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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효 Apr 29. 2019

호주 워킹홀리데이 살아남기

이 글을 쓰는 목적


워킹홀리데이라는 프로그램을 개인적으로 찬양한다. 기존에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워홀의 부정적인 부분만 지나치게 강조한 게 안타까웠다. 며칠 전 친구와 나눈 대화 중 워홀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그 친구 역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어딜 가나 마찬가지지만 다 하기 나름이다. 친구들 중 호주에 가서 고생만 하고 왔단 얘기를 들었던 사람들은 내 얘길 듣고 워홀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한번 봐주었으면 한다. 



워킹홀리데이란?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가 국가 청년들을 위해 협정을 체결한 상대 국가에서 체류하며, 관광, 취업 어학연수 등을 병행하며 현지 문화와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제도



내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이유?


1. 비자받기가 쉽다.

2. 영어권 국가이다.

3. 최저 시급이 높다. 


현지 생활


주변에 호주로 워홀을 가본 사람이 없다고 하면 이상할 정도로 워홀은 우리들에게 친숙하다. 수많은 청년들이 해외 생활의 대한 로망을 가지고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호주다. 막상 가보면 현지 생활이 쉽지만은 않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언어장벽이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말을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생각해봐라.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놀고 싶어도 말이 안 통하면 힘들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차별 또한 존재한다. 호주에서도 동양인들은 끼리끼리 뭉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표현하는 동물인데 말이 안 통하니까 답답한 거다. 


호주는 전 세계에서 청년들이 워킹홀리데이를 하려고 몰려드는 나라다. 특히 영어권에서 사는 애들도 많이 와서 일자리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오죽하면 한인 잡이라고 하는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조차 경쟁률이 치열해서 줄을 서서 면접을 본다고 한다. 큰 기대를 하고 떠났는데 언어장벽이라는 벽에 한번 부딪치고, 일자리까지 안 잡히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그래도 먹고살아야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자신과 타협해서 한인잡, 농장이나 공장 등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고 자연스레 같은 처지에 있는 한국인 워홀러들과 어울리며 생활을 하게 된다. 


물론 이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혹자는 경험을 위해서 농장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누구는 단기간에 돈을 벌겠다고 공장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워킹홀리데이의 성공이라 함은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뤄가는 것이다. 자기가 만족하면 되는 거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거기서 좀 더 나아가 찾아보면 재밌는 게 아주 많다.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다. 즐길 거리가 아주 많다. 다양한 경험을 하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다. 나 역시 영어 한마디 못했었는데 영어를 배우고, 돈도 벌었다. 그리고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을 했다. 무식한 나도 했으니, 너도 가능하다는 거다.     



아래는 내가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한 TIP이다! 


1. 영어는 호스텔에서 배워라.


호스텔은 백패커스의 다른 말이다. 게스트하우스라고 부르기도 하고 여행자 숙소라고도 한다. 내가 호스텔에 처음에 갔을 때를 아직 잊을 수 없다. 뭣도 모르고 며칠 묵을 예정으로 체크인을 했다. 호주에 있는 숙소니 호주 사람들만 있을 줄 알았다.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이 다 있더라. 대한민국 촌놈이 처음으로 외국인들을 만나니 신기했다. 말이 안 통하니까 힘들 줄 알았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유럽 애들 중에는 영어를 못하는 애들도 많았다. 영어권 친구들과는 말이 안 통했는데 유럽에서 온 친구들과는 더 잘 통했다. 그들 역시 제2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다 보니, 구사하는 단어나 문장이 단순했고 더 알아듣기 쉬웠다. 물론 말이 안 들릴 경우가 더 많았지만..  


내가 확신하건대 영어는 직접 입 밖으로 뱉어야 는다. 기존에 학교에서 배우던 Reading, Listening, Writing 방식과 Speaking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된다. 영어 말하기는 공부하는 게 아니라 운동하는 거다. 말을 하려면 말을 들어줄 상대가 있어야 되는데 그런 점에서 호스텔은 완벽한 곳이다.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오고 가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지나가며 How are you?라는 말 한마디로도 많은 사람들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내가 영어를 안 쓰는 순간에도 영어를 듣는 환경이 조성된다. 호스텔 안에서 일상적인 대화가 항상 영어이기에, 듣기 싫어도 옆에서는 영어로 지네끼리 솰라솰라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다. 호스텔을 지내는 동안은 눈을 뜨고 눈을 감을 때까지는 항상 영어에 노출이 되니 자연스럽게 귀가 조금씩 트이기 시작하더라.     


