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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틸 라이프 Aug 27. 2023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가족이라는 우주의 구심력과 원심력 충돌

1.에브리씽, 세탁소

이민 온 중국계 미국인 에블린의 세탁소는 빙글빙글 도는 세탁기로 가득 찬 부지런하고 복잡한 우주다. 부부는 대화의 단절로 관계가 소원하고 집 나간 딸은 동성 연인의 인정을 요구하며 병든 아버지는 미국에 도착했고 설상가상 세무서 조사관과 면담이 잡혀있다. 생업인 1층 세탁소는 이민자 에블린이 경험하는 멋진 미국의 현실 체험판이다. 성희롱하는 백인 홀아비와 까다로운 히스패닉 아가씨의 민원으로 시끄럽고 고달프다. 더럽고 뒤엉킨 빨랫감이 가득 찬 세탁조처럼 에블린의 시간은 궤도운동을 하며 무겁게 돌아간다. 스톱 버튼을 누르면 이 우주의 무질서한 질서가 작은 균열로 파괴될지 모른다는 조바심은 에블린을 늘 불안하게 만든다.
부부는 이곳에서 생존 영어를 사용한다. 언어는 정신을 지배하는 주류 문화가 무엇인지, 사회에 얼마나 동화되었는가를 가늠하는 지표로 부부는 상대에 따라 두 언어를 혼용한다. 아버지가 중국어를 사용하고 영어가 모국어인 딸 조이가 중국어로 불편을 겪는 2층은 영어를 쓰는 1층과 구별되는 다른 나라다. 사실 세탁소는 그녀가 구축한 편견을 차단한다면 얼마든지 점프버스의 중계탑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그러나 혼자 지구를 구하느라 귀 막은 아내에게 부드러운 남편의 조언은 힘을 잃는다. 고장 나고 단절된 관계에 세탁소 운영은 그녀의 모든 것이다. 많은 거절과 실망으로 완성된 고달픈 세계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로막고 실망한 가족들은 에블린을 벗어나 다른 우주로 이탈하려 한다.

2. (시간과 장소가 공존하는) 2층, 에브리웨어
 
계단을 오르면 점프하는 2층은 가족의 또 다른 다중우주다. 미국이지만 중국 문화가 우세하고 21세기이지만 에블린의 과거와 현재 시간이 상존하며 딸의 미래가 혼재되어 갈등이 일어난다. 이블린이 떠난 과거인 아버지의 등장으로 남편을 택한 결정의 후회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윗 세대의 부양이란 유교적 책임이 현재 한다. 하지만 그 모든 두려움의 끝판왕은 예측할 수 없는 행동과 내일이 없는 결정으로 규칙을 파괴하는 조부 투파키, 딸의 무자비한 공격이다. 출구 없이 막힌 원의 수비에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구심력은 욕망이 사라진 딸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오프닝, 거울에는 행복하게 노래하는 가족의 과거가 재현되지만 따뜻한 풍경의 거울은 곧 그녀의 내면처럼 여러 갈래로 분열된다. 영화에서 원은 가족이라는 우주의 은유다. 에블린은 틀에 박힌 원을 지키려 전전긍긍하며 정의와 도덕을 무기로 가족과 대립한다. 아버지를 떠나왔고 남편을 무시했고 딸의 말을 듣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가 충분한 딸과 더 나은 미래를 열망하는 엄마의 다툼으로 평범한 일상은 소란스럽다. 억압하려는 에블린의 수비가 강할수록 허무를 먹고 자라는 투바키는 힘을 키워 숨구멍이 뚫린 베이글로 탈출을 시도하고 무자비한 빌런은 엄마의 각성을 위해서라면 (에블린의) 죽음과 (조약돌의) 추락도 망설임 없이 실천한다. 그런데 다중세계에서 불안과 두려움, 세상의 끝은 아무것도 아니다. 파멸은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다. 기상천외한 상상력은 지루한 일상에서 당신을 구제한다.
에에올은 이민가정의 세대 갈등이라는 익숙한 내러티브를 SF와 쿵후액션의 영민한 결합으로 장르의 형식적 확장뿐 아니라 가족의 이해라는 감동도 획득한다. tv 속 행복한 환상을 동경하던 에블린이 스스로 이마에 눈을 붙이고 다른 시선으로 가족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3. 올앳원스, 양자경

-밥 챙겨 먹어, 너 살쪘어.
다른 우주를 인정하는 법을 배워도 모순으로 똘똘 뭉친 엄마의 직설 공격은 재빠르다. 강호를 떠도는 협객의 무기이거나 홍콩 액션의 아이덴티티였던 쿵후와 재기 발랄한 상상력의 결합으로 영화는 신선하게 모녀의 세상을 탐구한다. 고정된 생각을 몰아내고 엉뚱한 실천으로 당신의 우주를 만들라는 메시지는 양자경으로 충분하고 가능해진다. 에블린의 화려한 상상은 양자경의 현실, 배우로서 그녀 세계는 알파버스와 얼마나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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