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실미도〉부터 〈왕과 사는 남자〉까지 천만 영화 34편의 역사와 순위를 짚어보자! 천만 영화는 한국 영화계에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90년대 말 〈쉬리〉의 흥행 이후에도 천만 관객은 불가능해 보였으나,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실미도〉가 이를 돌파하며 한국 영화 시장의 급속한 성장하고, 관객들의 높은 영화 선호도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다.
#34 : 7번 방의 선물 (2013) 이환경
참혹한 이야기로 어린이의 시선으로 그려내어 부담감을 덜어준다. 동화적인 신파랄까? 전반에는 웃음을 유발하고 후반엔 캐릭터를 학대하여 눈물을 착취하는 충무로식 코미디 영화이다. 전진한 알 권리연구소 소장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심화시켰다고 불만을 표한 적 있는데, 지적 장애인이 '예 예승이 이뻐요' '배고파요' 같은 아기화법을 쓰는 분을 만나본 적 없다는 전문가의 소견이 대표적이다.
#33 : 신과 함께: 죄와 벌 (2017) 김용화
한국 SF, 판타지 영화는 해당 장르의 외피를 쓴 멜로, 코미디, 드라마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신과함께: 죄와 벌》은 발전된 CG 기술과 스케일로 관객이 전통적 사후세계에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시각적 쾌감에 반비례해 모성 기반한 신파로 이미지들을 붙여놓았다. 진솔한 감정이 든다기보다는 공산품처럼 찍어낸 기계적이고 공업적으로 눈물을 흘리게 한다. “낯선 풍경, 익숙한 이야기”라는 장영엽 평론가의 말씀처럼 배경만 지옥일 뿐, 전형적인 CJ표 신파극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듣게 된다. 속편에서 이 단점은 일부 개선된다.
#32 : 범죄도시4 (2024) 허명행
《범죄도시4》는 시리즈 특유의 공식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진부함이 짙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유머가 액션을 앞지르며 수사는 ‘주먹 한 방’으로 일거에 해결된다. 이용철 평론가가 “안 봐도 본 것처럼”쓴 비평처럼 전작들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며 관객이 기대하는 타격감을 제공하지만, 새로운 변주나 확장된 서사를 제시하지 못한다.
#31 : 범죄도시3 (2023) 이상용
3편은 흥행을 의식해 폭력의 수위를 낮추고 보다 대중적인 가족영화 분위기로 방향을 틀었다. 기존에 악당이 서사를 끌고 갔다면 이번엔 마석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빌런을 ‘주성철’(이준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로 나누면서 존재감이 약화되었다. 모든 활약이 주인공에게 집중되면서 마석도는 초인이 되었다.
#30 : 국제시장 (2014) 윤제균
〈포레스트 검프〉를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서사로 번안했다. 한 인물의 삶을 따라가며 굴곡직 시대상을 훑어볼 수 있다. 주요 역사적 사건을 총정리한 방식은, 기성세대의 고생을 잘 모르는 MZ세대에게 그 헌신과 희생, 베풂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현대사를 그저 나열한 평면적인 연출과 주인공의 행보에 대한 개연성이 약해 다소 성글게 느껴진다. 역사에 관한 역사관이 없어 피상적인 재현에 가깝다. 윤제균의 연출도 신파조로 일관한다. 역사의 흐름이 휘둘리는 주인공을 연기한 황정민이 영화의 중심을 잡아줄 뿐이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아무 견해를 표명하지 않아서 역설적이게도 정치 편향 논란을 낳았다. 그리고 CJ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도 했다.
#29 : 신과 함께: 인과 연 (2018) 김용화
전편에 비해 서사의 완성도가 높아진, 이른바 ‘속편이 더 나은 사례’로 꼽을만하다. 전작에서 비판받았던 신파적 감정 표현도 절제하면서 서사의 흐름도 한층 안정적으로 다듬었다. 그러나 "덱스터스튜디오의 VFX 기술 포트폴리오"라고 꼬집은 임수연 평론가의 지적처럼 시각적 물량 공세에 지나치게 의존한다. 그리고 `CJ 기획영화'답게 스크린 독점 논란이 크게 일어서 평점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28 : 명량 (2014) 김한민
압도적인 해전 장면이 최대 장점으로 임진왜란 중 가장 기적적인 승전인 명량 해전이라는 온 국민이 다 아는 애국 소재로 당시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 중반까지는 서사가 다소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회전’ 시퀀스를 기점으로 긴장감과 몰입도가 급속히 회복된다. 이러한 한 방을 노리는 허술한 충무로 블록버스터가 연달아 멸망하면서 김한민 감독조차 후속작 〈한산〉, 〈노량〉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이용해 장사하는 영화 같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완성도를 높이려고 신파 요소를 줄이고 고증에 신경 썼다.
#27 : 해운대 (2009) 윤제균
“(노잼이라) 관객 한 명이 두 번 이상은 안 본다”는 밈이 따라붙는 전설적인 작품으로 ‘진정한 의미의 천만 영화(?)’라는 평가받았다. 한국 영화 제작자에게 `초반에 억지로 웃기고 마지막에 가면 억지로 울린다'는 흥행 공식을 확립한 최초의 천만 영화라는 멍에도 짊어지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7번 방의 선물〉, 〈신과 함께〉, 〈광해, 왕이 된 남자〉, 〈왕과 사는 남자〉 같은 훌륭한 후손을 둔 조상님으로 추존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해운대》는 한국적 정서와 배경에 맞게 스펙터클을 토착하는 비법과 가족 중심의 신파를 결합하면 관객 친화적인 한국형 대작을 기능한다는 선례를 남겼다.
#26 : 범죄도시2 (2022) 이상용
《범죄도시》 외에 큰 히트작이 없던 빅펀치 픽쳐스(마동석 영화사)는 속편을 발표한다. 관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성공하며 오락성을 제공한다. 다만 이러한 ‘정확한 서비스’가 곧 한계로도 이어진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강하게 기억에 남을 만한 인상적인 지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25 : 택시운전사 (2017) 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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