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영화 TOP 100 (下)

Asian Cinema

by TERU

서구 영화인 사이에 동아시아 영화의 영향을 언급하는 일은 놀랍지 않다. 조지 루카스, 로버트 알트만, 마틴 스콜세지는 구로사와 아키라를 인용하고, 짐 자무쉬와 폴 슈레이더, 빔 벤더스는 오즈 야스지로에 대해 유사하게 언급한다. B급 상업영화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보증하며, 때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 제작자들을 서양 관객에게 소개하려고 노력한다.


할리우드와 유럽에서 리메이크된 동아시아 영화 편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시초는 존 스터지스의 〈황야의 7인(7인의 사무라이)〉, 세르조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요짐보)〉, 마틴 리트의 〈아웃레이지(라쇼몽)〉같은 구로사와 아키라의 작품을 예로 들 수 있다. 《링》, 《주온》 같은 J-호러, 《올드보이》 같은 K-스릴러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된 바 있다.


그 영향은 반대 방향으로 흐를 때도 있다. 할리우드 히트작을 빠르게 리메이크한 홍콩영화, 옛 할리우드 고전을 카피한 한국영화 같은 경우도 있지만, 윌리엄 셰익스피어(나쁜 놈일수록 잘 잔다, 거미집의 성, 란), 막심 고리키(밑바닥), 에드 맥베인(천국과 지옥)의 작품을 각색한 구로사와(Kurosawa) 감독 같이 서양 작품을 동양적으로 재해석하기도 하다. 이처럼 문화는 동서양을 넘나들며 양방향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30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2022) 다니엘스

아카데미 작품·감독·여우주연·남녀조연·각본·편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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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쉐이너트와 다이엘 콴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이 멀티버스 소재로 쿵후 코미디를 2020년대에 훌륭하게 부활시켰다. 원래 주연에는 성룡이 내정되어 있었다고 한다. 대타로 출연한 양자경이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거머쥠으로써 아시아 배우에 대한 유리천장을 무너뜨렸다. 또 세계영화 시장에 동아시아 영화에 대한 인기가 지속됨을 확인할 수 있다.



#29 : 남국재견(南國再見,南國·1996) 허우샤오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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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성시〉(1989), 〈희몽인생〉(1993), 〈호남호녀〉(1995) ‘대만 현대사 3부작’을 찍은 후, 허우샤오센 스스로 두 번째 데뷔작이라고 말하는 새로운 영화 세계를 보여준다. 전반부는 건달 가오와 그를 둘러싼 에피소드, 후반부는 가오와 그의 부하 아비, 아비의 여자친구 마화 3인이 한몫 잡기 위해 상하이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리고 있다. 자연광과 강한 색채의 마크 리의 촬영, 린치앙의 일렉트로닉 음악이 현대 대만인의 인간상을 대변한다. 대만의 경제성장과 대비되는 본토의 저개발을 바라보며 외성인 2세대가 느끼는 혼란과 방황을 통해 여태까지 수많은 세월 동안 쌓여왔던 게 현재라고 숙고하게 한다.



#28 : 안녕, 용문객잔 (Good Bye, Dragon Inn·2003) 차이밍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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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문을 닫을 복화극장의 마지막 상영작은 호금전의 〈용문객잔〉이다. 1,000석 규모의 대형 극장이지만 몇 안 되는 관객만 앉아있을 뿐. 그중에는 〈용문객잔〉에 출연했던 노배우 묘천과 석천이 있다. 상영관 밖에는 영화가 끝나면 헤어질 매표원과 영사기사가 있다. 상영시간 동안 카메라는 곧 사라질 영화관 구석구석을 돌며 다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담는다. 차이밍량 감독은 관객을 깊은 상념으로 인도한다.



#27 : 용문객잔 (Dragon Inn·1967) 호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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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武俠)계의 시민케인, 이런 평가를 받는 이유는 가장 중국적인 화면을 처음으로 구상했기 때문이다. 호금전 이전에는 일본 사무라이영화의 아류에 불과했다. 호금전은 속세의 은원은 삼라만상에 비하면 부질없다는 불교의 철학을 강조했다. 경극에서 힌트를 얻어 무술 동작의 합보다 대결의 흐름을 자연 배경에서 펼친다. 지극히 중국적인 무협 세계를 그림으로써 서부극과 사무라이영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립한다.



#26 : 아푸 3부작 (Apu Trilogy·1955, 1957, 1959) 사티야지트 레이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칸 영화제 OCIC상·인간기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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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아푸의 아동기《길의 노래》, 청소년기《아파라지토》, 성년기《아푸의 세계》를 다룬 3부작은 영국 식민지 시절 1910-20년대 벵갈루루 변두리 어느 시골의 가난과 힘겨운 삶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요샛말로 ‘빈곤 포르노’라고 일부 인도인이 비판하가도 했지만, 23세의 사티야지트 레이 감독은 이상주의자로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포용한다. 한 개인이 직면하는 고난은 거대한 자연의 순리와 같으며, 그것의 불가해한 경이에 대한 순환(카르마)으로 귀결된다. 냉정한 카메라는 경이로움을 선사하고, 작은 세부 조항까지 일일이 조율하며 조용히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장을 제공한다.



#25 : 하녀 (The Housemaid·1960) 김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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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감독의 대표작은 〈쉬리〉 개봉 이전에 가장 유명한 한국 영화일 것이다. 마틴 스콜세지가 복원에 도움을 줬고, 〈밀양〉,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과 더불어 세계적인 고전을 복원하는 크라이테리온 컬렉션에 선정된 한국 영화 중 하나다.


〈하녀〉가 위대한 까닭은 ‘낯설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명하다고 여기는 명제나 윤리, 생활 습관과 판단기준 등에 낯선 시선과 인식의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자명한 이치를 낯설게 하는 방식을 절묘하게 구사했다. 그 파격적인 ‘낯섦’이 신선도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비결이다.



#24 : 체리향기 (Ta'm E Guilass·1997)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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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남자 ‘바디(호마윤 엘샤드)’는 자살을 꿈꾼다. 그는 산속에 무덤을 미리 파두었지만, 그를 묻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체리 향기〉는 마지막 의식을 수행할 조수를 찾기 위해 테헤란 교외를 배회하는 것을 따라간다. 문제는 쿠르드족 병사, 아프가니스탄 신학생, 아제르족 박제사 등 만나는 족족 아무도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는 삶과 죽음뿐만 아니라 계급, 영화 제작, 종교적 전통, 실존에 대한 각자의 태도까지 다양한 함의를 품고 있다. 특히 제4의 벽을 허물고 영화가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결말이 눈에 띈다.



#23 : 스틸 라이프(三峽好人·2006) 지아장커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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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성장의 후유증을 예언한 걸작,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륙의 기상’이자, 수몰로 113만 명의 이주민을 낳은 ‘중국의 수치’이기도 한 산샤댐 주변은 콘크리트 골조를 드러낸 폐건물이 즐비하다. 지아장커 감독은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생계가 통째로 수장된 곳에서 개발독재로 성장한 중국의 미래가 밝지 않음을 예견한다. 2019년 중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가 “경제가 하방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실토할 만큼 중국은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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