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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랑 Jul 31. 2022

잃어버린 자신감

풋살 Day3

이번주도 풋살을 하고 왔는데 글쓰기가 싫었다. 고작 세 번째 풋살이긴 하지만.. 못하는 게 싫고, 못해서 자신감 없는 내 모습이 싫었다. 불과 지난주에 부끄러워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다. 1시간 훈련하는 동안은 재밌고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다. 패스, 슛, 드리블 연습을 하는데 못해도 남들에게 피해줄 일이 크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를 할 때는 다르다. 지난 시간 동안 연습했던 패스와 드리블은 온데간데없고 허둥지둥 댄다. 나한테 공을 잘 주지도 않지만..ㅎㅎ 일단 받으면 마음이 너무 바쁘고 주변이 보이질 않아 아무 데나 차고 본다. 아직 몸에 안 익어서 그런 거겠지만, 팀스포츠다보니 그러면 같은 팀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상이 걸린 경기도 아니고 좀 그러면 어떠냐 할 수도 있지만, 나로 인해 흐름이 끊기는 게 느껴지고 뭔가를 잘 못해서 남에게 피해를 준 경험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그게 다 무겁게 다가온다.


골키퍼를 돌아가면서 보게 되는데, 내가 골키퍼일 때 공이 무서워서 더 긴장하게 된다. 제발 아예 이쪽으로 공이 넘어오지 말아라 했는데 오고야 말았다. 골대 앞에서 공이 이리저리 움직였는데 내 몸은 반응이 느렸다. 아차싶은 순간 막을 수 있을 만큼 약하게 찬 공이었는데 그냥 들어가고 말았다.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세게 날아와서 아플까 봐 피한 것도 아니고, 왜 갑자기 멍하니 서있었을까? 사실 서로 즐겁자고 하는 경기고, 골을 넣어야 더 재밌으니 뭐 그렇게 잘못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스스로 잘했단 생각은 안 드니 그게 참 답답하다.


사실은 이거 말고도 자신감 없는 내 모습을 하나 더 발견해서 더더욱 글쓰기가 싫었다. 풋살장에서 같은 학교 출신인 사람을 만나게 되어, 대화도 해보고 친해지고 싶었는데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말을 한마디도 해보지 못했다. 막상 친해지면 말도 잘하고, 장난도 치고 그렇게 재미없는 성격은 아닌데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정말 친해지기 전과 후가 180도 다른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런 내 모습이 조금 한심해 보이기까지 해서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었다.


이미 풋살을 하고 며칠이 지난 지금 그래도 글을 쓰는 이유는 오늘 러닝을 하고 왔기 때문이다. 정말 숨이 턱까지 차고 '아 도저히 못 달리겠는데'싶었지만 정해진 루틴대로 결국 해냈다. 중간에 포기하자니 너무 아까워서 오기로 한 것 같다. 그래도 해내니 왠지 자신감이 생긴다. 참 사소한 성공인데 글을 쓸 힘을 준다. 언젠가 풋살을 잘하게 되었을 때 이 글을 보며 웃을 수 있기 위해 쓴 것이기도 하다. 풋살을 잘할 수 있을 때까지 꼭 할 거니까.


글을 쓰게 해준 좋은 일이 하나  있다. 풋살을 처음 하고부터 발목이랑 아킬레스건이 이상하게 아파서 뛰거나 걸을  거슬렸었다. 며칠 지나도 계속 그래서 영구적인 통증이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오늘 러닝할   아팠다. 발이 남들이랑  다르게 생기고 약간 평발이라 그로 인해 오는 통증은 조금 있는  같은데,  이상하던 근육통 비슷한 통증은 사라졌다. 다행히 풋살과 러닝을 계속할  있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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