도해줬다. 


안야 테일러-조이에게 대사를 거의 주지 않았다. 설명해야 할 것,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대사는 모조리 악역에게 몰아주고서 주인공은 행동으로 소통한다. 이렇게 한 이유는 이야기를 액션(이미지)으로 보여주기 위함이다. 즉 영상 언어가 태동했던 무성영화의 방식을 활용했다. 팝콘 무비다운 시각적 스펙터클을 전달하지만, 그 광기와 파괴, 질주에서 더 깊이 느껴지는 파토스 그리고 알레고리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한다. 아서왕과 성경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알레고리를 썼다. 그렇게  SNS로 분열된 세상이 가져올 재앙, 민주주의의 후퇴, 기후 위기에 관해 한 번쯤 고민하게 만든다. 극 중 곡학아세(曲學阿世) 하는 엘리트들(기술자, 지식인)을 어떤 취급을 받는지를 유심히 지켜보길 바란다.


★★★★ (4.0/5.0) 


Good : 여타 액션 블록버스터는 씹어 먹는 클래스의 팝콘 무비

Caution : 〈분노의 도로〉와 비교하면 안 되지만, 어쩔 수 없다.


●쿠키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크레디트를 보시길 권해요. 《퓨리오사》의 결말과 〈분노의 도로〉의 하이라이트가 이어져요.


●영화는 호불호가 좀 갈릴 것 같아요. 전작과 별개의 앤솔로지 형식을 취했고 블록버스터와는 다르게 마무리하거든요.


감독님이 "스토리텔러가 되는 행운을 얻었다면 수행해야 할 사명이 있다. 세상의 모든 혼돈, 정보, 소음을 의미 있는 서사로 정제해 내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크게 공감이 되었어요.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매거진의 이전글 그녀가 죽었다*SNS시대의 두 가지 병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