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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olang Oct 02. 2019

마라탕의 추억

이렇게 마라탕 열풍이 불지 누가 알았겠니


중국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 1등은 마라탕 일 것이다.

지금은 한국에 마라탕 열풍이 불어, 컵라면에 과자까지도 마라탕 맛이 나올 정도이지만,

예전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해 줄 때면, 맛이 이상하다는 반응도 많아 혼밥용으로만 먹곤 했었다.


처음 중국에 갔던 건 12년 전이지만, 사실 마라탕을 처음 먹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2년의 어느 늦여름, 정기 훈련 기간이었던가.

선배님과 함께 광저우에서 회사 호텔 근처를 지나가다가 훈련원 앞에 분식집 같은 가게가 보였다.


“마라탕이네? 한 그릇 먹고 가자.”


중국 생활이 오래되셨던 선배님의 손에 이끌려 마라탕 집으로 들어갔다.

워낙 중국 음식은 가리는 것이 없는지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선배님의 행동을 따라 했다.

마라탕은 중국에서 국민 분식이기 때문에, 그때는 지금처럼 깔끔한 실내가 아닌,

포장마차처럼 천막을 치고 카트 같은 선반에 재료를 올려두고 판매를 했었다.

재료를 고르는데 먹고 싶은 건 또 어찌나 많던지..

하나하나 고르다 보니 어느새 바구니가 가득 찼다.

먹고 싶은 재료를 바구니에 고르고 계산대로 들고 가 바구니를 주고 무게를 재어 돈을 내면,

그대로 바로 옆에 있는 펄펄 끓는 육수에 재료를 퐁당 넣고 끓여 담아주는 시스템이었다.



“微辣?中辣?약간 매운맛으로 할래?중간맛으로 할래?”


“不要太辣了,谢谢!너무 맵지 않게 해주세요”



‘어, 나는 소시지 싫은데....’


내 재료가 들어가자마자, 같은 통의 바로 옆 국자에서 건져내는 앞사람의 마라탕 재료들이 보였다.

어묵이며 소시지며,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들과 함께 끓여진 나의 마라탕에도 앞사람의 마라탕 맛이 나게 되는 신기한 조리방식이었다.


‘다른 사람이 알레르기라도 있으면 어쩌려고....’


나의 이런 우려는 다른 사람들은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중국인들이 마라탕 국물을 먹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기도 하다고 한다.)

어찌 되었건 국물에서 소시지의 맛이 나는데도 불구하고, 역시나 나는 너무나도 맛있게 싹싹 그릇을 비웠다.

알싸한 산초의 얼얼한 ‘마麻‘와 고춧가루와 기름으로 낸 매콤한 ‘라辣’의 맛이 다양한 향신료와 섞여 독특한 맛을 내었다.

한국 돈으로 약 4천 원도 안 되는 저렴한 금액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그 날 이후로 또 하나의 최애 중국음식이 생겼다.




항공사를 그만두고 한국에 정착하고 나서도 입맛을 자극시키는 마라의 맛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우연인지 다행인지 집 근처에는 대림동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마라탕을 먹으러 갈 수 있었다.

5~6년 전쯤만 해도 중국음식을 일부러 먹으러 가는 한국인들은 많이 없었기 때문에,

대림역에 가서 마라탕을 시키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 일쑤였다.

그래도 나의 사랑 마라탕을 먹을 수만 있다면!


마라탕이 매워 못 먹겠다던 남편도, 친동생도 이제는 마라탕을 먹으러 가자고 할 정도이니

이제는 너도 나도 마라탕을 좋아하는 전성시대가 된 것이 너무 행복하다.

요즘은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서울에 떡볶이집만큼 많아진 마라탕 집을 먹어보고 비교해보는 것.


나처럼 친구 손에 이끌려 마라탕을 영접하게 된 당신,

나와 함께 마라탕 투어를 해보지 않겠는가?





** 麻辣烫 마라탕

마라탕은 사천의 한 지방의 전통 음식이다.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와 더불어 사천음식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꼽히기도 한다.

*얼얼하고 매콤한 맛이라는 뜻의 ‘마라麻辣’는 들어가는 재료와 조리법을 바꿔 다양한 음식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국물이 있는 것은 마라탕麻辣烫, 면을 넣으면 마라면麻辣面,

국물이 없이 비벼먹는 것은 마라빤麻辣拌, 마라 소스로 재료를 자작하게 볶아낸 것은 마라샹궈麻辣香锅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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