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 라스트, 마르틴 역의 매즈가 춤을 춘 후 바다에 빠지는 씬. 물론 새처럼 자유롭다의 상투적인 종결
배우의 얼굴은 연기력이다. 덴마크 출신 매즈 미켈슨도 그렇다. 백인 남성 기준에서 미남은 아니라 북유럽으로 범위를 넓혀도 미남 계보에 올리기는 선뜻 수긍은 안 되는. 그럴 때 흡인력이라고 우겨본다. 커다란 화면에 클로즈 업해서 살아남을 미모와 용기를 가진 배우는 많지 않은데 매즈의 얼굴은 사람을 붙잡는 매력이 있다. 그의 얼굴은 날카로움과 피곤함과 섹시라는 단어로 정리된다.
영화는 제목대로 전개되고 갱년기 아재들이 단체로 우울하다고 깽판 치다 도약으로 끝난다. 극장에서 일부 공감의 환호가 터졌는데 캄캄한 곳에서 만난 나와 닮은 현실이 지루해 거의 졸다 애쓰다 매즈 얼굴 하나로 버텼다. 두 시간여 얼굴을 뜯어보니 처진 눈 때문에 피곤하고 살짝 올라간 입술 때문에 섹시하다는 생각을 재확인했다.
늦은 데뷔와 세계 무대에 진출이지만 매즈는 참 열심히 일한다. 그를 스타로 만든 할리우드에서 요구하는 배역은 존재감은 크지만 전형적 악역에 머물러 팬 입장에선 북유럽 내수용 영화의 현실감 있는 역할을 선호한다. 그가 맡은 배역은 거의 의상이랄 것도 없이 추레한 무지 티에 체크 셔츠, 춥거나 말거나 점퍼를 상용하고 세상 고민 다 짊어진 심각한 표정에 말수도 적다. 마른 몸과 휘청한 키로 곧게 걷지만 북유럽 하늘처럼 무겁고 폐쇄적인 사회가 지닌 고민이 어떤 묘사와 설명 없이도 그의 얼굴로 설득이 된다.
영화는 계속 마틴의 마지막 액션을 암시한다.
-마르틴, 너 춤 잘 추잖아
전문 댄서 출신이지만 영화에서는 그의 춤을 본 기억이 없다. 내심 기대도 되고 걱정도 앞서는 라스트 씬은 예상대로 카니발 같은 클리셰로 마감. 소심하게 눈물짓던 아재가 갑분싸 칼 각과 날렵한 선으로 압도하는 댄싱머신으로 변신. 흠, 이게 아닌데.
세월 거스를 근육량의 감소로 너도나도 할재가 되어 서글프지만 매즈나 콜린 퍼스나 쉬엄쉬엄 일하고 궁금할 때 근사한 캐릭터로만 가끔 만나요.
당분간은 대표작 칼스버그 광고로만 내 남자를 기억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