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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olang Oct 23. 2019

드디어 내 집 2. 내 집이 아니라 불편한 점들

전셋집 살이의 설움을 풀어봅니다




계약을 하고 처음 도어록을 열고 들어갔을 때의 그 짜릿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비록 전셋집이었지만 나만의 보금자리(그것도 신혼집이)가 생겼다는 것과,

30여 년 동안 함께 살았던 부모님 집에서의 독립이라는 뿌듯함에

한국인이라면 가지고 있는 대학-취직-결혼이라는 인생의 숙제를 해 낸 것 같았다.

(물론 그 이후로도 엄청나게 많은 퀘스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주를 하기 전부터 불편함은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30년 된 낡은 아파트라 닳고 닳은 문지방이며 방문과 선반까지 페인트칠은 필수였다.

나름 셀프 인테리어에 단련되었기에 사실 페인트칠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는데,

퇴근을 하고 신혼집으로 출근해서 페인트를 칠하려고 하니, 갑자기 불이 켜지지 않았다.

낮에는 도배와 장판을 하느라 전구는 1개만 연결을 한 상태, 밤에 페인트칠을 해서 일정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그나마 하나 연결해 둔 전구도 켜지질 않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핸드폰 손전등으로 겨우겨우 다용도실만 칠해놓고, 다음날 주인집에 연락을 했다.


주인집에서는 다행히 바로 와서 확인을 하고는, 두꺼비집의 휴즈의 문제라며 새 걸로 갈아주었다.

(너무 오래된 집이라 정기적으로 갈아주어야 한다고 한다...)


..!

두꺼비집을 갈던 그분(이라 하고 주인집이라 읽는다)의 눈에 새로 페인트 칠을 한 하얀 문과 문틀이 들어왔던 모양이다.

미리 인테리어를 손봐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한지라, 새로 칠한 거라고 얘기를 하려는 찰나,


“이건 친환경 페인트로 칠해야 하는데..”


당연히 실내고, 내가 살아가는 공간인데 설마 유해물질 솔솔 나오는 페인트를 칠했을 리가 없거늘..

불길한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친환경 페인트죠, 그중에서도 제일 좋은 걸로 칠한 거예요”

라고 말을 했어야 하는데..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으휴 바보..



도배 전 / 도배 후 의 신혼집


서서히 가구가 들어오고 본격적인 신혼 생활을 하려는 때에 또다시 큰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처음 지내는 주말, 화장실 청소를 하려는데 이상하게 타일의 선이 비뚤게 느껴졌다.

우리가 입주하기 전 바로 1년 전에 공사를 했다던 화장실의 타일이 시공을 잘못해서 배가 부른 것이다.

바닥에서부터 무릎까지의 높이로 한쪽 벽면이 볼록 올라와버린 화장실의 타일은,

자칫 잘못하면 깨지거나 내려앉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지난번 두꺼비집을 갈 때에도 연락하는 것에 귀찮음을 표했던지라,

웬만하면 연락을 하고 싶지 않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왜 제대로 확인 안 했어요? 그럼 지난번 썼던 사람이 잘 못 쓴 거겠지. 그런데 자꾸 이런 식으로 연락하시면 곤란한데..”


공사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화장실 타일이 사용을 잘 못 해서 떨어졌다니..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용할 때 위험할 수 있으니 시공을 부탁드렸다.

다음 날 인테리어 회사에서 확인을 나왔다.


“1년밖에 안돼도 이렇게 배가 부를 수 있는 거예요?”

“어우 아니죠~”


부실시공이라며 다시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던 인테리어 사장님은 그 이후로 연락이 되질 않았다.

주인 쪽에 연락을 해 보았지만, 역시나 확인을 해 보겠다고 하고는 몇 번의 전화와 문자에도 해결이 되지 않았다.

(이사를 나가기 전인 지금도 그 타일은 배가 부른 채로 2년을 버텼다)




신혼 생활을 시작하고, 여름이 왔다.

정말 심각한 문제가 또 하나 터지고야 말았다.

그동안 수차례 이사를 들어오고 나가느라 쭈글쭈글해진 샷시 틈 사이로, 비가 들이치기 시작했던 것.

비가 조금씩 올 때에는 괜찮았는데, 장마가 오자 베란다 양 끝 쪽은 전혀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빗물이 들어왔다.

그것도 모르고 원목 캣타워를 놓았던 우린..........

장마가 끝날 때까지 발만 동동 구르다 시퍼렇게 생겨버린 곰팡이에 일주일  걸레질과 사포질을 반복해야 했다.


비가 올 때에는 비가 들이칠까 봐, 초강력 태풍이 온다고 할 때에는 낡은 샷시가 깨질까 봐

윙윙거리며 부딪치는 바람소리와 함께 지난 2년의 여름은 노심초사하며   드는 날의 반복이었다.

샷시가 오래되니 바로 옆 지하철 차고지에 새벽에 들어가는 열차 소리도 더 크게 느껴졌다.



그날부터 나도 모르게 그동안 잊고 있었던 부동산 앱을 켜고 검색하는 것이 하나의 일과가 되었다.


정말 좋은 새 집은 아니더라도 괜찮아.

내가 원하는 대로 꾸미고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내 집에서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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