외국까지 가서 책 들고 영어 공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책으로 하는 공부는 한국에 있을 때 끝내야 된다. (물론 나도 안 했다) 현지에서 어학원? 나도 수업을 들어 봤지만.. 차라리 그 돈으로 펍에 가서 맥주 한잔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외국에 갔으면 외국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해야 된다. 


아예 기초가 없다면.. 하루에 한 시간씩 시원스쿨 왕초보 영어를 시청해라. 요즘은 유튜브에 영어 관련 영상이 많으니 그런 것도 도움이 많이 된다. 여유가 있다면 필리핀에서 가서 어학연수를 받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단, 제대로 된 어학원에서)  


결론은 항상 나 자신을 영어를 쓰는 환경에 노출시켜라. 많이 들어봐야 들린다. 많이 말해봐야 말할 수 있다. 그래야 는다. 외국까지 가서 한국인 사람들과 한국말만 하고 지낸다면.. 영어가 안느는 게 당연한 거다.  



2. 일자리 내가 만드는 거다.  


워홀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물론 영어실력이 뛰어나고, 특별한 기술이 있으면 다른 얘기다. 보통 사람들이 하는 일은 서비스업이다. 레스토랑 키친 핸드부터 주방보조, 홀서빙 등이 있다.  


비즈니스는 생존이다. 내가 사장이라 생각해 봐라. 말을 잘 못하는 동양인보단 말 잘하는 서양인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그 동양인이 야무지게 일을 잘하면 다른 얘기다. 보통 우리 한국 사람들이 일을 참 잘한다. 상대적으로 빠릿빠릿하다. 시켜만 주면 박살을 낼 자신 있지 않은가? 다만 그 기회를 잡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면 그런 기회를 만들어야 된다. 


일 구하는 방법!


1) 이력서 들고 직접 찾아가기.


직접 돌아다니면서 이력서를 돌리는 거다. 가장 기본인데도 불구하고 쪽팔린다고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메일로 열 번 연락하는 거보다 직접 한 번 찾아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찾아간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가서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한다. 쭈뼛쭈뼛하지 말고 미친놈처럼 활짝 웃으면서 들어가라. 자신감 있게 다가가라. 바로 이력서 던져주지 말고 이것저것 물어도 보고, 시켜주면 졸라 열심히 한다고 각오도 말해봐라. 처음이 어렵지 하면 다 된다. 가서 하는 말은 다 거기서 거기다. 그 작은 행동 하나가 큰 인상을 남긴다.    


영어를 잘하는 서양 애들 중에 이렇게 직접 찾아가는 일을 못하는 애들도 많다. 부끄러운 거다. 잡 구하러 다닌다면서 하루 종일 인터넷만 보고 있다. 인터넷으로 잡서치는 무조건 하는 거다. 자기 전에 필수적으로 하되, 직접 돌아다니는 게 우선이다. 거기서 지금 구인광고를 하고 있든 말든 상관없다. 언제 어디서 갑자기 사람이 필요할지 모르는 일이다.  


2) 편지 쓰기


이력서를 돌리는 것 또한 누구나 다 하는 일이다. 상대적으로 딸리는 스펙을 가졌기에 뭔가 다른 방법 필요했다. 남들보다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손편지를 쓰는 거였다.

 

나는 호텔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일하고 싶은 호텔을 검색했다. 홈페이지에 가보니 정보가 다 나오더라. 그 호텔의 담당 부서 지배인에게 손편지를 적었다. 영어가 안된다고? 걱정하지 마라. 잘 쓸 필요 없다. 정성이 중요한 거다. 초딩 수준이지만 번역기 돌려가며 사전 찾아가며 정성스럽게 편지를 적었다. 내가 왜 거기서 일을 해야 되는지,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인지, 딱 한번 기회라도 달라고 편지를 적었다.


