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는 카메라가 부지런하다. 편집 속도가 빠른 최근 경향을 따르면서 멜로 드라마에 적절한 심리 묘사에 충실하다. 익숙하게 얼굴을 클로즈 업하며 얻는 감정 전달을 최소화하고 마음이 드러나는 시선의 언저리나 잔인한 폭력으로 구겨진 몸을 전시한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카메라에 불안이 전이되며 시청자는 태오의 극악함과 선우의 비참함에 감염된다. 카메라 시선은 자주 가식적인 삶의 포장지로 열연하는 인테리어와 주변의 평가 대상에 놓인 인물을 위태롭게 노출하며 담장 위를 걷듯 긴장으로 몰아간다. 부부의 이혼과 무관해 보이던 바깥 인물의 죽음이 내부에 끼어 들면서 스릴러는 극 흐름에 중요한 동력이 된다. 카메라는 정직한 구도를 부러 피하고 애써 치장한 표면적 관계와 가족사진의 균열을 환기시키며 가족 잔혹극을 강조한다.
특히 카메라의 눈은 갈등이 활발한 내부 공간보다 다투는 인물 밖의 시선과 풍경을 담아 외로움이나 공허의 쓸쓸함을 표현한다 공간을 구분하는 유리창 바깥에서 내부를 들여다 보는 것은 황폐화된 현실을 외부자 관점으로 바라보며 객관화하는 과정이다. 이는 스스로 내면을 응시하는 거울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유리창의 거리를 둔 시선과 다시 한 번 유리에 반사되는 이중 이미지를 통해 남편의 바람으로 이혼 당한 선우의 현실을 냉혹하게 전달한다. 끝을 알 수 없는 감정의 밑바닥이 미움과 미련의 양가감정으로 흙탕물처럼 혼란한 지경임을 극에서 빠져나온 (관객의) 시선을 이용해 더욱 비감한 감정에 몰두하게 만든다
이 모든 소용돌이의 중심이 되는 침실이나 거실의 가장 자리에서 여경이나 예림이 그들의 공간을 뒤돌아보며 훑는 카메라 동선도 인상적이다. 가족이 모이는 이 곳은 단란한 행복의 기운과 웃음 소리가 희미한 흔적으로 부유한다. 빼앗은 남편과 누리던 평온한 시간은 남편처럼 이 자리에 기억으로 존재한다. 카메라는 여경의 눈길 끝에 머무는 가구와 의자로 태오의 부재와 과거의 행복한 시간을 텅 빈 자리로 대체한다.
12회 차를 겪는 동안 극은 첫번째 이혼, 두 번째 선우 태오의 관계로 극적 전환을 맞는다 영국의 오리지널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며 작가는 우리 정서에 어울리는 맞춤 대사와 적당한 절제로 극의 밀도를 높인다. 통속인 불륜을 즐기며 욕하는 이중적 관객 태도와 줄다리기하며 윤리적 저항을 원작에 핑계되는 능란함이 돋보인다. 폐쇄적인 도시와 주인공을 보조하는 역할에 충실한 조연의 활약은 대단히 연극적으로 보인다. 타의에 의해 고산을 떠났던 태오가 돌아와도 여주인공 선우는 오명이 가득한 이 곳에서 탈출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것이 사랑과 복수 사이의 선택을 위한 기다림이라는 의심이 들지만 미로를 즐기는 부부의 세계는 탈출로가 막힌 게임처럼 보인다.
12화 엔딩 -태오, 나 다시 돌아올까? -선우, 아니, 그 결혼 지켜.
이야기를 과장하는 음향과 선정적인 폭력이 눈귀를 자극하는 부부의 세계에서 연출의 힘은 작품 퀄을 높인다. 지난 회 엔딩은 자칫 혐오와 유치에 물들 수 있는 베드 씬을 과감하게 블랙으로 처리한다. 궁금해 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신 궁금함을 지우면서 소리에 집중하는 영리한 선택을 한다. 논란이 예상되는 어색한 액션을 생략하고 핵심적인 대사로 채우며 그동안 불가해했던 인물의 진심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아마 그 순간까지 태오와 선우조차 모호하고 흔들리는 마음의 정체를 알아챌 수도 드러낼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내 마음의 주인이 상대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과 증오의 무게를 가늠하는 균형추가 무너지고 흔들리는 책임을 그녀에게 미루는 전남편의 유혹이 오자, 선우는 단단하다. 지키라는 말은 태오가 지킬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선우의 자신감이다. 이제 블랙 화면 뒤 관계의 주도권은 모욕의 시간을 견딘 선우의 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