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olang Sep 11. 2019

나의 첫 중국

짜장면도 중국음식인가요?

어렸을 적, 나의 아버지는 업무로 알게 된 화교 친구분들이 많으셨다.

주말이면 지하철을 타고 바다내음이 나는 동인천에 내려 역 앞 오르막길을 아빠와 손을 잡고 오르면, 새로운 나의 놀이터가 펼쳐지곤 했다.

구슬이 알알이 꿰어진 발을 손으로 헤치고 들어가, 원탁을 돌리며 먹던 짜장면과 탕수육의 추억과

빨간 나무기둥으로 내어둔 테라스를 놀이터 삼아 술래잡기를 하기도 하고, 뜀박질을 하기도 했다.


어린 내가 쉼 없이 노는 동안, 부모님은 원탁에 앉아 한 상 가득 음식을 시키시고,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셨다.


그 때만 해도, 탕수육과 짜장면은 중국 음식인 줄만 알았었다.

인천 차이나 타운에 가면 신기한 중국말이 쉴 새 없이 오갔고, 그 사이에서 나는 짜장면을 신나게 먹었으니까.


그로부터 10여 년 뒤, 성인이 되어 북경에 유학하던 나는 또다시 지하철을 타고 골목길을 걸어 원조 짜장면 집을 찾았다.

이제는 진짜 짜장면을 먹으리라.


“来一个炸酱面”

짜장면 하나 주세요


부푼 꿈을 꾸며 식당에 도착한 나는,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눈 앞에 펼쳐진 비주얼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윤기 나는 검정 짜장이 아닌 된장으로 만든 중국식 짜장이 면 위에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마치 잡채 재료인 듯 작은 접시에 하나씩 담긴, 콩나물이며 오이와 빠알간 무채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

“都帮你放里面吗?”

다 넣어 드릴까요?


종업원의 물음에 겨우 현실로 돌아온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갔던 친구들의 입에서도 허탈한 한 마디가 쏟아졌다.

비벼도 비벼도 뭔가 부족한 듯 한 모습에 차마 입에 넣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온 김에 맛있게 먹자”

다짐을 하듯, 친구들과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한국식 달콤 짭짤한 까만 짜장면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그래도 여전히 짜기만 했던 중국식 짜장면은 ‘완면完面’을 하지 못한 채, ‘오리지널’의 씁쓸한 기억을 남겨줬다.


30대의 내가 다시 그곳에 간다면, 그땐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老北京炸酱面 라오베이징짜장미엔

: 옛날 베이징 식 짜장면. 베이징 민속학자 王永斌의 《杂谈老北京》책에 따르면, 중국 청나라 때,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팔았던 량란로우미엔(凉烂肉面)이 시초가 되어, 20세기 6~70년대에 이르러 삶은 면과 야채, 고기를 함께 넣어 비벼먹는 짜장면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는 곳마다 모험, 중국 미식여행기_프롤로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