편지를 전달하는 게 문제였다. 리셉션에 주고 오면 중간에 잘릴 거 같았다. 택배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큰 박스 안에다가 편지를 넣었다. 이력서를 넣고, 신분증까지 넣어 버렸다. 확신했다. 무조건 이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편지를 받은 사장이 어이가 없었단다. 수많은 지원서를 받아봤지만 나 같은 놈은 처음이라고 했다. 웃으면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 내가 지원했던 곳은 지역에서 가장 큰 5 스타 호텔이었다. 당시 동양인은 나 밖에 없었고 다른 경쟁자들은 대부분 호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친구들이었다. 최종 인터뷰까지 했지만..  결국에는 떨어졌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나는 영어를 오지게 못했다. 내가 준비한 말만 했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비슷한 방법으로 여러 군데 호텔에 지원했다. 결국에는 베스트웨스턴이란 호텔에서 일을 구했다.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미친놈 아니냐고.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그리고 같이 일하고 싶단다. 당시 내가 가진 능력, 경험 뭐 하나 내세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시켜만 주면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할 자신이 있었다. 마침내 그 기회를 얻어냈고, 정말 미친 듯이 일했다. 마지막 떠날 때는 멋진 추천서를 적어주더라. 그 추천서를 가지고 다른 잡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호주에서는 레피런스를 중요시한다. 인정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니 믿어주더라. 시켜주더라. 


진심은 어딜 가든 통한다. 거짓은 갓난아기도 알아본다고 한다. 나는 진짜 그 일을 하고 싶었고, 내 진심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영어를 못하더라도 열심히 하려는 의지를 보고 좋게 봐주더라. 설거지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더 중한 일을 맡으면 잘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작은 일이라도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면 어디서든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 방법은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날 때도 유용하다.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직접 행동하는 사람은 몇 없다. 


믿고 한번 해봐라. 



3. 뭐든지 경험해봐라.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워킹홀리데이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할까?


한국 사회의 울타리 속에서, 가정의 울타리 속에서, 학교의 울타리 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한 번 살아보는 거다. 눈치 볼 필요가 없잖아.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해보는 거다. 평소에 운동을 좋아하면 하고 싶은 운동을 맘껏 해봐라.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면 파티를 실컷 다녀봐라. 아니면 여태껏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을 해보는 것도 좋다. 이것저것 재지 말고 과감하게 한 번 도전해 보길 추천한다. 도전이 또 다른 도전을 부를 것이다. 다양한 도전을 하다가 불현듯 생각지 못한 나를 만나 게 될지 모른다.


나는 이력서를 돌리면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게 재밌다는 걸 깨달았다. 그걸 계기로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았고, 축구 경기장에서 치킨 장사를 했다.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창문 청소를 시작하게 되었고 나중에 호주를 떠날 땐 사업체를 넘기고 여행경비를 마련할 수도 있었다.  


다양한 경험도 많이 했다. 서퍼로 살아보고, 프리 다이버로도 살아봤다. 내 생에 첫 마라톤도, 철인 3종 경기도 호주에서 할줄은 꿈에도 몰랐다. 트럭을 타고 호주 대륙을 돌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나눴다. 때론 속기도 하고, 상처도 받았지만 이 모든 시간들이 나를 더욱더 성장하게 만들었던 시간이었다고 확신한다. 시간이 지나 이 경험들이 내 스토리가 되고, 내 스펙이 되더라. 이보다 좋은 스펙 쌓기가 어디 있을까?     

사람은 환경에 제약받는 동물이다. 비슷한 수준의 친구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 기존 사회의 틀 속에서 벗어 나와 전혀 다른 세상에다가 나를 한 번 집어넣어 보아라. 솔직히 말해서 개고생만 하다가 와도 좋다고 생각한다. 80년 사는 인생 중 고작 1년이다. 내가 언제 다시 한번 이런 자유로움을 느껴볼 수 있겠는 가?


#워킹홀리데이     


https://youtu.be/sLxUqlIs-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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